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위한 선물
어릴 적 동생과 둘이 큰집에 맡겨지면서 친구들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던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둘이 보낸 적이 많습니다. 그때 동생에게 몇 번의 만화를 그려준 적이 있는데, 동생은 아직도 그때의 만화를 기억하고 있더군요. 누군가 나의 그림을 보고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고 만화가가 되는 것을 평생 꿈으로 지내왔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몇 번의 좌절로 그 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요.
그림 그리는 것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역시 그때의 추억을 가장 우선으로 꼽습니다. 그런 동생이 얼마 전 이제 상도 받고 잘 그리니까 그림을 하나 그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돈이 많이 들어오는 해바라기 그림을 말이죠.
우습게도 제 그림을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 꿈을 키웠지만 이상하게 누군가 무엇을 그려달라고 하면 괜히 손이 가지 않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이 잘 정리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기에 누군가 불쑥 그려달라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려야 할지 감도 재미도 생기지가 않더군요.
몇 장의 해바라기 사진을 찾아보고 어떻게 그려주면 좋을까 한참 고민을 하다가 작은 캔버스에 종이를 씌웠습니다. 좀 크게 그려줄까 싶었지만 잘 완성해줄 자신이 부족했거든요. 며칠 저녁과 밤을 이어가며 완성된 해바라기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동생이 좋아해 주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림을 정리했습니다. 택배가 도착하고 며칠 후 집안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보내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더군요.
어릴 적 제 그림을 보면서 좋아해 주던 8살 동생의 얼굴이 떠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잘 되지 않던 그림에 좌절을 이어가던 저를 묵묵히 지켜봐 주던 동생이기에 더한 기쁨이 되기도 했고요. 취미로나마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그림을 남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말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0rHGk8bA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