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브라제 Jan 02. 2024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 펜타메로네

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아흔 두 번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재미를 위해 내용을 각색하였습니다.)


중세 시대 어느 외딴 집에 두 노파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자매로, 우애가 매우 좋았죠. 자매는 삯바느질과 남의 집 청소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고 있었는데, 언니와 함께라면 가난한 생활이라도 즐거웠던 동생과 달리, 언니는 다 늙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부와 권력을 얻지 못하고 끝까지 가난에 벗어나지 못한 삶에 짜증이 나기만 했어요. 그런 언니를 본 동생은 “언니는 욕심이 너무 많아. 우리가 고아로 살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그에 비에 이 정도의 삶은 정말 만족스러운 것 아니야?”라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그런 동생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똑같은 시대에 태어나 차별과 편견이 심한 같은 여자로 태어났는데도 누구는 부모 잘 만나고 남편 잘 만나서 평생 돈 걱정 없이 펑펑 쓰면서 살고 누구는 끝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런 시궁창에서 살고 있지.”라면서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뒷받침해줄 부모도 없었고, 얼굴이 예쁘지도, 아니 정확히는 못생긴 편에 속했기 때문의 귀족이나 왕족의 정부로 들어가지도 못한 이런 삶에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동생은 집안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목소리가 고운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새들까지 가까이 날라올 정도였죠. 그때, 어느 남자가 그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목소리에 반한 남자는 노랫소리가 나는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대의 노랫소리에 이끌려 오게 되었습니다. 그대의 얼굴을 보여주실 수 있겠소?“ 동생은 깜짝 놀라 ”죄송합니다. 제 얼굴을 보면 실망을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돌아가 주십시오.”라며 거절하였습니다. 남자는 계속 문을 두드리며 부탁을 했지만 동생은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동생은 낮에 있었던 일을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언니는, “그분, 폐하이실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놀란 동생은 “폐하라고? 이 나라에 왕이라는 거야?”라고 물으니. “그래, 오늘 이곳을 지난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아마 네 목소리에 이끌려 이곳으로 오신 거지. 그것도 모르고 얼굴을 보면 실망한다는 바보 같은 말을 하다니.” 동생은 헛웃음 치며 ”나이 먹은 할머니를 무슨 이유로 관심을 보이겠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눈이 반짝 빛나며 물었습니다.


“너 나 대신 일을 가줄래?”

“어? 왜?”

“너만 허락한다면 폐하의 관심을 내가 돌려보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무슨 수로?”

“나에게 생각이 있다니까. 너 정말 내가 대신 폐하의 마음을 얻어도 상관이 없다는 거지?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다.”

동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픽 웃으며. ”그래 잘 해봐.“라며 일을 나갈 체비를 했습니다.


언니의 생각대로 남자는 자매의 집으로 다시 들렸습니다.  문을 두드려도 안에 기척만 들릴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그대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다시 왔소, 오늘도 그대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셈이요?” 그러자 언니는 ”뉘신지 알고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외딴 남자를 들입니까?“라고 하니 ”난 이 나라의 왕이요, 믿지 못하겠으면 내가 그대를 왕궁으로 초대를 하리다. 어서 나오시오. 나와 함께 갑시다.” 당황한 언니는, ”아닙니다. 믿을 수 없어요, 저에게 정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에 와 주세요,“라고 하니, 왕은 ”좋소, 하지만 다음에 왔을 때 그대의 신체의 일부를 보여주시오.”라고 하자, 언니는 마지못하는 척 허락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날 저녁, 돌아온 동생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려고 그래, 늙어서 쪼글쪼글한 피부를 보여줄 순 없잖아.” 그 말을 들은 언니는 ”여성 편력에 변태왕이란 소문이 괜히 난 것이 아닌가봐, 신체의 일부를 보여달라니. 일단, 다음에 왕이 오면 네 손가락을 보여주자. 네 손가락은 나보다 예쁘잖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고, 손톱까지만 내밀어.” 다음에 남자가 왔을 때 동생은 언니의 말대로 문 구멍 사이로 손톱까지만 내밀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남자는 더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었죠. 남자는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제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 주시오.” 그의 호소에 언니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렇다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모시게 해 주세요. 안된다면 폐하를 모실 수 없습니다.” 남자는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며 밤에 마차를 보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언니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동생에게 도움을 청해 온몸에 풀을 발라 피부를 당겨 탱탱하게 만들고는 밤에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깊은 어둠 속에서 둘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녀가 잠든 새벽, 왕은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졌습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초에 불을 붙여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대었죠.


