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를 읽으며 작년에 재밌게 읽었던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scythe)>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표지에 빨간 로브를 입고 선 주인공이 있다. 이처럼 두 소설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는 반면, 같은 빨간 로브여도 하나는 속박의 상징, 다른 하나는 고귀함의 상징이라는 상반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각각 부커상, 전미도서상 등 최고의 도서상을 석권한 저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부터 시작하여, 가상 미래사회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SF소설이라는 점, 인구조절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역할이 요구되는 새로운 신분이 생기는 설정이라는 점에서는 두 소설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볼 수 있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원작이 큰 인기를 얻어 영상화로 이어졌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시녀이야기는 미국드라마 'The handmaids tale'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수확자 시리즈는 할리우드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시녀 이야기>는 극단적으로 변한 사회 속에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재혼자, 동거녀, 미혼모 등을 강제로 잡아들여 '시녀'라는 새로운 계층으로 만들고,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 전락하게 만드는 가상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에 반해 <수확자> 시리즈는 모든 것이 극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질병, 노화, 굶주림, 전쟁이 종말 하면서 자연스러운 죽음마저 사라져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죽음을 집행하는 임무를 가진 '수확자'라는 새로운 계층이 생겨난다는 설정이다.
<시녀 이야기>의 시녀는 지위가 높은 남성인 사령관의 집에 배정되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생명을 생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며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시녀 이야기>에서 여성은 계급에 따라 의복 색깔도 구분하여 입는데 부인은 파랑, 시녀는 빨강, 하녀는 녹색의 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시녀의 신분과 처지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다. 시녀가 됨과 동시에 이전 세상에서 사용하던 이름은 박탈당하고 자신이 예속된 남성의 이름으로 새로운 이름이 명명되게 된다. 주인공은 재혼한 평범한 도서관 직원으로 시녀가 된 후에는 '오브프레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프레드'라는 사령관에게(of) 할당된 시녀라는 뜻으로 예를 들어 '브런치'라는 남성에게 귀속됐다면 '오브브런치'가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현실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는 구역질 나도록 역겨운 상황이지만, 이러한 디테일한 장치가 극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극 중 상황과 주인공의 심리에 더욱 몰입하게 해 준다.
반면에 <수확자> 시리즈의 수확자는 생명을 소멸시켜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사명을 가진 신적 존재, 극 중에서 그려내기를, 성직자의 봉사처럼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고귀한 신분으로 묘사되어 있다. 선택받은 자들이 수확자가 되려면 그에 합당한 모범적인 언행과 마음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무려 8개월 간 수습생의 신분으로 지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최종 단 한 명만 수확자가 되는 기회가 주어지는 설정이라는 점에서 두 소설은 대척점에 서 있다.
두 작품은 성과 관력, 기술발전과 생명의 무게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떠한 이유로든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고 무참히 짓밟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죽음이 사라질 만큼 발전된 세상이 과연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일지 등등 여러 의문과 생각들이 머릿속에 몽실몽실 차오르게 된다.
<시녀 이야기>는 15년 후의 이야기인 속편 <증언들>, 수확자 시리즈는 <수확자>, <선더헤드>, <종소리> 이렇게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함께 읽으면 좋다. 모두 벽돌책이지만 흥미로운 스토리 때문에 술술 읽히니 두께 때문에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 두 작품을 직접 만나보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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