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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in Wonderland Mar 04. 2021

[발번역] 무라카미 하루키 유니클로 인터뷰

"좋은 문장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Hello, Haruki

Interview with Haruki Murakami


https://www.uniqlo.com/jp/ja/contents/lifewear-magazine/haruki-murakami/


[이하 발번역]


무라카미 씨는 자신의 패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능한 한 심플하고 무늬가 없는 옷을 입을 때가 많습니다. 청바지에 셔츠, 그리고 트레이너 또는 스웨터. 저는 회사에 갈 일도 없으니까 뭘 입어도 괜찮잖아요. 그런데 늘 같은 옷만 입게 되네요.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세계관으로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의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

번역자나 러너(runner) 등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무라카미 씨는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이기도 하다.  방송 부스를 찾아가서, 소설부터 인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Q1. 라디오 DJ의 즐거운 점은 무엇입니까?

집에서는 늘 혼자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만, 그러다 보면 가끔 허무할 때가 있어요.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모두가 들어 주죠. 그런 교류라는 게 꽤 좋습니다. 저는 TV에는 절대로 나가지 않기로 마음을 정하고 있지만, 라디오는 목소리만 나가니까 바깥을 걸어다녀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점도 좋습니다. 


Q2. 청취자로서, 라디오와 관련된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비틀즈를 처음 들었을 때는 역시 박력이 있었어요. [플리즈 플리즈 미]라는 곡이었는데, 다른 밴드와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중학생 시절부터 줄곧 듣고 있었던 고베의 방송국에서 틀어 주는 서양 음악을 통해 음악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리고, 고베 방송국의 DJ 한 사람 가운데 이소노 데루오 씨라는 재즈 평론가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팝 음악을 중심으로 틀면서 도중에 재즈도 섞어서 이런저런 해설을 했죠. 일종의 에듀케이션이었던 거죠. 그런 게 참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신청곡을 틀어주는 거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Q3. 저 사람 멋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건 어떤 사람입니까?

별 것도 아닌 옷을 기분 좋게 입고 있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로 몸을 감싸고, 옷이 몸을 입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은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Q4. 패션의 참고로 삼고 있는 사람은 있습니까?

저희들이 젊었을 때는 [VAN 자켓]이라든가  아이비리그 스타일이 전성기였기 때문에 당시 미국 영화를 보고 배웠죠.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온 조지 페퍼드라든가, [움직이는 표적 Harper(1966)]의 폴 뉴먼을 따라해서, 트위드 자켓에 버튼다운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거나 했어요. 지금은 더 이상 누굴 따라하거나 하진 않지만요.  


Q5. 패션에 관련된 실패담은 있습니까?

저는 언제나 여름이면 티셔츠와 반바지, 그리고 비치 샌들로 살고 있어요. 언젠가 긴자의 고급 음식점에 초대를 받아서, 그런 모습으로 그냥 갔더니 현관에서 '반바지 입으신 분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초대로 갔는데 그러면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럴 때를 대비해서 늘 가방에 조금 큰 바지(긴바지)를 넣어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겉에 입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죠. 가게 종업원은 꽤 놀라더군요. 하하. 가방 속에 긴바지를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은 소설가인  다나카 고마미사( 1925~2000)씨가 하던 걸 따라한 거에요. 그는 매일같이 반바지를 입고 영화 시사회를 돌곤 했는데, 극장 안에는 에어콘이 나와서 추웠던 거죠. 그럴 때 입으려고 긴바지를 가방 안에 갖고 다녔다는 겁니다. 이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Q6. 이탈리아에 살던 시절에는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든가?

꽤 자주 했죠.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넥타이를 하고 있지 않으면 정말 혐오스럽다는 시선을 받았거든요. 레스토랑에 가도 볼품없는 자리로밖에 안내해주지 않아요. 처음엔 외국인 차별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한 번은 넥타이를 하고 갔더니 굉장히 멋진 자리를 주더라고요. 아, 이거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 때부터 레스토랑에 갈 때는 넥타이를 매기로 해서, 의외로 즐거운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도 일본에 돌아오고 나서는 전혀 하지 않게 되네요. 반대로, 일본이라면 넥타이를 매고 외출해서 중간에 싫은 기분이 든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넥타이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어느 쪽이냐고 물으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Q7. 무라카미 씨는 유니클로에 어떤 인상을 갖고 있습니까?

