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가 말하는 심리상담 Q&A

사소하지만 정말 궁금한, 하지만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

by velopenspirits

Q1. 상담하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저도 이런 적 많았어요. 그냥 편하게 말씀드리고 다녀오시면 돼요.

저는 시간 가는 게 아까워서 참아본 적도 있는데 몸이 불편하니까 상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차라리 얼른 다녀오신 후 편한 상태로 상담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Q2. 상담실에 들어가면 처음에 뭐부터 하나요?

처음 가면 설문지를 작성해요.

인적사항, 현재 심리상태, 어떤 걸 개선하고 싶은지 등을 쓰고 비밀유지 서약서에 서명하기도 해요.

첫날은 본격적인 상담 이전에 나에 대해 -가족관계, 개인신상- 말하다 보면 시간이 다 지나서

상담을 원했던 주제에 대해 말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Q3. 제가 말하기 싫은 건 말 안 해도 되나요?

그럼요. 상담실은 취조실이 아니에요.

다만 왜 말하기 싫은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내 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이 부분도 상담사가 도와줄 거예요.


Q4. 상담 중에 울면 어떡하죠?

저는 단 한 번도 안 운 적이 없어요.

상담은 감정을 표현하는 자리라 울음이 나는 게 당연해요.

상담실 책상 위에 항상 티슈가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간다는 뜻이죠.


Q5. 너무 아무 말도 못 하면 상담사가 답답해하나요?

아니요.

답답해하기보다 '왜 말을 못 할까?'를 보려고 할 거예요.

1년 동안 상담실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출석만 했다는 내담자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걸 인내해 준 상담사도 대단하고, 포기하지 않은 내담자도 대단하죠.


Q6. 상담사가 말한 내용을 녹음하거나 기록해도 되나요?

비밀유지 서약을 하면 원칙적으로 안 돼요.

사실 저는 초반에 몰래 상담 내용을 녹음해서 상담 후에도 들었는데

오히려 감정을 상담실 밖으로 끌고 나와 거기에 불건강하게 매몰되더라고요.

상담실 안팎에서 시간을 두고 감정을 돌아보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다만 상담사가 동의를 받고 슈퍼비전(수련) 용도로 녹음하는 경우는 있어요.


Q7. 상담을 하다가 안 맞는 것 같다 싶으면 바꿀 수 있나요?

그럼요. 우리는 서비스 이용자니까요.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기성복처럼 처음부터 딱 맞는 상담사는 드물어요.

최소 세 번은 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아요.


Q8. 보통 몇 번 정도 하면 효과를 느낄 수 있어요?

이별이나 직장 스트레스 같은 비교적 간단한 사안은 10회 정도, 우울이나 성격 문제는 훨씬 오래 걸려요.

처음엔 짧게 끝날 것 같던 고민도 점점 깊어져 기한이 늘어나기도 해요.

저도 상담 시작 전에는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어요.


Q9. 상담사가 판단하거나 평가하면 어떡하죠?

제대로 된 상담사라면 평가하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평가 좀 해달라고 빌어도 안 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상담사는 제 심리평가지를 앞에 두고 평가만 했어요.

어떤 판단이나 평가를 받게 되더라도 거기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건 변하니까요.


Q10. 상담사에게 화를 내도 되나요?

당연하죠. 저도 차갑게 화를 낸 적 있어요.

'전이'라고 하는데 내담자가 감정을 상담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옮기는 현상을 말해요.

상담사는 훈련이 되어 있어 전이를 받아줍니다.

상담실은 아기가 되는 공간이라고도 해요. 부모에게 투정하듯 상담사에게 투정하는 거죠.


Q11. 상담실에 가면 의자는 어떤 거에 앉아요? 영화처럼 긴 소파에 눕나요?

아니요. 그냥 평범한 의자에 앉습니다.

영화에서 본 긴 소파는 프로이트가 쓰던 방식이에요.

상담 기법에 따라 누울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대부분은 평범한 의자예요.


Q12.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인지 상담사가 알려주나요?

아니요. 약은 의사만 처방할 수 있어요.

상담사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아요.

다만 정신과 진료를 권유할 수는 있습니다.


Q13. 너무 사소한 고민으로 오는 건 아닐까요?

상담실까지 오게 만든 고민이라면 이미 사소하지 않아요.

저도 남들 다 하는 이별 때문에 갔다가 3년을 했어요.

겉으로는 사소해 보여도 내면은 다를 수 있기에

그 어떤 고민이라도 상담사는 결코 사소하다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Q14. 상담 끝나고 나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나요?

상담사가 따로 숙제를 내주진 않았어요.

대신 저는 제 나름대로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말' 하나를 붙잡고 일주일을 곱씹었어요.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너무 힘들 때도 있었죠.


Q15. 상담사랑 친해지면 카톡 같은 개인 연락도 할 수 있나요?

아마도 내담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담사랑 개인적으로 친해지기 힘들거에요.

상담사들은 보통 업무용 폰을 따로 쓰는 거 같더라고요. 연락 자체가 힘들거에요.

그리고 친구에게 털어놓는것만으로 마음의 문제가 해결이 안되서 전문상담가를 찾아가는거 아닌가요?

기껏해서 찾아간 상담사를 친구로 만들지 마세요.

전문적인 처치와 개인적인 수다가 섞이면 상담 효과가 떨어져요.


Q16. 상담받다가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으면 어떻게 해요?

저도 그런 고민 많았어요.

상담은 다이어트랑 비슷한 것 같아요.

하루 안 먹었다고 내일 바로 빠지지 않잖아요. 변화는 계단식으로 와요.

그래도 변화가 전혀 없다면 잠시 쉬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때 오히려 상담의 효과를 체감할 수도 있거든요.


Q17. 상담 가기 전에 어떤 얘기를 준비해 가야 하나요?

저는 처음엔 준비해 갔어요.

근데 준비해도, 안 해도 얘기는 흘러갔어요.

준비한 주제를 꺼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 적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폭풍 수다 떨다 온 적도 있었어요.

결국 그때의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얘기가 진심이더라고요.


Q18. 상담 끝나고 나오면 바로 기분이 좋아지나요?

저는 기분 좋아진다는 느낌은 잘 없었어요. 대신 후련하다 정도? 오히려 더 힘들 때가 많았어요.

상담실에선 대개 즐거운 얘기를 안 하니까요.

억눌렀던 걸 꺼내놓으면 당장은 무겁기도 해요.

상담의 목적은 좋은 감정을 찾기가 아니라 내 감정을 알아차리기에 가까운 거 같아요.


Q19.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상담사한테 너무 의존하게 되진 않을까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의존을 깨고 독립하는 게 상담의 완성 아닐까요?

저는 상담사처럼 생각하기, 상담사처럼 나에게 말해주기 같은 연습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선 상담사라면 뭐라고 했을까 떠올려 보는 거예요.

이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이 나만의 상담사가 되는 거 같아요.


Q20. 상담을 그만두고 싶을 땐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하게 말하는 거예요.

그동안 얘기를 들어준 상담사에게 미안해서 그냥 끊거나 다른 핑계를 대고 싶을 수도 있죠.

하지만 진짜 이유를 말하는 게 그동안의 진실된 소통에 대한 예의더라고요.

이런 점이 불편했다든지, 이제 스스로 일어서 보고 싶다든지요.

솔직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상담관계의 정점이에요.








이전 23화나를 기억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