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여우의 성배 (1)

우리는 믿었다, 그래서 원을 그렸다.

by Velinastra
발 없는 여우의 성배.png


1장. 사막의 원

사막은 끝이 없었다. 끝이 시작을 삼키고, 시작이 끝을 낳는 뫼비우스의 모래바다였다. 밤이 낮의 목을 물고 늘어지면, 낮은 밤의 배를 찢으며 다시 솟아올랐다.

원 안에서 유독 빠르게 기어가는 여우가 있었다. 등은 활처럼 휘어 있었고, 붉은 꼬리는 횃불처럼 일렁였다. '불타는 꼬리'라 불렸다. 그는 제일 먼저 자신의 발을 잘라버렸던 여우였다. 상처에서는 아직도 검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했다.

멀리서는 나이 든 여우 하나가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꼬리는 달빛에 바랜 뼈처럼 하얗고, 때때로 멈춰 섰다. '흰 꼬리'는 그 누구보다 오래전에 발을 잃은 여우였다. 그가 멈춘 자리의 모래는 유독 깊게 패여 있었다. 다른 여우들이 재촉하면 다시 움직였지만, 그의 눈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서려 있었다.

그들 사이 어딘가에, 꼬리가 유독 짧은 여우가 있었다. 여우들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완벽한 원을 그리려 할 때, 그의 짧은 꼬리 때문에 원은 늘 조금씩 비틀어졌다. 타원이 되고, 찌그러지고, 때로는 끊어졌다. 그럴 때마다 불타는 꼬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찔렀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더욱 열심히 꼬리를 씹어댔다. 피가 났고, 털이 빠졌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이미 너무 짧아진 꼬리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

원의 바깥쪽에는 특별한 여우들이 있었다. '거스름'은 모두가 시계 방향으로 돌 때 혼자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여전히 원 안에 갇혀 있었다. 꼬리가 둘인 '갈래'는 원을 그릴 때면 고민에 빠졌다—두 꼬리 중 어느 것을 뒤 여우에게 내줄지. 눈을 스스로 도려낸 '구멍눈'은 촉각만으로 앞 여우의 꼬리를 찾아 헤맸다.

어떤 날 밤, 구멍눈이 잠꼬대를 했다. "발이... 아프다..." 그에게는 이미 발이 없었는데도.


사막의 중심에는 붉은 성배가 자리하고 있었다.


성배 안을 들여다본 여우들은 각자 다른 것을 보았다. 불타는 꼬리는 황금빛 환상을 보았고, 흰 꼬리는 텅 빈 구멍만을 보았다. 꼬리 짧은 여우가 처음 들여다봤을 때, 그는 무한한 반복을 보았다. 마지막 성배 안에는 발이 있는 자신이 서 있었다.


어떤 여우는 성배 안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았다. 초원을 달리던 기억, 형제들과 뒹굴던 순간. 또 어떤 여우는 성배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느꼈다. 갈래는 성배를 전혀 볼 수 없었다—두 개의 눈이 서로 다른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성배 위에는 검은 태양이 떠 있었다. 빛을 내지 않는 태양. 가끔 그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지만,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며칠째, 몇 달째인지 모를 반복이었다. 여우들은 성배 주위를 돌며 서로의 꼬리를 물었다. 끊임없이 되감기는 궤도, 멈추지 않는 원.


여우들은 꼬리로 모래 위에 글자를 썼다. 그러나 뒤따르는 여우의 배가 그 글자를 지워버렸고, 그들의 대화는 늘 미완성이었다.


가끔 새로운 여우가 나타났다. 아직 발이 있는, 눈이 앞쪽에 달린 정상적인 여우들. 그들은 기존의 여우들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죠?"


며칠 지나지 않아, 바람이 모래를 훑고 지나갔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떤 여우는 그것을 웃음소리라 했고, 어떤 여우는 울음소리라 했다. 불타는 꼬리만이 그 속에서 명령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여우들에게 자신의 잘린 발을 보여주었다. 상처는 자랑이었고, 증거였고, 가르침이었다.


새로운 여우들도 하나둘 자신의 발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앞발을, 그다음 뒷발을. 스스로의 힘줄을 이빨로 끊고, 뼈를 부러뜨리며, 살을 찢었다.


