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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혜성 Apr 27. 2022

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기술로 중심 잡고 경계 확장하기

*이 글은 더 케이뷰티 사이언스 5월호에 기고된 글을 보완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2022년 Y2K 스타일이 복고의 바람을 타고 돌아왔다는 뉴스를 접하며 아름답고 감각적인 뭔가를 찾아 천리안 메이크업 동호회에  둥지를 틀었던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모노톤의 세상을 물들였던 컬러와 텍스처, 향과 감각적인 비주얼의 세상. 과감하고 다채로운 컬러를 얼굴에 얹으며 웃던 친구들. 사람과 콘텐츠의 매력에 이끌려 학위 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에서 트렌드와는 뗄 수 없는 이 산업과의 20년  인연을  시작했다. 10년은 연구원으로 10년은 브랜드 매니저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내가 가진 기술을 엮어내는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고 알려온 시간이었다.


1.     기술 트렌드 읽기

스킨케어 연구원으로서 일을 시작하며 처음 배운 것은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와 제형기술의 골격을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화장품 원료와 기술은 학위과정 중에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요 원료소재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공정을 거치면서 소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실험으로 확인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해 기술을 습득한다. 그렇게 당시 연구소 스킨케어에서는 650종 정도의 원료의 화장품 원료집(장원기)과 INCI명, 구조와 원료 상의 성상, 제형 처방에서 발현되는 특성을 정리하니 사용하는 원료와 원료가 처방이 되었을 때 변화되는 특성을 알면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제형에도 기본과 변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연구소의 처방 맥락을 이해하고 선진기업의 제품 전성분을 읽으면 화장품이란 같은 물감(원료)과 붓(공정)으로 같은 캔버스(유형)에 다른 그림(제품)을 그려내는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화가들(선진기업)은 같은 물감으로 어떤 작품을 완성하는지 궁금해졌다. 당시의 아모레퍼시픽은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가오, 고세라는 선진기업의 기술을 빠르게 배우자.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선진기업의 작품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하는 나만의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먼저, 5 선진기업의 연구소 사이트에 친절하게 정리된 주력제품을 뒷받침한 기술을 조사하고,  연구소의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논문과 특허를 찾고 올해의 IFSCC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조사하여 시계열에 따라 정리한다. 여기에 우리 연구소의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는지 어떤 제품에 적용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선진기업과의 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는다. 이과정을  년간 반복하고 결과를 아카이빙하면 5 기업의 카테고리별 핵심 기술 트렌드를   있다.

그림 1. 시세이도 미백 연구내용 정리 자료( 출처: www.cosme.net.tw중 시세이도 100년 미백 특집기획)

로레알의 안티에이징, 에스티로더의 유전학, 시세이도의 미백, 가오의 슬리밍, 고세의 리포좀같은 것이 보이면 그 기술을 활용해 각 사가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일 것인지 읽을 수있다. 흐름을 읽을 때는 연구소의 자료도 참고하지만 각 기업의 애뉴얼리포트도 참고한다. 애뉴얼 리포트는 모기업의 방향아래 어떻게 각 사업부와 브랜드 조직이 전략을 브랜드관점으로 해석해서 운영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다.wwd 랭킹10위내의 기업 애뉴얼리포트는 전체 산업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지표자료가 될수 있다.

그림 2. 로레알 애뉴얼리포트 출처: https://www.loreal-finance.com/



BASF, DSM, CRODA, DOW 같은 주요 원료사들의 신소재 자료, 신제형을 만드는 기술 트렌드와 효능을 증명하는 새로운 임상기술 트렌드가 더해지면 더 입체적인 기술 트렌드가 나온다. 주요사의 모바일앱은 정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림 3. BASF의 고객 서비스용 앱 출처:   https://dlite-global.basf.com


마찬가지로 패키징의 트렌드도 확인할 수 있다.

PCD 같은 박람회나 주요 기업들의 패키징 소재 전략과 mou체결 등의 소식은 뉴스 큐레이션 등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림 4. 패키징 트렌드 자료 출처: https://www.designrush.com › trends › cosmetic-packaging-design

 이때 RPA 같은 툴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쉽게 자료를 정리할수 있다.

