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색색깔의 운동화와 색색깔의 꽃무늬 스니커즈가 늘어가는 일이다.
나는 운동할 때라야 겨우 신던 굽도 없는 부드러운 신발을
그는 소소한 취미처럼 사모으고, 그렇게 늘어난 운동화 컬렉션을
이제 나는 시도때도없이 신고 나선다.
발이 열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이드는 일은...
정색하고 이야기 하자면, 계좌의 잔고가 줄어들듯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슬픈 일이고
희망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한손으로 들 수 있는 덤벨의 무게가 늘어나는 일.
더불어 뱃살의 무게도 늘어나는 건 슬픈 일이다.
운동시간에 음악에 따라 색을 바꾸던 스튜디오 조명이 때마침
보랏빛으로 바뀌자 드러나는 내 운동화에 감춰져 있던 비밀
형광색 네온이 반짝 켜지는 보랏빛 운동화.
피트니스 요가실의 복도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간.
열기를 불어 넣은 뜨거운 스튜디오에서
몸을 비틀고 근육을 찢고 늘리면서
호흡에 집중할 때라야 생각은 멈춘다.
보름 사이에 두번 째 태풍이 몰려왔고,
이번에는 북서쪽으로 대륙을 휩쓸고 지나갔다.
기습적인 태풍의 첫경험은 강력한 학습효과를 유도해
태풍이 지나간 아침에 시민들은
off grid mode로 즉각 돌입 각개전투로 대항했다.
발전기를 돌리는 가스에 중독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 메세지가 간간이 울려댔다.
다음 태풍이 안 올 수는 없다면 오더라도
두어 달쯤 숨돌릴 겨를을 주었으면.
시내의 도로가 호수로 변하는 매직은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선물했으나,
회사 서버에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아 그것은 사실상 반갑지 않은 초조한 휴가였다.
텍사스는 마침내 연방의 전력연대 체제에 들어갈 것인가.
가능은 할 것인가. 아봇 주지사는 고민이 많다.
전력복구가 늦어진다고 전력회사를 수사하면 뭐가 달라지는가.
전력회사가 파산이나 하지 않기를 바랄 뿐.
우리는 시시프스.
가꾸고 일구지만 난데없이 두들겨맞고 무너지고..
또다시 세우고 또 두드려 맞고, 맞은데 또 맞고 또 세우고..
지치고 병들 때까지 우리는 돌을 굴린다.
Houston, we got a problem, but that doesn't stop us.
물에 잠긴 세상 모든 도시들과
불에 타는 세상 모든 도시들
메말라 강바닥을 드러낸 도시들
그 모든 도시의 주민들의 마음에도 안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