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일에 대한 로망이 있다. 바로 재택근무다. 정확히는 '일의 환경'에 대한 로망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유효한 나의 이 재택근무에 대한 로망이 과연 나라는 사람에게 잘 맞을까 하는 것은 아주 의문이다.
내 인생에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을 처음으로 겪어보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았다. 처음 맞이한 재택근무는 마치 선물과도 같았다. 휴가를 쓰지 않고 집에 있을 수 있다니! 하지만 이것은 휴가가 아니라 집에서 하는 업무이다. 일단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편하고 좋았지만, 업무를 시작하자 집이 사무 환경이 아닌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두 대의 모니터로 일하다가 작은 노트북으로만 일하려니 불편한 것을 시작으로, 인쇄 및 스캔도 매우 어려워졌다. 가장 불편하고도 이상한 점은, 사무실에서는 나에게 수시로 오는 업무 전화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집에 있으면 업무 전화가 올 때마다 심장이 벌렁대는 것인가. 나라는 사람을 참 모르겠다.
이번에는 온라인 수업이다.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첫 학기, 코로나로 인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웨벡스와 줌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참 이 시스템이 낯설었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들 입장에선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한다.) 발표를 할 땐 오디오가 물리지 않게 발표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소거를 하였는데, 나 혼자 말하고 있는(소리는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화면은 잘 보이는지 걱정을 하며) 그 순간이 너무나 외로웠다. 토론을 진행해야 하면, 간간이 보이는 검정화면과 음소거된 사람들을 향해 혼자 얘기하고 빈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면서 내향인인 나는 땀이 삐질삐질 났다. 하지만 두 학기 동안 무한한 발표와 토론을 겪으며 이 온라인 시스템에 많이 익숙해졌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온라인 시스템은 많이 적응이 되었지만, 재택근무는 아직도 완전히 극복(?)을 못하였다. 직장에서 코로나 시기가 한창일 때를 제외하고는 그나마 있던 주 1회 재택근무가 사라져서 사실상 재택근무를 제대로 경험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며칠 해본 셈이다.
집 한편에 그럴싸한 사무공간을 마련하면 나으려나 모르겠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일단 짐을 챙겨서 집 근처 카페로 오는 나를 생각하면, 나는 집 밖을 나가는 순간 업무 모드로 전환되는 것 같다. 언제 올지 모르는 심장 떨리게 하는(?) 전화와 일거리에 덤덤해질 수 있는 갑옷을 입는 거 같다.
아직도 나는, 집 안에서도 그 갑옷을 입을 수 있는 내 자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