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나이를 잊고 사는 연습

by 오늘도책한잔

마흔 이후, 나이를 잊고 사는 연습

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마흔이 넘은 뒤로
저는 제 나이를 잘 기억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숫자 대신 띠를 말하게 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마흔이 넘었다’는 사실을
뇌가 또렷이 인식하는 순간,
몸도 그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할 것 같아서요.

마흔 이후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편해졌다는 것입니다.

이전처럼 이 말, 저 말에 흔들리지 않고
한 번 정한 길을
계속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바람은 붑니다.
태풍 같은 일도 겪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
묵묵히 제 길을 걷게 됩니다.

마흔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조용한 나이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새치 염색을 하지 않습니다.
검은 머리 그대로입니다.
이마 끝에 몇 가닥
희끗한 머리카락이 보이긴 하지만
애써 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염색을 하지 않는 대신
아주 사소한 습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머리를 감을 때
커피를 마시고 남은
원두 찌꺼기로 헹궈줍니다.

이게 정말 머리를 검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히 남습니다.

아침에는
마, 바나나와 우유 갈아 마시고,
토마토와 당근, 양배추, 샐러리
가열주스로 만듭니다.

검은콩, 호두, 아몬드, 병아리콩 두유를
만들어 먹습니다.

이렇게 먹다 보니
다른 간식이
크게 당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몸이 먼저
‘이 정도면 됐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가끔
밥 말고 다른 것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집에 있는 스파게티면을 꺼냅니다.

물과 우유, 버터로
까르보나라를 만들고,
마늘과 올리브오일로
알리오 올리오를 해 먹습니다.

마지막에
치즈 가루를 조금 올리면
그날 하루가
괜히 잘 살아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골에 살면서
외식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번거롭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번거로움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인생의 재미를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제 머리가 아직
검은 이유일까요?

확실한 답은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마음은
아직도 충분히
젊다는 것.

오늘도
재미 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La vita è bel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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