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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라제 Oct 29. 2023

장화홍련의 비밀 이야기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아흔한 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재미를 위해 내용을 각색하였습니다.)


어느 옛날에 배 좌수(좌수 : 한 지역을 다스리는 사람)라는 남자가 부잣집 딸과 혼인을 하여 딸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배좌수의 부인은 병으로 앓아눕게 되었죠. 자신이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느낀 부인은 남편을 불러  마지막 부탁을 하였습니다.


“우리 장화 홍련이를 잘 부탁합니다. 예쁘게 잘 키워서 좋은 곳으로 시집을 보내주세요.”


그러자 배좌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알겠소, 걱정 마시오. 내 약속하리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배좌수는 주변의 극성에 못 이겨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 부인은 전처의 자식들인 장화 홍련이가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남편이란 놈이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고 딸들만 감싸고 도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죠. 그래서 장화 홍련이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려고 할 때면,


“부인, 당신이 입고 있는 비단 옷, 매일같이 호화롭게 차린 밥상은 어디서 나오는지 아시오? 모두 장화 홍련이의 어머니가 지참금(주로 여성이 시집갈 때 친정에서 가져가는 돈)이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괴롭히려고 드시오?”


라고 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장화 홍련의 어머니는 얼굴도 예쁘고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지참금을 가져온 것에 비해 자신은 얼굴도 못생기고 집이 가난해 지참금을 한 푼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이후, 조용히 지내던 후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배좌수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계모의 괴롭힘에 힘들어하는 장화와 홍련이를 안고 불쌍하다며 함께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어요.


몇 개월 뒤, 후처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집안에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지만 다시 불만에 휩싸입니다. 자신의 아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전처의 자식들만 예뻐했기 때문이죠. 그럴수록 장화 홍련에 대한 괴롭힘은 날로 심해졌습니다. 배좌수는 그럴 때마다 불쌍한 우리 딸들…이라며 눈물을 보이며 달래줄 뿐이었어요.



후처는 아이들을 하루빨리 시집을 보내고 싶어 했지만 장화와 홍련이 결혼 할 나이가 한참 지났음에도  배좌수는 딸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혼인을 시키지 않고 옆에 끼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던 후처는, 전처의 자식을 쫓아내기 위해 한 가지 계략을 생각해 냅니다. 그것은 쥐를 돌로 수없이 내려쳐 형체도 모르게 만든 후, 곤히 자고 있는 장화의 이불 속에 몰래 넣는 것 이었죠.


다음날 아침, 후처는 배좌수의 방에 뛰어들어와 소리쳤어요.


“에구머니나!  장화의 이불 속에 핏덩이가 있습니다! 태아인 것 같아요. 어느 남정네와 몰래 정분을 쌓고 아이를 낳았나 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배좌수는 분개를 하죠. 장화가 아무리 해명을 하려고 해도 만나 주지도, 들어주지도 않았습니다. 홍련이도 불쌍한 언니를 위해 함께 애원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매는 아버지의 낯선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보아온 아버지는 그 누구보다도 다정했으니까요. 며칠 뒤, 후처의 아들은 장화에게 찾아가 말을 전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누님이 잠시 외가 댁으로 가 있으라 하였어. 나에게 데려다주라 하시더군.” 놀란 장화는 아버지 방으로 달려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슬픔을 못이긴 장화는 흐느끼며 “아버지, 저를 내치시려 하시는 것입니까? 저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 말 하지 말고, 외가 댁에 가 있거라.”라는 차가운 대답뿐이었습니다. 장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밤, 홍련이도 장화를 따라갈 채비를 했지만 계모가 막았습니다. “가는 것은 장화뿐이야.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셈이냐?“ 이 모습을 본 장화는 홍련에게 가서 두 손을 꼭 잡으며, ”아버지 심기가 안 좋으신데 너까지 그러면 안 돼. 내가 도착하자마자 연락할 테니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렴,“이라 하였지만 홍련이는 고개를 저으며 ”느낌이 좋지 않아. 언니와 같이 갈래.“라고 계속 걱정을 하자, 동생을 꼭 안아주며 달랜 후에 집을 나섰습니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어가던 장화는 앞서가던 이복동생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넌 우리 외가댁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나 보구나. 이리 어두운 밤길을 헤매지도 않고 가는 것을 보면,”

남동생은 피식 웃으며, ”누님도 눈치채었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이리 잘 가니 눈치를 채지 않을 수 없지, 어머니께서 나를 산속에 버리고 오라 하시더냐?“

“어머니가 아니오.”

그 말을 들은 장화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며

“그럼… 아…. 아버지께서….”

남동생은 장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팔을 억척스럽게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이거 놔!“

장화는 팔을 빼 내려고 했지만 장성한 동생의 힘을 이길 수 없었죠. 우거진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 공포심이 배가 되자, 장화는 울며 빌었습니다.

“제발 나를 놔주렴, 내가 죽으면 홍련이는 혼자가 된다. 불쌍한 그 아이는 어떻게 하라고….”

