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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Mar 01. 2021

시간의 총체

Prologue

  서른 번째 가을에 내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비로소 인정하게 됐다. ‘서른’이 되면, 뭐라도 돼 있을 거라 막연히 믿으며 평생을 살았는데,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참 별 게 없었다. 열정만 넘치던 스무 살 시절, 서른이 되면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높은 직책을 맡아 화려한 사무실에서 출근하며 제대로 멋지게 살고 있을 거라던 나의 상상과는 달리, 서른이 된 해에도 나는 그냥 일을 사랑하는 평범한 대리였다. 평생 간직해 온 즐거운 ‘상상’이 그저 ‘망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던 그때, 나는 한동안 방황했던 것 같다.



  당시 처음으로 내 일상의 시간을 겹겹이 채우고 있는 습관이 내 인생의 전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단한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서른의 내가 어제의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드라마처럼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뀌고, 귀인을 만나 세상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면,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쌓아온 시간의 총체다. 매일 쌓아 올린 날들이 내일의 나, 한 달 뒤의 나, 더 나아가서는 10년 뒤의 나를 만드는 거라면, 별 볼 일 없다 치부해 온 일상의 하루들은 반드시 특별해야 했다. 내가 바라고 꿈꾸던 나는, 오늘의 내가 부지런히 일하고,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일상의 시간들을 내 뜻대로 일궈 나가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로 꼬박 4년. 이제는 남들에게 추천하는 좋은 루틴들도 생겨났고, 일상에 뿌리내리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연구하는 습관들도 남아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 시간표는 ‘해야 할 일’ 혹은 ‘하기로 한 일’로 가득 차 있고, 이건 4년간 나 자신과 싸우고 화해하며 이뤄 온 작은 성취다.


  습관이 별 거냐 싶지만, 사실 좋은 습관을 기르고,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은 태고 때부터 인류를 괴롭혀 온 난제 중 난제다. 오죽했으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런 말을 남겼을까.


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그러니 오늘 하루, 사소한 습관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너무 미워하지도, 책망하지도  일이다.

이제 내가 가진 습관과 이를 쌓아 올리기 위한 과정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2021년 새해 목표 중 하나로 꾸준히 글 쓰기를 하나 삼았는데, 이 또한 이 습관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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