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육아휴직을 시작하며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건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휴직기간 동안 꾸준히 해온 것은 수영 하나인 것 같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비록 주 1 회지만 꾸준히 한 결과 지금은 접영을 배우는 단계이다.
사실 지금이 수영을 처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나의 첫 번째 육아휴직 때, 그러니까 출산 후 몇 개월 지나고 나는 내 생애 첨으로 수영을 배웠다. 물, 그리고 숨을 내 맘대로 못 쉰다는 것에 대한 공포 남들보다 큰 내게 수영은 큰 도전이자, 이루지 못한 꿈같은 것이었다.
나의 첫 수영 선생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는 젊은 학생이었다. 물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나는 음파음파도 무서울 정도였는데, 나 자신과 싸우느라 고군분투하는 날 보며 그 수영 선생은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거 같은데요?"라는 말을 내게 던졌다. 겉으로 보면 그저 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 말은 날 더더욱 수영장에 가기 싫게 만들었고 그 어린 선생이 꼴 보기 싫어졌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 젊은 수영 선생은 한 달 뒤에 노련한 중년의 수영 선생님으로 교체가 되었고, 그 선생님과 함께한 수업에서 나는 자신감도 얻고 재미도 얻었다.
그동안 해외 출장지에 가면 숙소에 수영장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수영장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고 나니, 출장지에서 업무 후 수영장에 가서 발이라도 담가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자유형과 배영까지 배웠던 나는 육아휴직기간 또 다른 숙제였던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수영을 그만뒀다. 그리고 세상 몸치인 나는 수영을 그만두며 다시 몇 년 간 물이 무서워지는 지경이 되었다. 이 억울한 퇴행이라니.
그 뒤에 나는 영국에서 일 년간 거주하는 경험을 하며 유럽의 바다에서,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무수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단출한 짐만 들고 와 수영을 즐기는 그들이 내뿜는 자유라는 후광이란..! 수영만 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때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남편은 한국에 와서 수영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고, 아들도 수영을 배우고 있다. 나는 그 후로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게 되며 수영을 다시 시작하였고, 이번엔 평영을 지나 접영 단계로 겨우겨우 오게 되었다. 겨우겨우라고 쓴 이유는 남들보다 진도가 느리게 나가기 때문이다. 내 수영 진도만 0.75배속으로 보는 유튜브 영상 같다. 하지만 이렇게 못해도 이만큼 즐거운 운동은 처음이라 신기하긴 하다. 접영은 너무 힘들고 무지 어렵지만, 어느새 자유형은 거뜬하게 느껴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만큼 배워놨으니 이제 복직 후에 당분간 수영을 할 기회가 없더라도 몸이 잊어버리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나의 수영 로망의 끝은 바다 수영 혹은 햄스테드 히스 호수에서의 수영이니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