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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Mar 14. 2021

'물'과의 사투

하루 물 2리터 마시기의 시행착오와 작은 성과들

  성인 하루 물 권장량 2리터. 하루 권장량을 채워 물을 자주 마시는 게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혈액 순환을 도와 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이 선순환이 면역력까지 강화해준다. 피부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줘 미용적으로도 좋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너무 잘 알았지만, 하루에 2리터를 채워 마시기란 내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물을 마시면 공연히 헛배가 부르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음식을 먹고 바로 물을 마시면 젖은 장작에 불 때우기나 마찬가지라며 식사 후 30분 이후부터 물을 마시라 하셨던 과학 선생님의 생물학적 지식도 물 거부하기에 한몫을 했다. 보통 친구들은 식사 전후로 물을 찾았는데, 식사 때에도 물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으니, 심할 땐 하루에 물 한 모금도 넘기지 않은 날도 있었다. 친구들은 종종 목이 마르다며 정수기에 물을 따라 마시곤 했는데, 물을 안 마셔 버릇하다 보니, ‘목마른 기분’이 뭔 지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실 물을 안 마시는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서른 가까이 물에 대한 필요는 못 느껴왔는데, 운동을 제대로 시작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 ‘커브스’에 다닐 때였는데, ‘커브스’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체성분 검사를 하고, 관리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당연히 체지방이 근육보다 월등히 많은 C자형 커브를 그리고 있었는데, 관리 선생님께서 근육을 늘려야 한다며, 물을 자주 마셔야 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주셨다. 근조직에 수분이 촉촉하게 공급이 돼야 근육 생성이 활발해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순간, 선생님이 말씀하신 근육 생성의 원리가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면서 운동을 할 때마다 근조직에 수분이 촉촉하게 적셔지는 그림이 떠오르게 됐다. 자연스럽게 ‘물 마시기’라는 행동을 습관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중요성을  안다 하더라도 생활  ‘ 마시기라는 행동이 떠올라야 습관으로 이어지는데, 30년간  없이 살아온  패턴에 그런 행동이 쉽게 떠오를  만무했다.  마신 횟수를 기록하는 앱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수첩에  마신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모든 행위들은 행동이 이뤄진 ‘사후 작용하는 것들이라, 습관화를 위해서는 액션을 떠올릴 만한 ‘알람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눈에 띄게 하기.  동선에 물병을 두고, 물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일깨우는 방법이다. 우선 아침 출근 준비     마시기와 사무실에서 1리터 마시기를 목표로 삼고, 행동반경 곳곳에 알람을 두는 방법을 썼다.


  당시 혼자 살던 오피스텔은 욕실 바로 앞에 주방 조리대가 있는 구조라, 뚜껑이 있는 컵에 물 한잔을 담아 놓고, 출근 준비 욕실 루틴이 끝나자마자 물을 마시는 액션이 이어지게 했다. 사실 처음엔 조리대 위에 컵을 꺼내 놓는 방법으로 ‘알람’을 줬는데, 아침에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마시면 너무 차가워 괴롭다는 걸 알고 나서는 방식을 바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양치하고 나서 물 한잔을 마시면, 물이 온몸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생각보다 빨리 습관화할 수 있었고, 습관이 되고 나니, 아침이 되면 어렸을 때 친구들이 ‘목마르다’고 한 기분도 느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브리타 정수기'를 쓰는데, 자기 전에 정수해 두고, 다음 날 아침 씻고 나와 주방에 와서 한 잔 마신다. 이제는 욕실과 주방이 멀어도 습관이 돼서 별 어려움이 없다.


  다음은 오피스에서 물 챙겨 마시기. 회사에서는 워낙 정신이 없고, 일에 집중을 하다 보니, 퇴근할 때까지도 물 한 잔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아침 출근길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500ml짜리 생수 두 병을 사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 자리 위에 생수 두 병을 놓고, 오늘의 숙제라고 생각하며 업무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처음엔 이마저도 어려워서 생수 두 병 중 한 병만 겨우 마시고, 다음 날 한 병만 채워 넣는 방식으로 타협을 했었는데, 일 하다 열이 올라오거나 흥분이 됐을 때 물을 마시면 차분해진다는 효용을 알고 나니, 언젠가부터 생수 500ml 두 병은 거뜬히 채울 수 있게 됐다.


  이 생활을 몇 년째 반복하고 나니, 하루에 물을 1.5~2리터씩은 마시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게 되면서 아침 생수 두 병 사기 루틴 대신 300ml 머그 컵을 가져다 놓고, 오전에 2잔, 오후에 2잔을 채워 마시는 방법으로 하루 물 권장량을 채우고 있다. 물이 좀 심심하다 싶으면 여러 종류의 차를 가져다 두고, 타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끔 주말에 심심하면 시어머니께 선물 받은 정식 다기 세트를 가져다가 차분한 마음으로 차를 마신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물 마시기’ 습관도 이렇게 계획과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됐다. 그렇게 좋은 루틴을 만들고 보니, 어느새 근육량도 늘었고, 평생 좋아할 줄 알았던 코카콜라도 멀리하게 됐으며, 좋은 습관을 체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혼자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나와의 작은 사투가 만들어낸 큰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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