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영화 <십 개월의 미래> by. 슬기
계획하지 않은 임신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몰고온다. 미래는 생각도 나지 않는 그날 밤의
실수로 임신이라는 10개월의 여정에 첫 발을 들이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리는 미래에게
이건 운명이라며 결혼하자는 윤호. 같이 막막함에 허우적대는 남자친구의 모습도 싫지만
다짜고짜 내가 책임질께, 내가 알아서 할께, 나만 믿어, 결혼 하자 등의 이야기들을 남발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은 여자들의 마음을 더 나락으로 끌고 갈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알아서
할것인지? 앞으로의 시간들 동안 아이와 함께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변화를 직접적으로
겪어야 하는건 여성인데 말이다.
그리고 후로도 미래는 많은 선택지 앞에 놓인다. 그냥 선택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클텐데 몸안엔 생명까지 있다. 영혼과 열정을 갈아넣어 일했던 회사가 성장하면서 상해로
가는 커다란 기회 앞에 미래의 현재 상태가 걸림돌이 된다. 어떻게든 그 동안 고생한 날들의
보상을 받아보려 하지만 상해가 싫다고, 너는 너가 하고 싶은거 하고 나는 집에서 애나 보라는
이야기냐며 화를 내는 윤호. 벌써 너는 '엄마' 잖아 라는 말로 미래의 앞날을 하나의 역할로만
구분지어버리는 그. 영화의 대사처럼 출산 후 주 양육자는 여성이 되고 그래서 쌓아온 커리어를
지속하기가 어렵고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이 삶의 지분을 대부분 차지해버리는
상황들. 점점 여성들이 선택지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지워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홀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한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임신 중에는 금기되는 것들
투성이고 그런 내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오로지 '아기'를 위한 것들이다. 또 출산하는
과정은 어떤가. 여성들이 겪어야 할 불편한 절차들이 있고, 특히 자연분만을 통해 출산을
하게 될때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여성의 몫인 것이다. 이렇게 불편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아기가 태어나면 그때부터가 또 다른 시작. 영화에서도 미래의 지인인 일명 '아우디 언니'를
통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그 양가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아이가 너무 예쁘지만 나는 없어지는
것 같은 그 기분,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우울한 감정까지.
미래는 결국 오롯이 10개월을 그렇게 견뎌내고 앞으로의 날들도 혼자 감당하기로 결심한다. 끝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폭력성을 보인 윤호도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선물로 앞치마를 건넨 시어머니가 될뻔 했던 사람도 선택하지 않기로 한다. 해결된 것도, 정해진 것도 없으나 미래의 미래를 믿어보고자 한 것 같다. 물론 임신과 출산, 육아는 위대하고 아이가 주는 행복감의 크기를 미혼여성인 나는 감히 알 수 없지만 그저 미래를 응원할 뿐이다. 내가 미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에 복잡함과 막막함이라는 감정에 공감하며 그저 그녀가 잘 극복해 나가기를, 너무 힘들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