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그럼 OOO이 죽었다는 말인가?’ 장례식이란 말뜻은 알지만 머릿속이 멍해져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연락이 뜸해지거나 근황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보니 그도 그런줄 알았으니까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잘지낼 사람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사나 모임에서 분위기 메이커였고 크고 작은 기획은 기꺼이 도맡아 하는 성격에 얼굴마저 늘 웃는 상이었던 그의 극단적 선택은 남은 이들을 더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마감을 어기거나 업무로 실망시키는 일이 없고 생일 파티나 이벤트 계획도 자처하던 사람. 사람과 사람을 항상 이어주고 좋은 것을 볼 때마다 알려주는 성격.
비보를 접한 몇몇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근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모습만 보여야한다는 강박에 홀로 시달렸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마비된 안면근육처럼 고정된 웃음 뒤에서 환한 표정 만큼 절망했을 마음이 택한 마지막 길이 아무쪼록 평온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할 뿐이었습니다.
“연결된 관계는 당신과 상대방을 모두 건강하게 만듭니다.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지금 당장 찬란한 모습으로 살아야합니다. 당신 삶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바로 지금 살아 숨쉬는 당신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 몰리 케이 -
캐나다에 살던 한 중년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대충 편한 차림이 유니폼으로 굳은 무채색 일상 속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의 이벤트 전단지를 돌리게 된 상황. 좀더 많은 눈길을 끌기 위해 50년대 빈티지룩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 입고 거리에 나서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와우, 너무 멋지네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군요!” “그런 우아한 모자는 어디에서 산 건가요?” “당신 드레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 기분까지 밝아져요!” “종일 우울했는데 당신을 마주친 덕에 하루가 확 달라진 기분이네요. 고마워요!”
행인들은 전단지 든 사람을 습관처럼 못 본 척하고 무표정하게 피하는 대신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걸고 찬사를 건냈습니다. 불과 몇초 사이에 생판 모르던 사람들의 마음은 다정한 대화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온기와 온기가 만난 그 순간 존재감을 되찾은 여성은 무기력과 씨름하던 회색빛 날들과 헤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날아오르는 빈티지 차림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거리에 나가 누군가를 칭찬하고 미소를 나누기로 말이지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전단지를 품에 안고 거리에 선 첫날 경험한 행복과 웃음을 기억하며 자신과 약속을 지켜나갔습니다.
날마다 To Do List를 다 지울 정도로 바쁜데 허무하고, 남한테 책잡히지 않게 애쓰는데 울화만 쌓이고, 부족함에 쪼들리지 않고 살지만 가슴 한켠이 무너져간다는 건, 마음 깊은 구석으로 밀려나 무관심에 허덕이는 내가 호소하는 신호인지도 모릅니다. 나만의 시간이 주어질 때, 정신적 여유가 있는 날, 은행잔고가 두둑할 때까지 미루다 돌아보면 턱없이 늦어버릴 시그널. 응답하라. 접속하라 지금 여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