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내게 있어 글쓰기는 내 인생에 주는 꽃다발 같은 거야.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삶이 감정적으로 더 풍요로워지잖아? 글쓰기와 꽃다발 만들기 모두 다듬어지지 않은 재료들을 모아 예쁘게 나열하고 잘 손질해서 보여주고픈 모습을 강조하는 일이라, 서로 닮았다 생각했어.”⠀
“내 마음 속 들판엔 이런저런 생각이 꽃으로 예쁘게 피어나. 네가 심어놓은 꽃씨에서 피어난 꽃도 있고, 내 마음에 내린 비를 맞고 스스로 피어난 꽃도 있어. 늦은 밤에 마음속을 산책하다 새로이 피어있는 꽃들을 발견하면, 나는 늘 꽃다발을 만들고 싶어 했어. 닮은 꽃은 모으고 색다른 꽃으로 느낌도 살리고, 잔가지나 덧잎은 적당히 떼어내고. 가장 예쁜 모습으로 묶어서 꽃다발을 만들고 나면 내 마음도 편해지고, 네게 나눠 줄 수도 있어서 참 좋았어.”⠀
글쓰기와 꽃다발 만들기 모두, 다듬어지지 않은 재료들을 모아 예쁘게 나열하고 잘 손질해서 보여주고픈 모습을 강조하는 일이잖아? 그래서 서로 닮았다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은 꽤 아프고 가식적인 일이더라. 가만히 두었으면 무럭무럭 자라 열매 맺었을지 모를 꽃을 꺾어내고, 나눌 수 있는 예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잎들을 다듬어야 글이 완성되잖아? 꽃다발을 만들어버리면 그 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잎 다듬기 과정이 싫어진 적도 있어. 사실 내가 진짜 보여주고픈 꽃의 모습은 상처 난 저 이파리인데, 잔뿌리 가득한 저 밑동인데. 그런 아쉬움에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어.“
“그러니까 네가 내 글에 익숙해진다면, 언젠가 꽃다발을 건네주기보다 함께 밤 산책을 하고 싶어. 산책할 내 마음 속 길은 이미 나 혼자 자주 다녀봤으니, 너를 위한 지도를 그려 줄게. 산책길에 피어있는 꽃을 네가 하나하나 보듬으며 잘 자라라고 응원해줄래? 그러고 나면 같이 꽃밭에 누워 꽃들의 모습을 감상하자. 이 꽃은 참 예쁘지만 가시가 나 있네, 저 꽃은 못생겼지만 색이 참 화사하네 하고. 그럼 난 꽃들이 그렇게 생긴 이유를 네게 설명해 줄게. 나와의 산책이 즐거웠다면, 기념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을 화분에 담아 네 손에 꼭 쥐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