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커 Nov 27. 2023

직장 기술(인센티브 조르기)

상사 길들이기

상사 호감을 사는 방법은?

회사 인센티브 받는 방법은?


- 일 잘하는거다.


그러나, "일"과 "잘하는" 판단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혼란스럽다.


어떤 이에게 무조건 결과가 좋아야 하고, 어떤 이에게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또 다른 이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태도"에 관한 기준도 다른데, 혹자는 열정으로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긍정적인 자세나 시키면 뭐든 하는 군인 같은 태도로 말한다. 우리가 직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과 상사에게 인정받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은 직장인이면 누구나 안다.


상상 속의 완벽한 직장인은 없고 직장 생활 '잘하는 것'은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회사 생활 '마음대로' 하면 '돌+아이'가 되어 직장에서 곤욕을 치르게 된다.


회사는 엄격한 조직이며 생존해야 하는(돈 벌어야 하는) 목적이 있다. 회사는 체계와 권한을 규정하여 조직을 움직이는데, 권한이 많은(높은) 사람이 돈의 쓰임새, 역할(자리)을 정할 수 있다. 즉, 나의 회사 생활이 상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말을 어렵게 해본다!


회사는 냉정하게 직장인들의 일을 정하고, 월급을 결정한다. 이 지점에서 상사에게 충!성!하는 직장인이 있다.



[H차장의 회사 기술]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H차장"을 주인공으로 소환한다. H차장은 상사를 구워삶는 이야기의 적절한 예이다. 난 직장 10년을 넘기면서, H차장의 회사 기술을 인정하게 되었다. 삶이 다양하듯, 회사 기술도 다양하다.


H부장은 상향식(?) 가스라이팅(물고 빨아)해서 인센티브를 타 먹었다. 당시에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없었다. '구워삶는다', '물고 빨다‘, ‘갈구다’ 정도의 저급한 용어만 있었다. H차장은 K부장의 입에서 '조직의 목적'에 역행하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H차장의 상향식 심리적 지배에 푹 빠진 K부장은 그의 기술에 흠뻑 취했다.


K부장은 술에 취해 이렇게 말하곤 했다.

- 일 잘하는거 필요 없어. 재미있게 일하는 게 최고야.

K부장은 '일은 어떻게든 돼!'라는 말을 더하기도 했지만, 그는 H와 함께한 회사 생활이 꽤 즐거웠던 모양이다.


일은 된다. H차장이 하지 않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하게 되고, H차장은 K부장이 회사에 나오는 게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됐다. H차장은 상사를 분석하거나 행동을 통제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냥 직진 '상사 바라기' 태도였다. 시키면 하고, 부장은 옳다. 개인 생활도 상사에게 맞춰 생활하는 대놓고 상사 순종적인 삶으로 회사 생활을 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굽신거리며, 난 당신의 사람이라고 다가갔다.


내성적이고 실무형 K부장은 외톨이었다. 사실 대부분 리더는 외롭다. K부장은 회사에 불만이 많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관리직군'의 전형적인 까칠한 태도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K부장은 (그가 힘들었던 이야기는 몇 번의 회식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 학창 시절 그는 우등생이었고 괜찮은 대학에서 학점도 좋았다. 회사에서는 규칙을 잘 따르고, 무리한 요구에도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묵묵히 수행했다. 그는 회사를 욕하거나 불만을 표시할지언정 상사나 회사 제도에 맞서지 않았다.


H차장은 K부장에게 직진했다. 불도저처럼 '나는 상사 바라기입니다.' 대 놓고 선언했다. 아무리 까탈스러운 상사라도 '널 이해한다.' '너 말이 맞다.' '넌 대단하다.' 라고 직진하면 상사는 감정적으로 무장 해제된다. 직진하는 직장 후배가 징그럽게 느껴지다가 오히려 귀엽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결국 H차장은 K 부장과 회사 친구가 되었다.


요즘 넷플릭스 다큐 콘텐츠 스타일로 "독재자 되기", "사이비 교주 되기" 같은 방식으로 요약하면,


못난 척 다가가서 복종한다.

도움을 받는 척 도움을 주고, 만나는 시간을 늘려서 친분을 쌓으며 고립시킨다.

다른 사람 만날 여유를 주지 않는다. 회사 내에서는 어디든 함께 한다.

충분히 신뢰가 쌓이면 작은 비밀들을 공유하며 서로 얽히면 거의 다 왔다.

이제부터 징징거리면 된다.


((SHOW ME THE MONEY!))

가족 이야기, 가정 이야기, 어렵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한다.

결정적으로 인센티브 지급 시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면 된다.


난 주로 1단계 '복종 단계'에서 실패했다. H차장은 달랐다. 100% 성공하여 인센티브를 따냈다. K부장을 버리고, J부장으로 갈아타면서 인센티브 타 먹기에 성공했다. 권력이 바뀌면 전광석화와 같이 돌아서는 강한 심장도 가지고 있었다. H차장의 신비로운 기술을 알기 전에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반기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지 몰랐다. '애가 넷인데, 얼마나 많이 먹는지, 학원비가 얼마인지' 수시로 떠들었다. 그는 인센티브 시즌이 되면 본능적으로 회사 기술을 발휘했다.


자~ 따라 해 볼까?


인센티브 시즌이다. 인사 시즌이기도 하다.

인센티브 조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인센티브 주고 싶은 사람이 될 것인가?


인센티브? '일' 잘하면 된다. 일' 잘하는 게 뭐지? '성과'가 뭐지? '역량'이 뭐지?

21세기에도 H차장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사도 사람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회식 만취 귀가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