예전에 멜버른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호주니까 그렇게 춥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남극에 가깝더라고요. 정말로 추웠어요. 어쩔 수 없이 호텔 앞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변변찮은 파카를 샀는데, 나중에 반대쪽으로 돌아갔더니 유니클로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히트텍을 한 장 샀더라면 됐을텐데 하고 생각했죠. 유니클로는 외국에도 많이 있으니까 해외여행을 갔을 때 가장 도움이 되죠. 갑자기 추워졌을 때라든가, 갈아 입을 옷이 필요하거나 할 때 말이죠. 


Q8. 유니클로에 바라는 점은?

스포츠 웨어가 있으면 좋겠네요. 스포츠 웨어라는 게 의외로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워요. 러닝을 할 때 입는 셔츠라도 땀을 제대로 처리해서 통기성이 좋아야 하고, 게다가 보온성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면 굉장히 비싸집니다. 예를 들면 반바지가 7, 8천 엔 정도 하게 되는 거죠. 그건 너무 비싸죠.  그보다는 조금 더 싸고 좋은 게 있으면 좋겠네요. 소모품이니까요.


Q9. 무라카미 씨는 러닝을 일과로 하고 계시고, 정기적으로 풀코스 마라톤에도 나가고 계시는데요, 달리는 것은 소설에 영향을 주나요?

증명할 수는 없지만, 감각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까지 써 왔던 것과는 다른 걸 써 오지 않았을까요. 저는 서른 살을 막 지났을 때부터 달리고 있습니다. 그 전에 하고 있던 재즈 바를 접고, 전업작가가 된 직후부터입니다. 가게를 하고 있을 땐  일이 격해서 군살이 붙을 여유도 없었지만, 역시 앉아서 하는 일을 하면 체중이 자연스럽게 늘더라고요. 이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달리지 않으면 몸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작가라는 직업은 마흔 살 정도까지는 아직 젊으니까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점점 체력이 떨어져서 쓰는 글에도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요. 책상 앞에 앉아 줄곤 문장을 쓰는 건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재능은 좀처럼 양을 늘릴 수 없지만, 체력이라면 가능합니다. 


Q10.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은 레이스가 있습니까?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는 최근 하고 있지 않으니까, 다시 해 보고 싶네요. 일흔 살이 넘어서 다시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사이클 말인데요, 그걸 혼자 연습하려면 꽤 힘들더라고요. 


Q11.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건강에 안좋은 일은?

밤새워 마작을 한 게 아닐까요. 학생 시절에는 종종 그걸 했어요. 철야 마작을 하면서 덮밥을 먹는 게 즐거웠거든요. 아, 그건 건강에 나쁜 건 아니었나. 그땐 담배도 피우고 있었죠. 그런데 마작이라는 건요, 3명은 좋은 멤버가 모이는데 마지막 한 명이 별 볼일 없는 놈인 경우가 많아요. 그게 스트레스입니다. 그래도 철야 마작은 죽기 전에 딱 한 번 정도는 해 보고 싶네요. 


Q12.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무엇입니까?

곤약 볶음입니다. 도쿄에 나와서 혼자 살던 시절에 배웠습니다. 맛은 가쓰오부시와 간장과 청주로 냅니다. 단, 특별한 프로세스가 여러가지 있죠. 비밀입니다만. 요즘 제일 많이 만드는 건 아침으로 먹는 팬케익과 오믈렛 정도일까요. 


Q13. 지금까지 사인한 것 가운데 가장 이상했던 건 무엇입니까?

옛날에 진구 야구장에서 진구 하이볼을 사려고 했는데, 작은 꼬마가 "무라카미 씨, 야구공에 사인해 주세요" 하면서 사인펜을 내민 적이 있습니다. 왜 야구공에 사인을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슬쩍 아이를 봤더니, 요코하마(구단)의 모자를 쓴 아버지가 손을 흔들려 말리더군요. 하하. 아마도 내가 야쿠르트 팬이라는 걸 알고 아이에게 '야, 이리와'하고 말하고 있었겠죠. 요코하마 팬이라도 뭐, 사인을 해줄 수 있는데 말이죠. 교진(요미우리) 팬이라면 몰라도요. 하하.


Q.14 이번 호의 표지에는 2014년에 돌아가신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작품이 올라갑니다. 안자이 씨는 무라카미 씨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만, 어떤 분이었나요?