남동생은 갑자기 우뚝 서더니,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라는 말과 함께 장화를 밀어버렸습니다. 그곳은 깊은 강물이 있는 절벽이었죠.



떨어지는 장화를 보며 남동생은,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누님들이 부러웠어, 그런데 지금 보면, 누님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다른 것이었나 봐.”라며 뒤돌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홀로 돌아온 남동생을 본 홍련은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고 뛰어나갔죠. 어찌나 발이 빠르던지 시종들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우거진 숲에서 헤매던 홍련은 울면서 “언니 어디 있어? 어차피 나도 죽을 목숨, 지금이라도 언니를 따라갈 거야”라면서 서글프게 울었습니다. 잠시 뒤, 그 울음소리 사이로 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너라도 살아야지…. 내가 못다 한 삶까지 살아야지…“ 그 목소리를 들은 홍련은 주위를 살피며 ”언니? 언니야? 나도 데려가!“라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러자 희미하게 장화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너의 뜻이 그렇다면 이리 오렴.” 이라고 말하자 홍련이는 언니에게 달려가 안겼습니다. 그녀가 뛰어간 곳은, 장화가 떨어진 절벽이었죠,. 그렇게 홍련이는 장화의 영혼을 안고 물속으로 빠졌습니다.



그 다음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매가 빠진 부분에 일시적으로 핏빛으로 물들었다가 사라지는 것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무서움에 무당을 찾아가니, “무섭더라도 핏빛에 물든 부분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면 답이 나올 것이다.”라고 하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그곳의 물을 퍼내니 자매의 시체가 떠올랐습니다. 생체기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한 상태였죠. 젖어있는 모습만 아니었다면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뒤, 마을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사람들에겐 외가댁에서 지낸다고 알려진 장화 홍련이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말이죠. 고을의 사또는 자매의 가족을 불러 조사를 했습니다. 후처는 장화가 한 사내와 정분이 나서 임신을 했는데, 몰래 출산을 하려 했지만 가족들에게 들키자 부끄러움에 강물에 몸을 던졌고, 홍련이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언니를 따라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또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자 새 부인은 “증좌가 있습니다!”라고 소리치며 장화 방에 놓았던 피범벅 된 쥐를 꺼내 보였습니다. “이것이 장화가 낳은 태아입니다.”



사또는 의원을 불러 태아로 둔갑된 쥐를 살펴보라고 하였습니다. 꼼꼼히 살펴보던 의원은 “이것은 태아가 아닙니다. 쥐입니다.”라고 말하니 후처는 뻔뻔스럽게 자신의 몸종을 가리키며 “네년이 한 짓이냐? 네년이 바꿔치기를 한 게야?” 라고 쏘아붙이자, 사또는 “그만하시오! 아직도 남은 거짓말이 있는 것이오! 뭣들 하느냐! 어서 죄인을 가두어라!”라고 소리쳤습니다.


끌려가는 어머니를 보자 후처의 아들은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왜 우리 어머니에게만 죄를 물으십니까? 모든 원인은 아버지께 있습니다! 자신의 딸들을 여자로 사랑한 아버지의 잘못입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술렁였습니다. 후처도 무언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찌푸렸죠.


당황한 사또는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자 아들은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누님들을 보는 눈빛은 여자를 바라보는 눈이었습니다. 그래서 혼기가 찼는데도 남편감을 찾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네 아버지가 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적이 있느냐?”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


사또는 이것을 윗선에 알렸고 결국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왕은 크게 분노하여 자매를 죽인 계모와 아들을 극형에 처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아들의 말은 어머니를 구하고자 한 거짓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한 부하가 조심스럽게 사또에게 물었습니다.



“사또께서는 배좌수와 딸들이 그런 관계였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 하지만 아버지가 딸들을 여자로 보았다는 말은 지어낸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더군.”


“예?”


“아들이 소리쳤을 때, 다른 이들은 모두 경악을 하며 놀랐지만 그 집 종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더군. 그래서 느꼈지.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다면.. 그렇게 다정했던 아버지가 딸들을 갑자기 외면한 것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를 사랑하였다는 말에 화가 나서…”


“거짓이라도 듣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다는 것이겠지. 내가 갖지 못하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할 생각에 죽였던 것 이거나, 아니면…”


“아니면…?”


“진짜 장화가 임신을 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아버지의 아이를 말이야, 그것을 숨기려고 꾸민 일 일 수도 있고.”


“헙…! 듣기 너무 거북합니다.”


“그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차마 생각지도 못한 추저분한 일들이 가득한 곳이다. 진실은 배좌수와 죽은 그의 가족들만 알고 있겠지.”







오늘 이야기도 잘 들으셨나요? 너무 충격적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화 홍련은 실존 인물입니다. 실제 문헌에도 나와있는 실화이죠. 이야기로 전래되면서 바뀐 부분들도 있지만 기록이나 보면 당시에도 근친상간을 의심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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