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s Kang Mar 19. 2022

왜 하필 미국에서 역사 교사가 되었는가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미국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다

올해로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중학교에서 미국사를 가르친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 간다. 미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필수 과목 말고는 영어로 된 강의는 죄다 피해 다니던 나에게 미국에서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역시나 언어 장벽이었다. 토론을 이끌거나 에세이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할 일이 없고, 수요가 높아 모셔 간다는 수학 혹은 과학 교사가 될까를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주변에 고민을 상담했을 때 모두가 “좀 더 쉬운 길을 두고 왜 돌아서 가느냐?”라는 말을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 교사가 부족하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지만 사실 대도시에서는 한 해에도 수백 명씩 쏟아져 나오는 신규 교사들의 대부분이 공립학교에 취업이 안돼서 기간제 혹은 대체 교사를 1~2년 이상씩 하거나 운이 좋은 경우 대안 학교 혹은 사립학교에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관련 교사들은 취업이 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학/과학 교사라고 무조건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수요가 많고, 수학/과학 교사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해 조금 더 쉽다는 것이 현실에 조금 더 가까운 평이다.


미국에서 교사를 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수학/과학이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쳤다 하더라도 수학/과학으로 전향을 하지만 미국인들의 경우 수학/과학 전공이 아니었던 경우 만만한(?) 역사 교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교과의 경우 과목 수가 가장 다양하고, 역사, 경제, 정치, 인류학, 사회학 등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가르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 교사의 자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신규 예비 교사들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역사 교사 자리를 놓고 치르는 경쟁은 생각 보다 치열하다. 이렇게 미국 내에서도 지원자가 많은데, 읽고, 쓰고, 토론하는 일이 영어 수업만큼 많은 역사 수업을 미국에서 학교 한 번 다녀보지 않은 사람에게 맡길 교장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내가 교직 이수 프로그램을 무사히 끝낸다고 해도 구직을 할 수 있을까, 구직을 하더라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꼬리를 물었지만 결론은 역시 역사 교사였다.


역사 혹은 철학을 공부했던 사람들, 특히 이러한 인문학을 제1 전공도 아니고, 제2전공으로 했던 소위 “문사철 꼴통” 들은 이해 하겠지만 사학도와 철학도들은 전공에 대한 괴팍한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다.  정말 사랑하는 학문인데 순수학문은 돈이 안되니 하지 말라는 세상, 그리고 부모님과 싸워가며 했던 공부라 마음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순수했던 건지 무식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현실과의 타협을 뒤로하고 선택했던 역사, 나이가 들었다고 그 마음 어디 갈까.


첫 직장도 아니고, 대학 졸업한 지 10년이나 지나, 그것도 타국에서 도전하는 새로운 직업을 조금 더 쉽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로 갖고 싶지는 않았다. 도대체 왜, 하필 역사 교사인가? 답은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 교육 분야에서 가장 난도질을 많이 당하는 과목이기도 하지만 지난 5년의 여정은 즐거웠고, 이 무식하고 용감한 선택을 했던 내 과거의 자신에게 무한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