그림 5. IBM의 RPA 툴 출처:IBM 웹사이트

재구매율 높아 스테디셀러가 된 제품은 수년간의 기술 축적과 그 기업의 미래의 방향을 볼 수 있는 지표 상품이다. 매년 스테디셀러의 메인 콘셉트 보드만 업데이트해도 변화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매년 업데이트되는 요소가 바로 그 기업과 그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기술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선진기업의 스테디셀러는 제품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방식도 국가별로 다르다. 우리나라, 일본, 미국, 유럽에서 표현이 미묘하게 다른데. 일본은 모식도와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하고, 유럽은 3D 그래픽 영상, 미국은 B&A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자료에 가장 신경을 써 만든다. 각 나라별 사용자들의 특성에 맞춰 흥미를 끌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같은 상품이어도 일본에서 출시한 제품은 계절이나 지역에 따른 피부 변화를 반영한 디테일한 설명이 포함되고 미국에서 출시한 경우 사용 전후의 피부 변화 컷이 포함된다거나 하는 차이가 나타난다.

그림 6. (a) 일본의 모식도 방식 출처:http://www.shiseido.co.jp (b) 유럽의 3D 그래픽 영상 (c) 미국의 B&A 사진자료 출처:shutterstock


주요 기업에서 신기술이 개발되어 논문이나 학회 발표가 되면 평균적으로 2년 내 상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기술 M&A가 일어나거나 소재 기업과 MOU가 맺어지는 소식이 들리면 6개월 정도 후 제품에 반영이 된다.

일본 기업들은 제형의 특성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폴리머에 관심이 많다. 시세이도처럼 '18년 미국의 올리보 랩의 세컨드 스킨 폴리머 기술을 인수하여 ‘20년 아넷사의 자외선 차단제에 적용한다거나 거품의 기포가 꺼지지 않게 하는 폴리머를 자체 개발해 클렌징 폼에 적용해 퍼펙트 휩 같은 메가 히트상품이 스테디셀러가 되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 4월부터는 고객의 피부 DNA 검사를 시작한다고 하니 이 결과 또한 어떤 제품에 반영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가오도 파나소닉과 새로운 폴리머를 분사하는 세럼미스트를 만들기도 했으니 폴리머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방식은 일본의 제형들이 좋은 공부소재가된다.

그림 7. Phytosteryl/Octyldodecyl Lauroyl Glutamate로 안정된 기포를 유지하는 시세이도의 센카 휩폼.
그림8. 파나소닉과분사장치를 공동개발한 kao, PHB를 분사해 피막을 만든다.


로레알은 효능 이론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기업이다. 랑콤의 제네피크를 통해 스킨 유전자 케어의 개념을 도입한다거나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개념을 뷰티산업으로 가져오는 등 바이오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LVMH그룹의 디올도 iPS기술을 선도하는 교토대 ciRA과 공동연구결과를 스킨케어 라인에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바이오 항노화기술을 뷰티에 도입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림 9. 로레알의 유전학과 마이크로바이옴 콘셉트의 키 비주얼 표현

샤넬또한 방향성이 분명하다. 부띠끄하우스의 정체성을 반영해 원료를 채취한 지역의 식물자료를 식물도감을 만들어 출간하며 종다양성같은 묵직한 주제를 풀어간다. 라다크와 마다가스카르의 식물도감은 자체로서도 사료적인 가치가 충분할만큼 훌륭하다. Capsum이라는 마이크로 플루이딕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며 무계면활성제 오일버블세럼같은 혁신 유형을 시장에 선보였다. capsum을 샤넬하우스산하에 두지않고 독립경영을 하며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할수있게 오픈하여 운영해 글로벌 세럼 제형은 수십 년 만에 가용화와 유화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일과 물이 유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벽히 제 사용감을 유지하며 텍스처의 혁명을 가져왔던 제품이었다. 이렇게 기술이 바뀌어야만 누구나 인지하는 시장의 변화가 나타나는것이 이 산업의 매력인것같다.

그림 10. 교토대 ciRA와 공동연구 결과로 나온 Dior의 스킨케어 제품과 그 콘셉트 표현 방식


혁신적인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들은 모두 히트상품이 될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기술혁신으로 만든 신제품의 성공률은 10% 수준으로 참담함 쪽에 가깝다.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훨씬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으로서 이유가 궁금했다. 기술 트렌드 분석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성공하는 상품에 대한 답을 얻기는 어려웠다.  그 시기를 브랜드 매니저들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방식을 접하면서 넘었던 것 같다.


