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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7. 2023

절대 쓸 일이 없길 바라는 심폐소생술 수업을 듣다

간절함이 기적이 되기를.



머릿속에 아이를 살려야겠다. 숨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진 7살짜리 아이를 심폐소생술로 살린 경찰관이 한 말이다. 음식이 목에 잘못 걸린 것도 아닌데, 아이는 밥을 먹다가 정말 쿵! 하고 쓰러졌다.

아이의 어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때 한 사람이 정신을 잃은 아이에게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하고, 그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그의 직업은 경찰이었고, 옆에서 아이가 의식이 돌아오는지를 확인한 부인의 직업은 보건소 직원이었다.

만약에 경찰, 보건소 직원 부부가 옆에서 밥을 안 먹고 있었더라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갑자기 아이가 쓰러졌다면? 망설이시겠어요? 손 내미시겠어요?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저 기사에 눈길이 간 이유는 얼마 전에 회사에서 들었던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기 사용 방법'에 대한 수업 때문이었다. 드라마에서 많이 봤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주제이긴 했지만, 119도 있는데 굳이 내가 배울 필요가 있나 하여 메일을 닫으려는 순간, 저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집에 계신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협심증으로 돌아가셨고, 할아버지께서는 더 일찍 고혈압으로 돌아가셨다. 나이가 들수록 뇌나 혈행 관련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크니, 만약을 대비하여 들어두는 게 여러모로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저런 일을 겪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그렇게 듣게 된 심폐소생술 수업은 굉장히 유용한 동시에 듣기가 힘든 수업이었다. "만약에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요?"라는 문장에서 가정된 상황들은 살면서 1도 겪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임산부 친구가 호흡을 멈췄다거나, 부모님께서 뇌질환으로 의식을 잃었다거나, 친구가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렸는데 잘못 알고 등을 쳐서 기도가 떡으로 꽉 막혔다거나 등등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상황들이었다. 단순히 가정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목울대를 쳐댔다.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의식, 하나는 숨이다. 의식과 숨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심폐소생술은 하면 안 된다. 그게 무슨 상황인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적십자 선생님께서 쉬운 예를 들어주셨다.
첫 번째, 숨은 쉬는데 의식이 없을 때는, 갑자기 계단을 걷다가 굴러 떨어져서 의식은 잃었으나 숨은 쉬고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두 번째, 의식은 있는데 숨을 안 쉴 때의 예는 인절미를 먹다가 기도가 막혔을 때다. 이 두 가지 상황일 때에는 심폐소생술을 해서는 안된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 환자가 의식도 없고 숨도 안 쉴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실행해도 된다.




심정지 후 6분 안에 응급조치를 받으면 생존율이 3배까지 높아집니다


우리는 심폐소생술을 왜 해야 하는 걸까? 119가 어차피 올 거고, 솔직히 잘못했다가 더 잘못되지는 않을지, 혹은 잘못되면 그 책임이 모두 나에게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 그 이유는 심정지 후 뇌손상이 오는 시간과 구급차가 도착하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의식과 숨이 사라졌을 때 5분이 지나면 뇌에 손상이 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히 인구가 많은 서울에서 구급차가 오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 말인즉슨 길이 막히거나, 누군가가 길을 터주지 않아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살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누군가가 심폐소생술만 해주어도 살아날 확률이 2~3배나 된다고 하니 두렵긴 하지만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으로 나뉘는데, 요즘에는 인공호흡이 하기 힘들면 가슴압박이라도 해달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숨이 없는데, 가슴 압박만으로 무슨 소용이냐 하겠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마지막 들이마신 숨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고, 따라서 가슴압박만 해주어도 살아날 확률이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공호흡은 차치하고서라도, 가슴압박이라도 제대로 배우자고 다짐했다. TV에서 보았을 때 가슴압박은 꽤 쉬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웠다. 일단 오른손을 아래에 두고 위에 손을 같은 모양으로 포개어 아래에 있는 손가락에 깍지를 끼우고, 아래에 있는 오른손의 손가락을 모두 위로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잘못 압박하다가 환자의 갈비뼈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깍지 낀 손바닥을 환자의 양 쪽 유두선의 가운데에 두고 1분에 100회를 압박해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가슴이 성인 몸통의 1/3, 약 5~6cm 정도 들어가도록 힘차게 눌러주어야 한다. 보통 여자들은 그 힘에 못 미치고, 남자들은 너무 세게 누른다고 한다. 이게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팽창해서 원래 자리로 가슴이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힘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 모형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세게 나의 머리와 몸이 흔들릴 정도로 압박을 해주어야 해서 1분에 100회 채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머리 사이로 땀이 흘렀. 그래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2명이서 함께 하여, 한 명이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는지 관찰하는 동시에, 다른 한 명이 가슴 압박을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한 명이 가슴 압박을 100회 정도하고 나면 의식이 돌아오는지 관찰했던 사람이 가슴 압박을 할 준비를 마쳐, 박자에 맞춰 빠르게 교체하는 방법이다.



우리회사 허브에 있는 자동 심장 충격기


그러면 자동 심장 충격기(구. 심장제세동기)는 언제 사용하는 것일까? 심장이 발작을 일으키거나 리듬이 불규칙할 때에 쓴다고 한다. 쓰는 방법은 기기에 자세히 쓰여있어 그대로 하면 되는데, 그때 지켜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있다.
먼저 심장충격기를 사용할 때 환자의 주변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 만약에 환자의 가족이나 누군가가 슬프다고 해서 그 환자의 몸을 잡는다든가 가까이 위치해 있다면, 그 전기가 옆 사람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쳐 그 사람의 심장까지 정지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자동 심장 충격기에 쓰여 있는 대로 패치를 붙여야 한다. 왼쪽 겨드랑이와 오른쪽 가슴 위에 붙여야 하는 패치를 잘못 붙이면 효과가 없지는 않으나, 그 효과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니 자동 심장 충격기에 쓰여있는 것을 잘 보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 하얀 옷에 안경 쓰신 여성분. 도와주세요!


만약에 내 눈앞에서 누군가가 쓰러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기사에 나온 7세 아이가 내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쓰러진다면 보호자와 같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할까? 만약에 쓰러진 게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담감은 크지만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돕는 것이 맞지 않을까?


최근 들어 정말 세상이 흉흉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작년 10월 잊지 못할 이태원 할로윈 사고부터 시작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흉기 난동까지 뉴스창을 띄우기가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 심폐소생술이기는 하지만, 만약 내 눈앞에서 위와 같은 응급 상황이 닥쳤을 때 눈 감지 말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 관련링크

1. "사람 돕는 게 직업"…밥 먹다 식당서 '7살 아이' 살려낸 부부가 하는 일, 인사이트

https://giphy.com/gifs/wHOqecGJYd6vWWi2pd

2. 심폐소생술, 당신의 작은 행동이 생명을 살립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상식, 네이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843268&cid=55605&categoryId=5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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