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쯔푸바오 크어이마? (支付宝可以吗?)

카드 사회를 건너뛰고 모바일 사회로 도약한 중국의 재발견

by 오스틴

서울 여자, 2016년 중국 항저우로 타임슬립 하다

1화. 쯔푸바오 크어이마? 카드 사회를 건너뛰고 모바일 사회로 도약한 중국의 재발견


"지금 몇 시지?"

꿈속을 헤매는 와중에도 혹시 아침 7시가 넘었을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아침 8시였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다가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뭐지?"

우리 집이 아무리 크지 않기로 소니, 내가 침대에서 방방 뛸 정도의 높이는 된다.

그런데 일어나 앉자마자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마치 납치라도 당한 주인공처럼, 아니 아니, 전 날 술을 심하게 마셔 다른 집에서 자고 일어난 주인공처럼 자못 불안한 눈길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긴 3년 전 내가 항저우에서 살던 집...?"

눈을 뜨고 일어나니 나는 이유조차 알 수 없이 2년 전 중국의 항저우로 돌아와 있었다.

스릴러 영화 주인공보다, 전 날 술을 심하게 마셔 다른 곳에서 눈을 뜬 주인공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타임슬립 소재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전자의 둘은 현실에 살기라도 하지, 나는 지금 이유도 모른 채 현실을 거꾸로 등지고 2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의 여자 주인공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3년 전, 회사에서 신규 시장 조사를 위해 나를 중국 항저우로 파견을 보내 이곳에서 1년 동안 살았었다.

사람들은 내가 중국에 간다고 하니, 하필 많고 많은 나라 중 왜 중국을 선택했냐고 물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선 여전히 중국은 미개하고, 야만적이고, 조금은 더러운 곳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중국이 얼마나 거대한 기회와 엄청난 잠재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지.

명품 짭퉁을 만든다고, 애플이나 삼성이 뭘 내면 바로 똑같이 따라 해서 비슷한 이름으로 낸다고 조롱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지라도 어쨌든 모든 것을 빠른 시간 내에 그 정도로 따라 해서 내는 것은 웬만한 집념과 에너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의 따라오는 속도는 이제는 너무 빨라서 중간의 단계들을 건너뛰는 경지에 이르렀다. 중국은 정말로, 그렇게 무시할 수 없는, 무시해서는 안 되는 나라라는 의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2016년 항저우로 돌아왔고, 언제 다시 2019년의 서울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핸드폰 하나를 끌고 집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까르푸(家乐福)로 향했다.


중국은 살기가 너무 편리하다. 어딜 가든 핸드폰 하나만 들고 가면 모든 게 해결이 된다. 서울도 많은 것이 모바일화 되어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알리페이(쯔푸바오)만 한 것이 없다.

삼성 페이는 애플 핸드폰에서는 되지 않고, 카카오페이는 사용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스타벅스에 카카오페이를 들고 갔다가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그 뒤로 사용하기를 단념했다. 그리고 작년 말, 서울시는 제로 페이를 막 론칭하였으나, 판단이 이르긴 하지만 얼마나 사용할지는 알 수가 없다. 결국에는 카드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삼성 페이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 페이는 2015년 말에 막 상용화되어 내가 중국에 온 2016년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였고, 아직 홍보 중인 단계여서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에 비하면, 200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이미 자리를 확고히 잡은 알리페이(쯔푸바오)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어딜 가도 알리페이 QR 코드만 보여주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었고, 내가 쓰는 중국 건설은행 계좌와 연동이 되어 있어 체크카드처럼 자동적으로 빠져나갔다. 심지어 카카오 같은 메신저 앱인 위챗에도 위챗 페이 기능이 있어 알리페이와 같이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각주 1 참고).

그뿐만인가. 우리에게 은행 계좌이체로부터 자유롭게 해 준, 카카오 뱅크나 카카오페이가 이렇게 보편적으로 쓰인지는 2 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매번 친구에게 돈을 보내려면 은행사 앱에 들어가서 보안카드와 내 계좌 비밀번호를 누르고, 친구의 계좌 번호를 눌러 송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매번 견뎌야만 했다.

하지만 위챗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친구들끼리 빈번하게 알리페이로 돈을 쉽게 주고받았고, 심지어 '더치페이' 기능도 있어서 자동으로 계산해서 입금해야 할 금액을 뿌려주기도 한다. 이 얼마나 유용한 핀 테크 세상인가.


중국의 따라잡기 속도는 굉장히 빨라 중간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발돋움한다고 이야기했다. 카드라는 매개체를 건너뛰어 모바일로 한 번에 돋움을 한 중국을 정말 우리는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다음에는 과연 또 무엇을 건너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



"支付宝可以吗? 쯔푸바오 크어이마? (쯔푸바오 가능한가요?)"

- “当然可以呀。당란 크어이야 (당연히 가능하죠)"

익숙하게 점원에게 알리페이(쯔푸바오) QR코드를 보여주고 장바구니를 담는다.

다시 눈 앞에 펼쳐진 2016년 항저우에서의 삶이 기대된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모바일 사회 중국의 양대 산맥. ⓒ 오수진




각주 1. <위챗을 알면 중국 대륙도 넓지 않다>, 조진태 지음, 45~46p

2013년 12월 31일, 위챗 Windows Phone 5.0 버전을 출시하였고, 이모티콘 매장, 은행카드 연동, 저장 기능, 공유 기능을 지원하였습니다.

2014년 3월, 위챗 지불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향후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