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책한잔 박기량입니다.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유근택 작가의 작품 〈어쩔 수 없는 난제들〉 처음 보았을 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방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너무나 깊이 다가왔습니다.
그날 이후, 인생이 주는 난제들 앞에 설 때마다 그림을 떠올렸습니다.
‘삶이 주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야.’
그러다 맨발로 산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이겨내기 위한 결심도, 거창한 목표도 없었습니다.
그저, 걷고 싶었고, 맨발로 흙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 산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
신기하게도, 정말 괜찮아졌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산에 올랐고,
머릿속에 어질러져 있던 걱정들,
그리고 마음속 방처럼 어지럽혀져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치워나갔습니다.
몸이 아파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을 땐,
‘그렇다면 집을 여행지처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짐을 정리하고,
구석에 있던 그림을 꺼내 주방 벽에 걸었습니다.
크기가 맞지 않았던 암막커튼을 떼어내고,
햇살이 스며드는 쉬폰 커튼으로 바꿨습니다.
어두운 전등을 샹들리에로 교체하고,
벽지를 황토 벽지 화이트 색상으로 칠했습니다.
공간이 밝아지니, 마음에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삶이 환해졌습니다.
가족과 겨울 바다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수에서 우연히 향일암을 추천받았습니다.
“기도빨이 잘 받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바랐던 기도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기도가 이루어졌습니다.
2025년 7월, 또 다른 우연처럼
강릉 낙산사와 휴휴암을 찾아 기도했습니다.
정동진 ‘썬 크루즈’에 도착했습니다.
객실에 적힌 글귀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인생에 한 번쯤 꼭 와봐야 할 곳.'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며 환호했고,
정돈된 객실과 푹신한 침대,
식사 후 남편과 나눈 산책,
바람, 그리고 함께한 바다…
모든 순간이 하나의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여보, 너무 행복해.”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다음날, 새벽 다섯 시,
아들 요한이가 깨웠습니다.
“어머니, 해 뜰 시간이에요.”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기에, 옷을 챙겨 입고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기도했습니다.
어떤 종교도 필요 없는,
그저 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낚시를 갔다 왔습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가족과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태양으로 물든 바닷가에 들어가 헤엄을 칠 때
지금껏 짊어졌던 두려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삶이 선명하게 그려졌고,
그 모든 순간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토닥토닥, 그동안 고생했어.
잘 살아왔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자.”
잘 버텨왔다,
잘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다.
붉게 떠오른 태양이 바다 위에 스며들며,
마음속 깊이 울렸습니다.
La vita è bella.
삶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