니콜라이 고골의 찬란한 <외투>
그리고 더 이상 뻬쩨르부르그에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누구의 보호나 사랑도 받지 못하고, 흔한 파리 한 마리조차 놓치지 않고 핀으로 꽂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자연 관측자의 관심마저 끌지 못했던 존재가 사라졌다. 동료 관리들의 조롱을 아무런 저항 없이 참아 내다가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도 그저 평범하기만 했던 한 존재가 이제는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비록 생을 마감하기 바로 직전이긴 했지만, 그에게도 외투의 모습을 빌린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 찾아와 짧은 시간이나마 그의 고달픈 삶을 비춰 주기도 했고, 견딜 수 없는 불행이 엄습하기도 했다. 그 같은 불행이 닥칠 때면 황제도, 세상을 호령하는 통치자도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법이다.
<외투>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