2.     사용자 트렌드 읽기

2-1. 프로젝트팀 조직

한 브랜드의 리뉴얼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리뉴얼하는 브랜드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핵심소재를 발굴해내어 그것은 우리 사만의 기술로 가공해 효능의 가치를 높인 완성도 높은 제품을 브랜드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만들어내면서 코어가 단단한 핵심소재와 기술, 효능과 그것을 실감하는 인지품질로 브랜드의 비전을 그려내는 방법을 경험한 것이었다. 주춧돌과 대들보 없이 버틸 수 있는 집이 없듯, 브랜드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사용자가 알지 못할지라도 생각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안정성과 안전성은 기본 실력으로 갖추어야 하고 핵심소재와 기술, 즉각적 효능감과 인지품질에 대한 기대도 만족시키고 감성을 채우는 향은 물론 외관도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추어야 한다. 정말 멋진 기술로 만든 제품이어도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패키지에 담겨있지 않다면 사용자에게 선택받기란 쉽지 않아서이다. 브랜드 매니저와 함께했던 TF를 통해 연구내용을 더 이해하기 쉽고 가치 있게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했다. 정보안의 중요성 그 안에 적힌 48시간 보습이나 탄력 237%증가 같은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처음으로 사용자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TF가 끝나 론칭 행사를 함께하며 개발한 제품에 대해 판매할 직원들에게 교육했던 경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사용자가 지갑을 열게 하는 마술을 부릴 수 있는 판매직원들과 카운슬러들이 이해하기 쉽게 개발 제품의 설계의도를 풀어내면서 기술이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풀릴 때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경험했다. 가능한 많은 사용자가 이 제품을 만들어낸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면 이 제품과 제품을 탄생시킨 브랜드에 더 많은 공감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일년에 순회교육만 팀과함께 60번 다닌적도 있다..) 이런 고민과 열망이 가득했던 시기에 두 가지 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2. 고객 직접 관찰조사와 시즌 마케팅 기법 조사

요즘은 온라인 조사를 많이 진행하지만 온라인 조사를 통해서는 제품 사용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마케터와 연구원이 한쌍을 이루어 제품 사용자의 가정을 방문해 맥락을 조사하는 방식은 주니어 마케터와 연구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학습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크림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사람, 에센스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사람 등 어떤 특정 카테고리에 대해 익스 트림한 사용행태를 보여주는 사람과 평범한 보통의 사용자를 비교 조사하는 것만큼 인사이트를 주는 조사는 없었다. 같은 제품이 기후가 달라지는 곳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던가 하는 결과의 맥락도 그 지역의 고객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그제품이 받아들여지는 맥락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그동안 꾸준히 분석하던 브랜드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홍콩의 코스모프로프(11월)나 일본의 드럭스토어 쇼(3월)등은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좋은 박람회이다.  ESG를 기업단, 브랜드단, 상품단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그 하이어 러키를 이해하는데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림 11. 도쿄 드럭스토어 쇼

2-3. 빅 테크 콘퍼런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자의 일상을 직접관찰외에 데이터로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길을 잃은 느낌이 들면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공유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콘텐츠인 빅 테크의 콘퍼런스에 참석해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림 12.구글, 메타, 아마존의 콘퍼런스 키노트

매년 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기술마케팅 행사를 열어 한 해 동안 업데이트된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하고 싶어 했던 기업과 브랜드와 진행했던 협업 사례도 공유한다. 구글은 AI의 활용법, 유튜브 소비실태 및 검색방식의 변화를 리뷰하는데, 이때,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소비시간이 정체된 데 비해 유튜브의 소비시간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지, 콘텐츠에 대한 집중시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배우면서 최적의 콘텐츠 길이와 레이아웃을 정한다. 페이스북은 검색한 내용이나 포스팅에 많이 올라오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취향을 예측해 추천하는 애드테크 기술의 적용사례를 공유하고,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펼쳐 보이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Re:Invent)하는 ‘빌더(builder)’가 새로운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빅 테크의 콘퍼런스와 키노트 스피치는 가장 진보된 마텍(마케팅+테크놀로지)의 사례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예측하며 학습하기 좋다. Martech덕분에 마케팅과 브랜딩은 한 번 더 역변하게 되었다. 이제 데이터 브랜딩의 개념도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다. 광고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느끼게 하려면 어떤 화면을 어떤 내용으로 어떤 폰트로 만들어 어느 정도 기간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도 계량한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를 통해 특정 시즌 많이 검색되는 피부 고민에 대해 모니터링하거나 특정 이슈에 추천되는 제품들의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최근 올리브영은 국내 최대 뷰티 트래픽 사이트의 특성을 반영해 금주의 검색 랭킹 top. 추천상품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았다.