눈은 뒤쪽으로 옮겨졌고—정확히는 앞을 보는 것을 포기하면서 뒤만 보게 되었고—입도 점차 변형되어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



2장. 균열


계절이 바뀌면서 사막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래 사이로 이름 모를 풀잎이 돋아났다가 곧 말라죽었고, 밤하늘의 별들이 평소보다 낮게, 마치 떨어질 듯 깜박였다.


꼬리 짧은 여우가 가장 먼저 그 변화를 알아챘다.


어느 새벽,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모래 위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에는—믿을 수 없게도—여전히 네 개의 발이 달려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내려다보았지만, 자신의 발은 여전히 없었다. 다시 그림자를 보니, 그림자 속 여우는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부터 그는 다른 여우의 꼬리를 물 때마다 역겨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구역질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밤마다 꿈을 꾸었다. 발이 있던 시절의 꿈. 초원을 달리고, 냇물을 건너뛰고, 나무를 타고 오르던 기억들.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샘도 말라 있었다.


한 번은 성배를 향해 기어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그린 피의 궤적이 기묘한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글자 같기도 했고, 그림 같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도망'이라는 글자처럼 보였다가, '돌아'처럼 보였다가, 다시 '도와'처럼 보였다.


그는 꼬리로 모래에 썼다. '의심', '고통', '왜?'


뒤따라오는 구멍눈이 그 위를 지나가며 모든 글자를 지워버렸다.


어느 날, 그는 용기를 내어 다른 방향으로 기어가 보았다. 성배를 등지고, 사막의 가장자리를 향해. 모래가 그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할퀴었고, 불타는 꼬리는 분노에 찬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몇 걸음 가지 못해 그는 다시 돌아왔다. 사막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혼자서는 두려웠다. 무엇보다 그를 붙잡은 것은 다른 여우들의 시선이었다. 그 시선 속에는 경멸과 연민, 그리고 묘한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그는 다시 원 안으로 돌아와 갈래의 꼬리 중 하나를 물었다. 그러나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내면 어딘가가 금이 가고 있었다.


흰 꼬리가 그의 변화를 눈치챘다. 그는 가끔 원을 벗어나려다 돌아오는 꼬리 짧은 여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얼마 후, 뒤쪽 눈으로 그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 것이었다.


그들만의 은밀한 소통 방식이었다. 흰 꼬리는 모래 위에 썼다.


'나도 한때는'


꼬리 짧은 여우가 지나가며 그 글자를 지우기 전, 그 메시지를 읽었다.


그 무렵, 붉은 성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만큼 선명하지 않았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그 안이 텅 비어 보였고, 어떤 순간에는 거대한 눈동자처럼 보였다. 검은 태양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는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발이 있는 여우들의 형상이었다.


불타는 꼬리만이 그 변화를 애써 무시했다. 그는 더욱 빠르게 원을 그렸고, 다른 여우들에게도 같은 속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도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발이 있었고, 그 발로 원을 벗어나 도망치고 있었다. 깨어나면 자신을 증오했다. 낮에는 더 큰 목소리로 다른 여우들을 다그쳤다—자신 안의 의심을 묻어버리기 위해.


3장. 침묵의 공모


어느 날 밤, 별빛이 이상하게 일렁였다.


꼬리 짧은 여우가 문득 멈춰 섰다. 다른 여우들은 여전히 원을 그리며 지나갔지만, 그는 더 이상 앞 여우의 꼬리를 물지 않았다. 갈래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거스름은 잠시 속도를 늦췄다.


그는 몸을 돌려 성배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성배도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장 깊은 곳에서, 발이 있는 자신이 앞발을 흔들었다.


그의 그림자가 일어섰다. 네 발 달린 그림자는 모래 위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직선으로. 꼬리 짧은 여우는 그 그림자를 따라 기어가기 시작했다.


성배를 향해서가 아니라, 성배를 지나쳐서.

뒤에서 불타는 꼬리가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 소리에 원이 흔들렸고, 몇몇 여우들이 잠시 멈춰 섰다. 구멍눈조차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했다.


"배신자! 겁쟁이!"


예전 같았으면 모두가 불타는 꼬리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여우들은 그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지 못한 척. 듣지 못한 척.


침묵의 공모였다.


흰 꼬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떴다. 작별 인사였다.




다음 이야기 「우리는 의심했다, 그래서 길을 만들었다.」은 9월 3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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