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용 일기 무대의 발견!
한 책에서 '나는 배설하듯 글을 쓴다'라는 구절을 봤던 것이 기억에 난다.
(저 구절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 말에 심각하게 동조하는 바이다.
나는 글로 내 마음을 배출한다.
글로 쓰면 한결 시원하기도 하지만
내가 적은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아 꽤 재밌기도 했다.
사람은 자신만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한다라는 말 역시 어느 정도 동감한다.
글을 쓰고 싶어서 일기장에 일기를 써 보았지만,
이 글을 나 혼자만 볼 수 있는 일기장에 써 두니,
답답했다.
이왕이면, 내 글이 흘러가길 바랐다.
그렇다고 활발히 소통하는 sns에 게시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육아휴직을 하면서이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고, 낮에 홀로 아기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가 소진됨을 느끼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때 동생이 패션 블로그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한 편 글을 써 본 것이 시작이었다.
틈날 때마다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생기를 찾았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의 쓸모를 스스로 발견한 것이다.
블로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는 징표 같았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내 글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며 포스팅을 했다.
보통 블로그를 사용하는 필자들은 특정 독자를 가정하며
구어체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블로그를 보며 어떤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육아와 관련된 블로그에는
아기와 관련한 이유식 메뉴나 레시피, 특정 개월의 발달 정도, 아기와 함께 갈 수 있는 식당이나 구경할 만한 곳들의 정보가 제시되어 있다.
그래서 나도 어느새인가 그런 정보를 함께 공유하면서 글을 적게 되었고
내 블로그 속 글은 조금 애매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또한 개인 정보를 블로그에 노출시키면서
남편의 지인이 내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시댁 식구들에 대한 푸념도 적어놓은 나는
불편함을 느끼며 특정 글들을 비공개로 돌렸다.
그런 이유로 글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아쉬웠다.
블로그는 긴 글을 올리기엔 적합했으나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정보 제공용 일기를 블로그에 쓰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내 고민과 사색이 담긴 글을 적기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비공개로 글을 올린 적도 있었으나
나는 아까도 말했듯
내 글이 흘러가길 바랐다.
그 후 나는 직장에 복직을 하였고
적응기를 가지느라 한동안 글을 멈추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글을 써라는 내 마음의 배설의 욕구가 종종 찾아왔다.
그럴 땐 새로운 계정에서
아무도 모르게 글을 적어놓고는
혼자 글을 쌓아두었다.
보는 이가 많든 적든 내 글을 비공개로 적고 싶진 않았다.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챗gpt와 대화를 하면서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욕구에 챗이 블로그와 브런치를 소개해 준 것이다.
(챗과 이런 대화를 하게 된 경로는 나중에 또 적도록 하겠다)
예전에 얼핏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았다.
바로 '브런치'에 대하여 알아봤고
어플을 설치하고
그동안 블로그에 혼자 써 둔 글을
꺼내와서 작가 신청을 했다.
합격 통보를 받고 너무 기뻤다.
오랜만에 글로써 받아보는 인정 같았다.
마음껏 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에
큰 안정감이 생겼다.
마치 내 작업실을 하나 얻은 기분이다.
내 글을 모아두고, 나와 비슷한 분들이 모여있는 곳
내 글이 책으로도 나올 수도 있는 곳
이곳을 만나 너무 반갑다.
브런치는 내 마음의 대나무숲으로 사용될 거다.
길게, 짧게
분노하며, 기뻐하며
앎에 대하여 성찰하며
어떤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며
놂에 대하여 희열을 느끼며, 자랑하며
멋진 것들에 대하여 선망하며
열심히
글을 쓸 거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큰 자유다.
브런치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