정말 독특한 사람이었어요. 옛날에 아오야마에 클럽 풍의 가게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끌려 갔던 적이 있습니다. 몇 명인지 호스테스 여성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치크 댄스(뺨을 맞대고 느리게 추는 사교 댄스)를 추자고 저한테 그러는 거에요.  제가 싫다고 거절하니까 안자이 씨가 "있잖아, 무라카미군. 여자아이에게 치크 댄스 요청을 받았는데 추지 않는 건 실례야"라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네 하고 한 곡을 췄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그 사람이 "무라카미는 여자랑 치크 댄스를 했다"고 주변에 다 떠들고 다녔어요. 정말 나쁜 놈이죠. 하하. 그래서 나중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복수로 고양이를 어깨에 얹어 줬어요. 그 사람은 강아지나 고양이는 진심으로 무서워했거든요. 그땐 우리 집 고양이가 아직 똑똑해서 진짜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적극적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는 엄청 많이 있습니다. 물론 말할 수 없는 것들도 많지만요.


Q15. SNS는 전혀 보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체로 문장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요. 좋은 문장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인생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역으로 이야기하면, 질이 좋지 않은 음악, 또 그런 문장이라는 것은 듣지 않고, 읽지 않을 수록 좋은 것이죠. 


Q16. 소설가로 서른 살에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작품을 계속 써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속해서 쓰고 싶어지는 작품이 생각나서 쓰고 있습니다. 저는 주문을 받아서 쓰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쓰고 싶어지면 쓰고, 편집자에게 건넨다는 시스템으로 해 오고 있으니까 쓰기 싫어지면 쓰지 않겠죠. 사실은 20년도 더 오래전부터 글을 쓰기 싫어지면 아오야마에서 재즈 클럽을 하자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가게 이름이나 손님들에게 낼 메뉴까지 정해 놓고 있습니다만, 쓰고 싶은 것이 꼭 튀어나오니까 좀처럼 가게를 할 수가 없네요. 전속 피아니스트를 고용하고, 카운터에서 위스키 같은 것을 마시면서 "이 곡은 치지 말라고 했잖아" 같은 말을 해 보고 싶습니다만. 하하.


Q17. 다른 직업을 동경한 적은 있습니까?

중고 레코드 가게라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파리에서 발견한 중고 레코드 가게는 일본인이 경영하고 있었는데, 제가 들어갔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손님, 일본인이세요? 여기 오셔도 소용 없어요. 일본의 레코드밖에 없으니까요." 라고요. 킹레코드가 낸 블루노트라든가, 일본판 재즈 레코드는 프랑스 사람들이 굉장히 갖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매니악한 것들만 잔뜩 모아 놓고 있는 가게에서 재미가 있어서 계속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 사람은 가게를 하기 전에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중고 재즈 레코드 바이어였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의사나 변호사들처럼 돈이 있고 재즈도 좋아해서 중고 레코드를 수집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사러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로부터 주문을 받아서 세계의 중고 레코드 가게를 도는 거죠. 물건을 찾으면 전화해서 "당신이 찾고 있는 레코드는 여기에서 얼마에 팔고 있는데 살까요?" 라고 묻고, 사자고 하면 커미션을 얻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Q18. 소설의 아이디어는 어떤 순간에 탄생하는 건가요?

어느 순간 팟 하고 떠오른다기보다는 뱃속 깊이 있었지만 수위가 점점 올라가서 떠오른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가슴 언저리까지 오면 구체적으로 이런 것을 쓰면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수위가 올라가는 걸 기다리는 동안은 농한기에  짚 공예품을 만드는 것처럼 다른 일을 하는 겁니다. 번역을 하거나, 에세이를 쓰거나. 소설가라는 직업은 기다리는 것도 일의 일부인 거죠.


Q19. 본인의 과거 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 번 책이 되어 나오면 흥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쓰고 있을 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습니다. 비유가 좀 그렇습니다만, 입고 버린 속옷 같은 것처럼 몸에 걸치고 있을 땐 좋지만 한 번 벗고 나면 싫어지거든요. 다만 번역된 것은 읽을 수 있습니다. 외국어로 번역될 때까지는 2년 정도 걸리니까 줄거리도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하. 예전에 차를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낭독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꽤 재미있더라고요. 누가 쓴 걸까 하고 잘 들어보니까 제 작품이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땐 에세이였어요. [먼 북소리]였던가. 


