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by 진한홍차

내일이면 아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에서 '크리스마스 송 페스티벌'을 한다. 아이의 반에서는 '12 days of Christmas'를 부를 거라고 한다. 집에서 도통 연습을 하지 않길래 어제 한 번 불러보라고 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외워 부른다. 아이의 파트는 3 days와 11 days라고 한다.


내일은 아이에게 빨강, 초록과 같이 크리스마스 색이 담긴 옷을 입혀 보내달라는 학원의 메시지가 왔다. '크리스마스 옷'이라고 하면 딱 한 벌이 있다. 몇 년 전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샀던 티라노와 트리가 그려진 예쁜 스웨터이다.


3년 전에 넉넉한 사이즈로 사서 몇 년째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가 있으면 입혔던 유일한 '크리스마스 옷'이다. 처음엔 팔을 접어 입혔지만, 아마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 아이가 공룡 박사였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옷인데, 이제는 공룡에 대한 애정이 식은 만큼 그 스웨터도 별로 입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만 아쉬울 뿐이다.


며칠 전 처음으로 "진짜로 산타가 있어?"라고 물어보는 아이의 모습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제 본 '폴라 익스프레스' 영화에서는 산타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산타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영화를 계속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적어도 아이가 내년까지는 (의심하는 마음 하나 없이) 산타의 선물을 기다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연말은 내가 속한 회사에서는 가장 바쁜 시즌 중 하나여서, 연말에 길게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직장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정돈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현실은 마감일에 맞춘 피 말리는 보고서 작성과 예산 정리의 연속이다. 날이 선 채로 업무를 하다 보면 마음도 마르고 또 마르게 된다.


그런 건조하고 스트레스받는 연말에 나는 캐럴과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보며 마음에 긴급처방을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엄마가 매년 꺼내준 트리상자와, 직접 접어 만들었던 오너먼트들을 생각하며 마음속에 불을 켠다. 또 내가 최대한 오랫동안 산타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모님께 부탁했다는 오빠의 어린 모습을 상상한다(고작 네 살 많다고 어른인 척하긴, 그래도 고맙다).


우리 나가가 11월부터 각종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들뜬 분위기로 사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내 아이가, 내가, 적어도 마음만큼은 그 정도의 여유와 설렘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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