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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이 Sep 22. 2020

내 대학생활은 '치인트'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어설프게 이상했지

*치인트(치즈인더트랩)을 모르는 분들께 간단한 설명. '순끼'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재한 캠퍼스 배경 웹툰. 로맨스 장르이지만 캠퍼스라는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다*

네 이젠 저도 4학년이구요... / 치즈인더트랩 中

웹엑스를 처음 킨 16학번, 내가 제일 고학번이라고?

복학만 두번째, 가지각색의 대학생활을 해봤지만 모든 수업을 싸이버로 진행하는 학기는 또 처음이다. 막학기인데도 21학점을 꽉꽉 채워 들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개의 수업 중 2개는 실강 (실시간 강의라고 한다)이라서 웹엑스를 어렵게 깔아봤다. 60명 정도 할까, 복작복작한 수업에서 놀라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16학번이 제일 고학번..?


아, 그제야 나는 화석이라는 말을 알 것만 같았다. 이제는 헌내기라며 아쉬움 가득한 대화를 나누던 21살도, 대외활동을 휩쓸며 '아직은 어리구나..!'라는 위안을 애써 학교 밖에서 받았던 22살도, 학교에 돌아온 남동기들의 어색한 모습을 보며 낄낄대던 23살도 지났다. 

동기들 몇몇은 이미 취업을 대학원생 했고 우리 학번 단톡방은 폭파된지 오래. 과잠을 못입는다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하던 시기와, 혼자 밥을 먹어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던 시기,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던 나날을 지나 이제는 정말 고인물이 되어버렸다. 


  

어느새 홍설 나이를 넘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다섯 해 동안 대학생활을 했지만 단 한 순 간 도 드라마 같지 않았다. 대학에 대한 환상을 가득 갖고 있던 고등학생 시절, 웹툰 치인트를 보며 캠퍼스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현실은 상철선배(고학번, 팀플 프리라이더, 민폐)라며 겁주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별로면 얼마나 별로일지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막상 대학생활을 시작하니 이렇게나 모든게 어설플 줄은 몰랐다. 사람들과 어설프게 싸우고, 어설프게 욕먹고, 어설프게 나쁜 짓 하다가 (걸리고), 어설프게 친구를 사귀고 공부하고.. 그런데 돌아보니 좀 재밌긴 했다. 나름대로 즐겼고 행복했다. 


치인트의 주인공처럼 학점을 요령껏 챙기지도 못했고,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처럼 불타는 열정으로 제 할일을 지켜내지도 못했다. 주인공 타령도 할 것 없다. 굳이 분류를 나누자면 드라마 속 얄미운 엑스트라 1 즈음으로 살았다. 그래도 스스로의 인생이라고 만족스럽다. 


드라마처럼 환상적인 순간들은 거의 없었고 목막히는 스토리에 탁 터지는 사이다 결말도 딱히 없지만 (?) 그래서 더 웃긴 순간들도 많았다. 이젠 반년도 남지 않은 대학 생활.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만큼 '엑스트라 대학생활' 시리즈로 기억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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