Q20. 등단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책으로 나오고 나서는 한 번도 안 읽으셨나요?

읽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워서 읽을 수가 없어요. 하하. 그러니 "그 작품의 여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라고 자주 질문을 받지만 그런 건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내가 그런 걸 썼던가 하고요. [1Q84]라는 작품도 있었죠. 그건 BOOK 1, 2, 3으로 되어 있어서 4도 써 달라고 독자들이 말했죠. 써도 괜찮을까 생각했지만 1, 2, 3이 어떤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1의 앞이 이런 이야기, 3의 뒤가 이런 이야기라는 것이 머리 속에서는 일단 완성은 돼 있었지만, 그 사이가 쑥 하고 빠져 있으니까 쓸 수가 없는 거죠. 


Q21. 재능이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재능이라는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결과로 판단해 갈 수밖에 없어요. 재능이 있어도 망가져 가는 사람도 꽤 있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될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Q22.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귀. 음감이 나쁘면 좋은 번역은 할 수 없습니다. 원래 영어였던 횡(橫) 문장을 종(縱)으로 고치기만 하면 무리가 생깁니다. 그런 무리가 있는 것을 읽기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면, 문장의 흐름을 귀로 듣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딱히 소리를 내지 않아도 그 문장을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듣는 겁니다.그런 능력이 필요해 집니다. 말을 선택하는 법, 구두점의 용법, 전부 그 사람의 음감으로 결정되니까요. 


Q23. 음악을 많이 들어 온 경험은 그 '귀'를 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좋은 음악을 들으면 문장도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Q24.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취재한 [언더그라운드] 시리즈 이후 논픽션 작품을 쓰지 않고 계신데, 그 이유가 있습니까?

논픽션은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걸리니까요. 이건 어떻게 해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토픽이 없으면 좀처럼 할 수 없습니다. 흥미를 끄는 토픽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얼마 전에 [고양이를 버리다]라는 책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썼습니다만, 아버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원래는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사이가 나빴거든요. 그래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언젠가 쓰지 않으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결심을 하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지만, 친척들도 거의 돌아가셨고 하니 이제 괜찮지 않을까 해서 썼습니다. 


Q25. 2021년에는 와세다대학에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가 완성될 예정입니다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우선 제가 갖고 있는 자필 원고라든가 소설, 번역본, 그리고 모아 온 레코드 같은 걸 지금부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카이브해 놓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으니까요. 그 가운데는 [노르웨이의 숲]의 첫 원고도 있습니다. 저는 그 작품을 유럽에 있을 때 이탈리아에서 산 노트라든가 항공용 편선지에 볼펜으로 썼어요. 그건  다른 곳에는 없는 자료가 아닐까요.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커져서 지금은 일본과 외국이 문학과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장소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폭넓게 일본 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모이는 장소랄까요, 넓은 의미에서 교류 센터 같은 느낌이 되었으면 합니다. 


Q26/ 무라카미 씨는 자신을 '개인적인 인간'이라고 종종 말씀하십니다. 그런 무라카미 씨가 교류 센터를 만든다고 하는 건, 뭔가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하나는 점점 저의 입장이 변해 왔다는 것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인 포지션이 생겨나서 그 나름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저는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땐 제가 아무리 개인적인 인간이고, 주변과는 관계없다고 해도 일본의 작가라는 간판을 짊어지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될 때도 있었죠. 점점 그런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도 이 라이브러리를 만들게 된 동기입니다. 



Haruki Murakami/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

1949년, 교토 출생.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 주요 장편소설에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등. 작품 대부분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프란츠 카프카 상을 시작으로 해외 문학상도 다수 수상. 또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 등, 자신이 영향을 받은 해외 문학의 번역에도 다수 관여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반복해서 보고 싶은 영화 가운데 하나는 원작 소설도 매우 좋아하는 [움직이는 표적 Harper(1966)]. [무라카미 라디오]는 Tokyo FM과 전국 37개국 네트워크에서 부정기적으로 방송중. 2월 28일 방송에서 무라카미 씨와 유니클로에 대한 뉴스를 발표할 예정(*)


(*) 그 뉴스란, 유니클로의 그래픽 티셔츠 UT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와 대표작품을 오마쥬한 티셔츠를 3월 8일 발매한다는 소식이다. 
관련 페이지 https://www.uniqlo.com/jp/ja/spl/ut-graphic-tees/haruki-murakami-murakami-radi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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