그림 13.올리브영의 캐치 키워드 콘텐츠 섹션

AI로 내 얼굴을 분석해 나와 가장 닮은 스타일의 유튜버를 추천해 스타일을 벤치 마크해줄 수 있게 해주는 앱도 있고. 실제로 피부와 얼굴형을 분석해 제품을 추천해주는 뷰켓과 같은 진단 기반 스토어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들은 툴은 녹스 인플루언서라는 인플루언서 별 영향력 지수를 모니터링하고 브랜드와 합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추천하는 툴도 활용하여 편하고 정확하게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한다.

그림 14. AI기반으로 나와닮은 유튜버 추천하는 잼 페이스 APP


그림 15. 피부진단 기반 제품 추천 스토어 뷰켓(Beauket)
그림 16.롱 블랙, 구독형 큐레이션 콘텐츠
그림 17. 오픈애즈(https://www.openads.co.kr/) 마케팅 큐레이션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그림 18. 유튜버 분석 툴, 녹스 인플루언서 (https://kr.noxinfluencer.com/)

판데믹의 3년간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역변시키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마케팅의 구루 필립 코틀러조차 마켓 5.0은 결국 사용자를 중심으로 기술의 역할을 정의하고 의도를 정의할 수 없으면 아무리 진화된 기술이 있어도 마케팅에는 활용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3.     트렌드를 읽고 무엇을 할까?


가오라는 기업이 있다. 식품과 화학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기업인데 가네보 인수와 함께 단번에 아시아 no.1 시세이도를 위협하며 급성장하고 있어 성장동력이 궁금했다. 그 성공사례를 기술과 함께 분석하다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했다.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이었다. 가오는 기술의 발전으로 개발된 시그니처 상품(tech-driven)과 시장의 unmet needs에서 유도된 상품(needs driven)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상품을 분류하여 각각 다른 기술과 개발 로드맵을 운용하고 있었다.

기업의 핵심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유형의 상품은 긴 호흡으로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개발을 진행해 시그니처 상품으로 육성하고, 에스노 그라피와 생활자 연구센터에서 도출된 고객의 행동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로는 사용자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뽑아내 기술 완성도는 높지 않아도 시장 수요가 발생하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그렇게 기술주도형 상품과 욕구 주도형 상품을 출시해 몇 년간 계속 추적하며 각각의 영역에서 성공률과 완성도를 높여가며 정교하게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유의 기술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여가야 하는 시그니처 제품을 줄기로하고 고객들과 호흡하여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트렌디한 제품으로 풍성한 가지를 이룰 때 큰 파도와 작은 파도를 모두 견뎌내는 단단한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사용자의 트렌드를 읽어내다 보니 어느덧 브랜드 경영자가 되어있었다.

기술도 계속 변하고 사용자도 사회도 환경도 계속 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중심인 고유기술이라는 줄기stem을 놓치지 않고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큐레이션 콘텐츠들이 경계를 확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큐레이션 콘텐츠를 통해 화장품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 제품에 내포된 요소들을 사용자와 나누는 방식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 가치는 한컷의 사진으로 영상으로 공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태도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의 외모와 말투가 그 사람의 개성을 대표하듯 브랜드의 정체성도 다양한 요소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과정과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

브랜드 빌더란 그런 과정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코코샤넬의 말처럼 패션은 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상품은 지나가도 브랜드는 남는다.

어떤 스타일을 남기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트렌드를 읽어내는 연습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내며 동시에 브랜드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가장 최신의 기술로 꾸준히 발전시켜나간다는 것.

트렌드란 중심을 지키고 단단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해 중심이 고립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에너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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