“으아아아악!“


왕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던 여인은 70대 노인의 얼굴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은 ”경비! 경비 있는가?“라고 역정을 내자, 놀란 언니는 ”폐하, 해명하겠습니다. 폐하 제 말을 들어주세요” 라고 애원해도 왕은 듣지 않고, “무엇들 하느냐! 어서 저년을 밖으로 내던지지 않고! 감히 이 나라의 왕을 속여?”라며 소리쳤습니다. 경비들은 이불에 감싸진 그녀를 끌어내 창문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감싸져 있는 이불이 나무에 걸리면서 살 수 있었죠. 때마침 그때, 한 늙은 여인이 그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끌끌끌. 욕심이 화를 불렀군” 그 말에 화가 난 언니는 “지금 웃음이 나와요? 웃을 시간이 있으면 어서 저를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니 늙은 여인은 들고 있는 지팡이로 바닥을 두 번 두들기자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왔습니다. 놀란 언니는 입을 다물지 못했죠. 그러자 늙은 여인은


“내가 도와줄까?”

“네?”

“너를 도와주지. 아주 예쁜 처녀로 만들어 주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이요?”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말 말입니까?”

“그건 말을 해 줄 수 없지. 너는 그저 내 말을 수용을 하느냐 안 하느냐 결정만 하면 된다.”

언니는 찜찜했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고 지금 예쁜 처녀가 되면 왕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늙은 여인의 말을 수용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해져 있었습니다.



“어디 잘 해보라고.” 늙은 여인은 이 말과 함께 사라졌고, 언니는 이불을 감싸 두르고 숲을 배회하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산책을 나온 왕은 그녀를 보았고, 흰 피부에 빨간 머리카락, 체리를 닮은 붉은 입술을 가진 여인을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보며, “내가 찾던 완벽한 이상형이다.”라며 왕궁으로 데려갔습니다. 마침 왕비의 자리가 비어있었기 때문에 왕은 언니를 왕비의 자리에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이 결정에 많은 신하들이 반발을 했지만 워낙 강력한 왕권을 가진 왕이었기에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비가 된 언니는 “이제는 내 세상이야.”라며 매우 기뻐했습니다.




왕은 왕비를 정말 총애하였고 그녀의 부탁은 거절하는 법이 없어서 언니의 바람대로 매일같이 파티를 열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곧 동생이 생각난 언니는 미안한 마음에 비싼 드레스를 보내며 왕궁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동생은 젊어진 언니를 못 알아보았지만 자신만 알고 있는 귀 뒤의 상처를 보고는 눈치를 채었죠. 그리고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자신은 늙고 추한 모습 그대로 있지만 언니는 젊어져서 왕의 사랑을 받고 왕비가 된 것에 억울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언니에게 떼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나도 왕궁에서 살게 해줘.”

“그게 무슨 소리야. 나를 여기서 내쫓기게 할 생각인 거야?”

“살게 해줘! 언니가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이 누구 덕분인데. 혼자서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거야?”

“너 정말 웃긴다. 허락을 한 것 너야. 그렇게 억울하면 네가 머리를 썼어야지.”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느낀다면 나를 여기서 살게 해 달라니까!”

“안돼. 대신에 집도 사주도 보석도 주고, 비싼 옷들도 줄게. 그러니 같이 살자는 말은 하지 마.”

