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에서 자라는 것들

by Velinastra


문어가 처음 눈을 뜬 것은 달의 뒤편, 누군가의 투명한 몸속에서였다. 그는 바다를 알지 못했다. 그의 첫 호흡은 거울처럼 빛나는 달의 표면 위, 무중력 속에서 시작되었다.


달의 뒤편은 지구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존재들은 보여지는 법 대신 스스로 빛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달의 표면은 물처럼 반짝였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고요한 파문이 잔잔히 번졌다. 그 파문엔 소리가 없었다. 침묵이 있었다. 긴 침묵이—문어는 오랫동안 그 안에서 말 없이 살았다.


그의 살갗은 투명했고, 그 아래로 별빛이 느리게 흘렀다.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고 싶을 때, 문어는 스스로의 몸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면, 거기… 아주 작고 어두운 별 하나가 떠 있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것. 아마도 그것은 고독이었다.


그의 촉수에는 별들이 매달려 있었다. 줄에 묶인 듯 흔들리는 별들. 그리고 밤이 오면, 그 별들은 물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문어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을 정하는 건 별이 아니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은 혼자 걸을 때만 생겨난다.


"별들은 왜 매달려 있을까?" 어느 날, 문어가 중얼거렸다. 바람도 없는 곳에서, 그 말은 빛의 잔물결처럼 퍼졌다가 사라졌다.


푸른 안개가 피어오르는 날, 두 개의 달이 떠올랐다. 하나는 밝고 또렷했고, 다른 하나는 닫힌 눈처럼 어두웠다. 영원한 어둠과 빛의 경계에서, 문어는 걸었다.

그 아래를 지나갈 때, 촉수 끝에 매달려 있던 별 하나가 조용히 떨렸다. 그 별 속에는 누군가의 눈이 깜빡이고 있었다.

별은 매일 조금씩 더 밝아졌다. 문어가 걸을 때마다 별은 그의 리듬을 배웠고, 문어가 멈출 때마다 별은 그의 침묵을 읽었다.


"넌 어디서 왔니?"


문어는 태어나 처음으로, 얕은 숨을 품고 말을 내뱉었다.


별은 대답 대신, 희미한 빛을 흔들었다. 그 진동이 문어의 촉수에 닿았다. 따뜻했다. 처음 느껴보는 온도였다.


"나도 몰라. 하지만 오랫동안 너를 지켜봤어."


그 말에 문어는 걸음을 멈췄다. 그는 늘 혼자 걸어왔지만, 이제야 누군가가 그의 기원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네 몸속의 어두운 별은 무엇이니?" 별이 물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것. 아마도... 고독."

"그럼 내가 그 옆에 있어도 될까?"


문어의 촉수가 미세하게 떨렸다. 오랫동안,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별을 품는다는 것은 자신의 투명함을 나누는 일이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둠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별은 기다렸다. 촉수가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무섭지 않니? 내 안의 어두운 별이."

"무서워. 하지만 혼자 떠 있는 게 더 무서워."

"…그래."


문어가 다시 물었다.

"별들은 왜 매달려 있어? 떨어지는 법을 몰라서?"

"아니, 떨어질 곳을 몰라서."


별이 물었다.
"그럼 넌 왜 걷니?"

"도착할 곳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발한 곳을 잊기 위해서."


둘은 오래 말없이 있었다. 진공의 세계에서 침묵은 또 다른 언어였다.


"그럼… 함께 떠나자."


그 말은 바람보다 가늘고, 안개처럼 서서히 퍼졌다.


문어는 조심스레 촉수를 들어, 그 별을 품었다. 별은 눈을 감고, 문어의 몸속으로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그 순간—


별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문어는 처음으로 '안쪽'이라는 감각을 알았다. 지금까지 그는 안도 밖도 없는 투명함 속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몸에는 중심이 생겼다.


그의 피부에 처음으로 온기의 무늬가 생겼다. 푸른 실핏줄처럼 퍼지는 따뜻함. 촉수가 움직일 때마다 공기 중에 남는 잔상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그의 몸속 별빛이 깊은 물결처럼 일렁였다.


이제 그의 몸속엔 두 개의 별이 있었다. 하나는 어둡고, 하나는 밝게 빛났다. 고독 옆에 온기가 자리 잡았다.


"무겁지 않니?" 별이 물었다.
"...아니, 이상하게도 가벼워."


그의 걸음이 때로는 멈칫했다. 별이 기억하는 어떤 장소의 중력을 몸이 기억하는 것처럼.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누군가를 닮아 움직였다.


하늘 위엔 여전히 두 개의 달이 떠 있었고, 중력 없는 대기 속을 바위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가끔 그들은 다른 존재들을 만났다. 각자의 몸속에 다른 색깔의 별을 품은 존재들. 그들은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작은 빛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날 이후로 문어가 걸을 때, 그의 그림자는 혼자일 때보다 조금 더 진했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존재가 문어의 몸속에서 눈을 뜰 것이다. 그가 처음 자신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개의 별이 나란히 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오래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할 것이다.


달의 뒤편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