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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로 Oct 21. 2021

감정 비워내기

분류별로 나눠주세요



나와 나를 좀 먹는 내 감정을 사이 나쁘게 분리하였다면,

다음 단계는 감정 비워내기이다.


이미 감정을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평소 내었던 욱(분노)의 약 80%, 신경질(짜증)의 약 60% 이상이 줄었으며(주관적으로 느낀 과학적인 아무 근거 없는 데이터니 그냥 넘어가주세요) 그로인해 자매품으로 이불킥과 감정의 널뛰기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감정을 분리하는 3가지 처방을 진행한 지 약 3개월이 지나니

나에 대해 가장 직설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온화하며 사람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가족 구성원은 내게 1988의 주인공 언니 같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물론 나는 그 시리즈를 보지 않았지만 대충 어떤 성격일 지는 예상이 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그 순간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지 내 안에 그 부정적인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기쁨과 행복, 기대와 신뢰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들어올 공간을 가득 차지하고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평안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내 마음 안에서 이 감정들을 비워내는 과정까지 모두 완료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어져야 할 지 전혀 모르고 있을 때,

가정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밤을 꼬박 세울만큼 주체할 수 없이 나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차게 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내 감정을 비워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1. 감정 분류하기

2. 글로 표출하기

3. 표현하기



1. 감정 분류하기


주로 이 작업은 앞선 감정 분리하기의 산책 단계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산책하기를 진행하지 않았거나, 아직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 지 제대로 알 수 없을 때,

나는 감정을 제일 먼저 표를 만들어 분류했다.


"부정적"이라는 한 단어로는 모든 감정이 표현되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 내에도 다양한 감정이 있어서 이 부분은 로버트 플루치크(Robert Plutchik)의 감정의 바퀴 내에 있는 8가지 기본적 정서 중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예를들면, 단순히 "화가 나!"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화 밑단에 어떤한 감정들이 숨어있는 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화가 나는 데 이 화가 속상한 것인 지, 억울한 것인 지 살펴보고 또 화 뿐만 아니라 다른 복합적인 감정(슬픔, 두려움, 미움)과 같은 감정들이 함께 있는 것인 지 살펴봤다.


내 감정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만으로 두루뭉술했던 나의 감정이 더 선명해지고,

그로 인해 내가 어느 부분이 부정적이었는 지 그때의 상황을 더 명확하게 재구성할 수 있었다.



2. 글로 표출하기


이 단계는 분리수거된 쓰레기와 재활용품들을 마침내 비워내는 단계이다.

내 감정들이 어느 정도 나에게서 분리가 되고,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 지 확실해졌다면 그 다음은 글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써내려갔다.


일기 외에는 써본적도 없고, 일기도 드문 드문 작심 3일인 사람인지라 글로 감정을 써내려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아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리고 다른 이에게 분출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던 위로나 해답을 찾지는 못 했다.


그래서 두서없이 적었다.

누군가를 보여줄 것도 아니고 내가 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기 위해서 써내려간 가장 솔직한 글을.


때로는 15분, 때로는 한 시간 씩 그렇게 앉아서

가끔은 한 숨 쉬며, 가끔은 눈물을 터뜨리며 그렇게 써내려간 글이 나를 살렸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분노의 타자질을 하다가,

중간쯤 되면 조금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마지막이 될 때에는 차분해진 마음으로 나를 다시 한 번 더 다독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로 다 쏟아내고 나면

내 마음에 남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겠지만

더이상 사로잡혀 있지는 않게 되었고

그렇게 비운 자리에, 좀 더 평화로운 감정들이 생겨났다.



3. 표현하기


어떠한 감정들은 글로 표현하고 난 후,

내 마음과 내 글에만 담아놓을 감정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표현이다.


극도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분리되고 비워내져 정제된 감정으로

꼭 해내야 하는 말은 표현하게 되었다.


여전히 나의 솔직한 감정 표현에 서툴 또 인간 관계에 서툴지만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사과하고, 또 사과 받고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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