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 부정적이었던 내가 순례길을 떠난 이유
<스페인 하숙> tv프로그램을 매주 챙겨 보며 재밌게 봤었지만 그저 나에게는 하나의 여행 프로그램에 불과했으며 그 길이 궁금하다거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저 길을 걷는다고 한들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했으며 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절대 못 걸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내 인생에서 그 길을 걷는 것이 버킷리스트가 될 일은 절대 없을 줄 알고 살아가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게 멈췄던 2020년, 재미없고 어떤 것도 흥미 없던 일상에서 그나마 좋아했던 여행을 못하게 되면서 이 시기쯤에 다른 사람들의 여행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순례길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 내가 그 영상을 보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모르는 이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20대 여자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던 영상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어느 순간 모든 영상을 다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순례길은 어떤 곳일까, 도대체 어떤 곳이 길래 기뻐하고 울기도 하고 그럴까, 왜 그 길을 걸을까, 차츰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다른 영상들을 조금씩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코로나로 자유롭지 못했고 또한 내 인생에서 다시는 긴 여행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기에 애써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더 이상 영상도 찾아보지 않고 순례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거부하고 회피했었다.
계속 영상을 찾아서 보다 보면, 순례길이라는 단어를 접하다 보면, 내 성격상 무조건 그 길 위에 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떠날 수 없는 여러 이유들을 생각하며 순례길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 격리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순례길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고 점점 더 순례길에 빠져들어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저 길이 뭐길래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로 생각하는 걸까, 걸으면서 어떤 여러 감정을 느끼는 걸까, 사서 고생을 하면서 얻는 게 뭘까 너무 궁금해졌고 그 길이 끝나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생각하며 나도 그 길 위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해졌다.
그 길을 걸으면 어떤 감정이 드는 건지 나도 느껴보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30일 정도를 과연 내가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순례길에 부정적이던 내가, 그 길이 너무 궁금해졌고 내 인생에 대해 방황하던 시기와 맞물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그 길이 끝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 평생 절대 갈 일 없을 거라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 남몰래 준비를 했고 마침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그 길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