“그럼 언니가 어떻게 젊어졌는지 말해줘!”

“나도 몰라 어떤 늙은 여자가 날 바꿔 준다면서 순식간에 바꿔졌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짜라니까!”


그때 한 하인이 와서 폐하께서 왕비마마를 찾는 말을 전했죠. 동생이 쓸데없는 말을 해서 혹시라도 상황이 안 좋아질까 걱정스러웠던 언니는 경비를 불러 동생을 내쫓으라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언니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라며 왕비의 옷을 힘껏 잡아당기자 드레스가 찢어졌습니다. 이에 화가 난 언니는 동생 귀에 “대장장이에게 가서 도끼로 온몸의 가죽을 벗겨달라고 했어.”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렇게 왕궁에서 쫓겨난 동생은 바로 대장장이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저의 살가죽을 벗겨주세요” 동생은 대장장이에게 말했습니다. 대장장이는 웬 정신 나간 소리냐 하며 동생을 내쫓았죠. 그러자 입고 있는 드레스의 보석을 뜯어내 남자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비싼 거예요. 값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대장장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그럼 어쩔 수 없군. 죽어도 내 잘못 아니야“라고 하자 동생은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칼과 도끼로 그녀의 살가죽을 잘라내 벗겨내기 시작했죠. 살이 떼어질 때마다 동생은 괴로움에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고 살가죽이 다 벗겨졌을 때, 그녀는 언니가 있는 왕궁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던 동생은 가는 도중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하고 말았죠.



이 사실은 몰랐던 언니는 다른 왕족과 귀족들과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의 손이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게 되어 쳐다보니… 할머니였을 때처럼 쪼글쪼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언니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거울을 보니 점점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안돼!” 하지만 아무리 울부짖어도 변해가는 모습을 막을 순 없었죠. ‘똑똑똑’ 그때 누군가가 왕비의 방문을 두들겼습니다. 왕비는 “지금 몸이 안 좋아 쉬고 있으니 물러가라”라면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야. 우리 숲에서 만나지 않았나?“ 놀란 언니는 얼른 문을 열어보니 자신이 방금 전까지 가졌던 아름다운 얼굴과 똑같은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당… 당신은…”

“응 나야, 숲에서 본 마녀.”

“그런데 왜 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거지?”

“말은 똑바로 해야지. 니 얼굴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준 얼굴이야. 이제 그 얼굴을 돌려받으려고 한 것이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말은 내가 할 소리다. 이 계약의 조건을 잊었나?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을 텐데,”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설마 날 이용한 거야?”

“그래, 네 욕심을 이용해 왕비자리를 가지려고 했던 거다.”


그때 문이 열리며 왕이 들어왔습니다. “왕비 왜 나오지 않는 것이오…? 헉!” 왕은 매우 놀라며 “나를 속인 저년이 왜 왕궁에 있는 것이냐? 다시는 오지 못하도록 죽여라!”라고 외치자 언니는 마녀를 쳐다보았습니다. 마녀는 씩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죠. 허탈감을 느낀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왕궁을 뛰쳐 나갔습니다.



 왕은 “왕비 많이 놀랐소?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할테니 걱정 마시오.”라며 마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파티를 이어나갔죠. 왕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쳐나온 언니는 자신이 동생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혹시 모르잖아. 살가죽을 벗기면 다시 젊어질지도.’ 그녀는 그렇게 대장장이를 찾아갔고 자신의 드레스에 붙어 있는 보석을 떼어내 부탁 했습니다. “허, 참나 왜이리 이상한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내가 돈만 아니었어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 거야.”그녀는 출혈과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젊어지고 싶었지만 살을 도려내던 도중 동생과 마찬가지로 과다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몇 년 뒤, 왕과 마녀는 아들과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어요. 왕족과 귀족들의 심한 사치와 말도 안 되는 세금에 화가 난 백성들은 혁명을 일으켰고 결국 왕과 왕비, 왕세자와 공주는 물론, 왕정체제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모두 처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