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생존법, '계좌 분리'의 원칙
저는 아직 젊은 편입니다. 처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여유가 있었던 사람도 아닙니다.
저 역시 개원 초기, 다른 원장님들처럼 약 2억 원의 빚을 지고 병원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수의사는 "개원만 하면 인생 핀다"는 보장된 직업도 아니었고, 저 또한 큰 욕심은 없었습니다.
솔직한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월 500만 원만 벌어도 충분하다."
당시 페이 닥터로 받던 월급이 세후 500만 원 정도였으니, 막대한 대출 이자와 리스크를 감안하면 굳이 개원을 할 경제적 이유는 크지 않았습니다. 선배들은 "개원한다고 환자가 몰려올 것 같냐"며 말렸지만, 저는 그냥 해보고 싶었습니다. 안 되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나 따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다행히, 병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출이 오르는 그 순간에도 늘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상태가 영원할까?"
오늘은 제가 빚더미 속에서도 어떻게 '나만의 시드머니'를 지켜냈는지, 그 고집스러운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개원 당시, 저는 학생 때부터 페이 닥터 시절까지 악착같이 모은 돈 1억 원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 1억 원을 개원 자금에 보태서 대출(빚)을 2억에서 1억으로 줄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자가 나가니까요.
하지만 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개원 자금 2억 원은 전액 대출로 충당하고, 제가 모은 1억 원은 1원도 섞지 않고 별도의 주식 계좌로 떼어놓았습니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신의 한 수였습니다.
병원(사업)의 돈: 언제든 매출이 꺾이면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돈'
내 돈(시드): 내 노후와 미래를 책임질 '안전한 씨앗'
저는 이 둘을 철저하게 분리(Separation)했습니다. 만약 제가 1억 원을 병원에 쏟아부었다면, 병원이 휘청거릴 때 제 인생도 같이 휘청거렸을 겁니다. 하지만 돈을 분리해 두었기에, 저는 병원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냉정하게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결혼 전, 저는 벌어들이는 돈의 약 90%를 주식 계좌로 보냈습니다. 누군가는 "독하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저는 억지로 허리띠를 졸라맨 적이 없습니다.
옷이나 명품에 관심이 없었고
남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즐기지 않았으며
술자리나 과시적인 소비는 제 성격과 맞지 않았습니다.
쓰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돈이 남았습니다. '돈은 쓰는 맛'이 아니라 '모이는 맛'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단순한 성향 덕분에, 제 시드머니는 빚 2억 원이라는 짐 속에서도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불어났습니다.
제 돈에 대한 관점은 꽤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읽은《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제 머리를 강타했거든요.
수입과 지출의 차이 (Cashflow)
자산과 부채의 명확한 구분
열심히 일해도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부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저는 대학생 시절부터 도서관에서 경영·경제 책을 탐독하며 친구들에게 "돈은 허상이다"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곤 했습니다.
(당시엔 괴짜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 유튜브를 보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신기했습니다.)
투자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대박 종목을 잡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크게 잃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국내 주식에 투자했고, 그 결과 제1억 원은 섞지 않고 단단한 눈덩이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돈은 지금 섞여 있나요, 분리되어 있나요? 오늘 당장 이 3가지를 점검해 보세요.
1. '통장 쪼개기' 실행하기 급여 통장(생활비)과 투자 통장(자산)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세요. 월급이 들어오면 투자 통장으로 먼저 이체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해야 돈이 모입니다.
섞어 놓으면 무조건 다 쓰게 되어 있습니다.
2. 나의 '저축률' 계산해 보기
[ (수입 - 지출) ÷ 수입 × 100 ]
당신의 저축률은 몇 퍼센트입니까? 10% 미만이라면, 당신은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50%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시작하세요.
3. 자본주의 필독서 1권 읽기 아직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지 않으셨다면, 이번 주말에 꼭 읽어보세요. 돈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07화. 당신의 돈은 '배터리'입니까, '모래'입니까? : 시간과 젊음을 썩히지 않고 저장하는 법
빚을 내서라도 시드를 지키고, 90%를 저축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단순한 현금 저축은 내 시간과 젊음을 저장하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충전해도 에너지가 줄줄 새는 '구멍 난 배터리'에 제 인생을 갈아 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구멍을 막고, 내 돈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진짜 배터리(자산)'로 옮겨 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