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말한다

by velopenspirits

심리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정보는 언제나 부족했다.
시작 전에는 과연 효과가 있을지, 변화는 도대체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

상담 중에 흔들릴 때는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이 정상적인 과정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정말 괜찮아진 건지, 이제 그만둬도 되는 건지…
수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죽고 싶다기보다는 굳이 살고 싶진 않았던 그때,

작은 희망의 단서만 찾아도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책을, 유튜브를, SNS를, 온갖 곳을 뒤졌지만 알 수 없었다.
상담사의 글은 넘쳐났지만,

정작 내가 알고 싶었던 진짜 내담자의 이야기는 없었다.
가끔 후기를 찾을 수 있었지만,
‘인생이 달라졌다’, ‘생각의 틀이 바뀌었다’, ‘감정을 돌볼 수 있게 됐다’는
어딘가 과장된 듯한, 혹은 너무 추상적인 후기뿐이었다.
심리상담 후기가 맛집 후기 같을 순 없겠지만,
온갖 경험이 글과 영상으로 남는 이 시대에 심리상담 경험만은 어쩐지 비밀처럼 꼭꼭 감춰져 있었다.


당시는 정신과도 함께 다녔다.
어느 책에서 본 것처럼 나도 의사와 길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덧붙여진 누군가로부터의 정성스러운 위로를 나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예약표에는 20분 단위의 진료 시간이 적혀 있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5분 남짓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증상을 말하고 처방전을 받기 바빴다.

상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원보다 시간은 길었지만, 상담사는 나에게 많은 말을 해주지 않았다.
삶을 단번에 바꿔줄 조언 같은 건 들을 수 없었다.


돌아보면 나는 늘 답을 바깥에서 찾으려 했다.
다른 내담자의 후기에서, 혹은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의 말속에서 말이다.
하지만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철저히 나만의 마음속 맥락을 되짚어봐야만 회복은 비로소 가능했다.


이 책을 심리상담사나 정신의학 전문의가 본다면

나는 아직 치료가 더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나의 글들은 완전히 치유되었다는 진단서가 아니다.

상담의 말을 빌려 나를 돌보았던 시간의 흔적이다.
두려움, 회의감, 미련과 희망이 지독하게 엮인 문장들이다.


변화는 어떻게 오는지,
흔들릴 땐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이제 행복한지...

앞으로 펼쳐질 문장들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 물음들에 대한 철저히 개인적인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