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과 검색/짜깁기로 쓴 4차산업 원고 3탄)
4차산업 논쟁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앞서 1차-2차-3차산업이 산업구조를 구분하는 기준에서 등장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산업기준은 언제 등장한 것인지부터 따져보자.
농림수산업을 1차산업, 광공업(제조업)을 2차산업, 상업, 교통업, 판매, 서비스업을 3차산업으로 구분한 것은 1950년으로 영국의 경제학자 클라크의 업적이다. 클라크는 국민소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산업을 구분하고 경제발전이 진행됨에 따라 1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비중이 전환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제발전의 목표가 1차산업에서 2차산업, 2차산업에서 3차산업을 향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새마을운동과 중화학공업 육성을 시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많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으로 경제개발을 손꼽는 배경에는 이런 경제학적 지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업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국가가 주도해 중화학공업을 육성함으로써 산업발전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클라크가 1차-2차-3차산업 순의 발전단계를 구분한 것은 1950년대로 이후 클라크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전세계의 산업은 이 틀에 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1950년 후 약 한 세대가 지나며 세계는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르는 정보화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2차세계대전 말, 포탄과 미사일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가 Z-80 CPU의 등장을 통해 PC(Personal Computer: 퍼스널 컴퓨터)로 보급되기 시작한다. 이 때 등장한 대표적인 퍼스털 컴퓨터가 애플이다. 그 전에는 국가기관이나 거대회사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던 컴퓨터가 개인과 가정, 작은 사업체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2차대전 이후 미-소간의 냉전은 핵전쟁과 핵전쟁 이후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게 만들었다. 핵전쟁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방사능과 전자파 쇼크 이후에도 가동할 수 있는 통신네트워크로 알파넷(alphanet)을 구축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민간영역까지 개발되며 오늘날의 인터넷으로 확대대기 시작했다.
PC와 네트워크의 보급은 자연스럽게 정보화혁명을 위한 기반이 되었고 1990년대부터 세계는 빠른 속도로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화혁명의 흐름을 타게 된다. 대한민국도 국민PC의 보급과 초고속인터넷통신망 보급을 통해 빠른 속도로 이 흐름에 동참하며 IT 대국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문제는 정보화혁명을 겪은 이후 지금 우리가 일컫는 4차산업으로서의 비즈니스와 비즈니스 수단들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업구분의 원조인 경제학자 클라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혁명은 빠른 속도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도 변화시키며 사회구조 저변의 문화도 변화시킨다. 이는 보다 복잡다양한 산업의 태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 4차산업이 중요한 듯 이야기하지만, 4차산업 뿐 아니라 5차산업도 등장해 발전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인다. 그 이유는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도 있고 4차산업의 충분한 발전 이후에 5차산업이 올 것이라는 단선적 사고방식 때문도 있다. 상식이란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적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까지의 산업구분은 1950년 버전으로 67년이 지난 2017년의 버전은 또다르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렇다면 5차산업은 어떤 것인가? 이는 3차산업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산업구분과 관련된다. 서비스업이라는 명칭으로 포괄적으로 부르던 산업들이 세분화되며, 존 서비스업 중 상업, 금융, 보험, 수송 등을 3차산업에 국한시키고, 정보, 의료, 교육, 서비스 산업 등 지식집약적 산업들을 4차산업으로, 취미, 패션, 오락 및 레저산업을 5차산업으로 분류하게 된다.
즉, 정보화혁명 이후의 사회변화 속에서 3차산업이 세분화되는 과정 속에 3차-4차-5차 산업이 공존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등장한 4차산업군과 5차산업군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등장해 함께 성장하고 있는 새롭게 뜨는 산업이라는 이야기다.
취미, 패션, 오락, 레저산업을 5차산업이라 부르지만, 이를 보다 쉽게 표현하자면 “먹고 노는게 일이 되는 산업”이 5차산업이다. 이는 정보화혁명의 부산물 때문이기도 하다. 정보화기기와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사람들의 삶은 더 많이 편해졌다. 모든 것이 간소화되고 집약화되었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반면, 간소화와 집약화는 노동집약적인 결과로 이어지며 고도의 스트레스와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서 휴식을 원하고 여유를 누리고 싶어하는 놀고싶은 인간의 본능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호모루덴스(Homoludens: 유희적 인간)로 표현되는 인간의 본성은 이를 문화, 예술, 취미, 패션, 레저 등의 다양한 분야로 누리고 싶어 한다. 이에 따른 신종 소비트렌드가 발생하고 소비가 있는 곳에는 생산이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런 먹고 노는게 일이되는 산업의 규모는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을 카페천국이라 부를 만큼 카페가 늘어난 이유도 삶의 공간에서 작은 여가를 누리고 싶어하는 욕구에 부응한 것이다. 연휴가 되면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에 줄을 서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다. 어떤 면에선 기존의 인프라를 가지고 더 고도의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기 5차산업일 수 있다. 따라서 4차산업과 5차산업의 고른 발전으로 시야를 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윤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