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즈 Nov 11. 2020

햄버거와 인간 온도계

슈퍼을 열아홉 알바생의 버거왕에서 살아남기 - 먹고 살기 힘들다 ep.2


< 먹고 살기 힘들다 >

부제 : 슈퍼을 열아홉 알바생의 버거왕에서 살아남기


ep.2 - 햄버거와 인간 온도계


줄거리 : 유럽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후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계획이 망가지는 걸 지켜보던 열아홉 백수는 이 시국이 끝나는 날을 기다리며 자본주의 사회에 발맞춰 금전적 대비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친구의 꼬드김에 갑작스레 입사한 버거왕. 아무것도 모른 채 주휴수당만 바라보고 일을 시작했던 그 때는 몰랐다. 내가 일하게  곳은 지하철 1호선 뺨치는 무법지대라는 것을….





저기요, 지금 장난해요?


 정신없이 바쁜 점심 피크 타임, 갑자기 카운터로 오더니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나를 째려보는 손님에게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냐며 묻자 비수 같은 짜증이 날아온다.


 “아래쪽 햄버거 빵은 따뜻한데, 위쪽 빵은 차갑잖아요. 이게 말이 돼요? 제대로 만들어야지.”


 그러더니 옆으로 다가온 수석 매니저님의 손을 낚아채는 손님. 손등을 빵 위쪽으로 가져다댔다. 내 손도 잡아끌어 거의 반강제로 빵의 온기를 측정하게 한 손님은 얼굴에도 불만이 가득했다. 주문 사항을 알려주는 스크린에 띄워진 주문이 10개가 넘는 와중에 계속 화를 내는 손님에게 “한 번 쪄드릴까요?” 하고 묻자 코웃음을 치며 “쪄요? 채소도 뜨겁게 먹으라고요?” 하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결국 다시 만들어 드리겠다며 보드(햄버거를 만드는 곳) 크루들에게 A메뉴를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전달했다. 그리고 메뉴가 나오자 매니저님이 버거를 가지고 손님에게 가 허리를 연신 숙이며 새 제품을 건넸다.


 자, 아마 여기까지 읽으시면 그 손님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실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어이 없었던 이유를 정리해보자면.


 1. 원래 윗쪽 빵은 더 차가울 수밖에 없다 :

- 버거 온도 보호를 위해 고객의 픽업 전까지 따뜻한 철판 위에 올려놓는데, 철판에 닿는 부분이 아랫쪽 빵이기 때문.

- 빵 바로 아래에 상추와 토마토가 위치하므로 시간이 지나면 빵의 온도를 두 채소가 뺏어가기 때문.

 2. 그리고 그 손님은 버거가 나왔다고 10번이나 소리 쳤는데도 혼자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10분 가까이 버거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10분이면 국밥도 식습니다.


#제에발그만들좀하세요





<먹고 살기 힘들다>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2.5단계 시국 패스트푸드 알바 후기. tx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