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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기

여름 강가엔 수국이 만발한 찻집

북한강 상류 어디쯤

by 윤현희

인파로 북적이는 복잡하고 공기 나쁜 도심을 피해 여름의 싱그러운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물길의 상류로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되는 것이었다. 뭐 어디 유럽까지 갈 것도 없었다.


유럽적 풍경을 한국으로 옮겨오고 싶었던 주인장은 섬세하고도 뛰어난 심미안의 소유자인듯 했다. 인파의 유입이 시작되기 전에 텅빈 실내의 시원하고 쾌적함을 즐기는 것도 좋았지만, 클래식이 잔잔히 울려퍼지는 아침 실내에는 무엇보다도 산뜻하고 잔잔한 설레임이 떠다니고 있었다.

유유히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싱그러운 차림으로 등장한 동년배인 초등학교 여선생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질문은 서울 시내에는 왜 고가다리와 육교가 사라지는가. 한국에 오면 이동거리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현상에 대한 나의 불만이 제기한 의문이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시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데... 미관 vs. 시간=돈.... 고가다리가 무슨 미관을 어떻게 해친다는 것인지..



한국에 오면 되도록 시내운전을 하지 않으려던 노력은 지난 마지막 방문으로 종료되었다. 땅속으로 다니면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도시의 경관은 하나도 감상하지 못하고 대인접촉은 최대화된다. 약속 시간을 지켜주는 교통 수단은 지하철 만이 아니다. 실시간 위성자료를 이용한 교통앱은 목적지까지의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주므로 이제는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약속시간을 지키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방문객이고 관광객인 나는 지하로 다니며 시간을 소진하느니, 지상으로 다니면서 도시경관을 즐기기로 했다. 하늘로 날으는 고가도로는 도시의 전망을 굽어보며 광각의 풍경을 즐기게 하고, 3차원적 조망을 관망하는 일을 허락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도로는, 도시 고속을 제외한다면, 2차원적 조망만을 허락한다. 도시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고가도로와 육교를 철거하고 교통의 흐름을 지하로 밀어넣는 것은 동의할 수 없는 처사다. 적어도 내게는 비경제적이고 매력없는 도로체계다. 왜 한국만?

산수국과 일반수국의 계량종인듯한언젠가부터 한국의 거리에서 발견되는 꽃들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지지 시작했다. 수국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올해는 종류도 다양한 수국을 도처에서 마주칠 수 있어서 좋았고 7월이 되자 끝이 길게 심각형처럼 올라온 흰 수국이 교외로 향하는 도로변의 가게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서 흔들리고 있다. 그 하얗고 무성하게 피어 흔들리는 꽃이 산수국과 일반수국의 계량종인 수국임을 확인한 것은 이 강가 찻집에서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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