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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속 김대리 Nov 23. 2020

다이어트와 돈 모으기의 상관관계

결론부터 말하자면 꼼수는 없다

  인생에서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갔을 때가 2번 있었다. 첫 번째는 고 2말 ~ 고 3 초반이었고 두 번째는 2018년이다. 살이 갑자기 많이 쪘던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많이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먹었고 운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러 하는 운동은 원래도 좋아하지 않았다.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넘어오는 시기에는 나이가 어리니 조금만 덜 먹고 조금만 더 움직여도 살이 쉽게 빠졌다. 한 마디로 살을 빼려는 노력에 비해 빨리 빠졌다. 그러나 2018년에 살이 쪘을 때에는 피눈물이 나는 노력을 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았다. 얼마나 열심히 살을 뺐냐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통틀어 무언가에 몰두하여 열심히 한 것으로 탑 3안에 꼽을 정도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첫 한 달은 하루도 빠짐없이 평균 1시간 ~ 1시간 30분의 유산소, 근력 운동을 병행하였고 3개월간 술은 입도 대지 않았다. 3끼는 꼬박꼬박 먹되, 점심만 일반식을 먹고 나머지 2끼는 채소 스무디나 샐러드로 대체하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한 달은 단 100g도 빠지지 않았다. 말이 되는 결과인가? 만약 이때 포기했다면 나는 인생 최대 몸무게가 현재 몸무게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했다. 몇십 년을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운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고작 한 달 열심히 운동하고 먹을 것을 조절했다고 살이 바로 빠질 리가 있나? 그냥 해보자. 

  그러자 두 달째부터 거짓말처럼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1의 자리가 바뀌고 6개월 이상이 지나자 마침내 10의 자리가 바뀌었다. 이때부터는 단지 살을 빼기 위함이 아니라, 운동이 재밌어지고 입맛도 바뀌었으며 먹는 양도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운동의 경우, 플랭크를 하더라도 처음에는 30초가 버거웠는데 점점 1분, 2분, 자세를 바꿔가며 10분까지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스쿼트는 매일 100~200개 사이를 오가게 되었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 조절을 한 것은 약 2년 정도이다. 2년 정도가 되다 보니 습관으로 굳어지게 되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과 음식을 찾기보다는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요가, 스트레칭 또는 근력운동이 생각난다. 지금은 예전처럼 타이트하게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감량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요즈음 돈 모으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내 생에 가장 열심히 한 탑 3안에 드는 다이어트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이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1. 과하면 탈 난다.

  다이어트를 과하게 하다가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경우를 여럿 본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심하게 해서 없던 병이 생기거나 어딘가를 다쳐서 지속할 수 없게 되는 상태가 대표적이다. 돈 모으기도 비슷한 면이 있다. 자신의 소득 수준이나 씀씀이를 고려하지 않고 의욕만 앞서서 과하게 일을 하거나, 너무 졸라매어 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심지어 병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이어트도, 돈 모으기도 과하면 탈이 난다.


2. 인풋과 아웃풋은 정직하다.

  둘 다 '정확하게'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다이어트에 번번이 실패하거나 돈이 잘 모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는 잘못된 방법이거나 노력한 기간이 너무 짧을 수 있다.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정확한 방향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은 초반에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 또는 재테크 수단을 알게 된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끝났다면 이 2가지는 인풋과 아웃풋이 정직할 수밖에 없다. 사랑, 우정, 사람 마음을 사는 것, 변수가 많은 프로젝트 등을 보아라. 얼마나 추상적이고 가변적이며 내가 100을 투자한다고 100 이상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3. 탄력을 받는 순간 빠르게 목표에 가까워진다.

  살이 빠질 때 흔히 계단식으로 빠진다고 한다. 살이 잘 빠지다가 어느 순간 정체기가 온다. 정체기임을 알면서도 처음에 먹은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정체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어느새 살이 또 쑥 빠져있다. 정체기를 지나 탄력을 받으면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살이 빠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종잣돈 모으기 1차, 2차 목표를 만들어 두었었는데 1차는 1000만 원, 2차는 5000만 원이었다. 1차에서 2차로 갈 때 정말 지루했다. 1차까지야 1000만 원만 모으면 되지만 2차까지는 4000만 원을 더 모아야 하니 당연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2차 목표를 달성하고 나자, 1000, 2000만 원이 증식하는 것은 훨씬 수월하며 속도도 빨랐다.


4. 그냥 하는 것이 가장 빠를 때도 있다.

  어떻게 하면 살을 쉽고 빨리 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쉽게 빨리 모을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은 없다. 타고난 체질이 먹는 것 대비 살이 안 찌는 체질이거나,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는 한 평범한 사람에게 그런 방법은 없다. 3번과도 이어지는데, 정체기 비슷한 것이 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너무 바보처럼 정직한 방법으로만 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수월하고 빠른 길은 없을까? 좀 더 수월하고 빠른 길을 찾으려면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은 돈 모으기가 다이어트보다 더 그러한데, 가만히 앉아서 수월한 방법만 찾다가는 사기꾼들에게 나도 모르게 제 돈 좀 잘 부탁드립니다, 하며 피땀 흘려 모은 돈을 건네고 있을지도 모른다. 


5. 포기는 금물이다.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중간에 살이 다시 찌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역시 나는 안돼'라고 그만두면 변화는 없다. 그냥 다이어트를 '얼마간' 시도했던 것으로 끝난다. 살? 다시 찔 수도 있다. 흔들리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정말 오랜만에 약속이 생겨 음식을 맛있게 먹었더니 하루 사이에 2kg가 쪘다. 그럴 수 있다. 하루 동안 맛있게 먹고 즐거웠으니 다시 내가 하던 생활을 이어가면 된다. 그러면 며칠 사이에 2kg는 다시 빠져 있다. 돈 모으기도 마찬가지다. 돈을 열심히 모으다가 가끔 꼭 써야 할 곳에 큰돈을 쓰게 된다. 또는 너무 갖고 싶은 것이 생겨 그것을 사게 되거나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이 마침 개막하여 비싼 돈을 주고 표를 구매했다. 그럴 수 있다. 이러한 소비로 '나는 안돼,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쓸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어!'라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돈을 모으는 것은 돈을 쓰는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함이고, 어차피 쓰려고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모으는 와중에 꼭 필요한 곳에 지출했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지키기로 한 자신만의 수칙을 지키면서 다시 이어가면 된다. 



  이것들은 다이어트와 돈 모으기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에 적용될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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