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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아웨이브 Sep 03. 2020

"여러분은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아시나요?"

스코틀랜드 여행/ 네스호의 전설, 괴물 네스


스코틀랜드 여행 루트를 짜고 있던 중이었다. 동행하는 친구 L이 “로크 네스는 꼭 가자. 네시 보러 가야지!”라고 하길래 네시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What?! you don’t know nessie?”라고 되묻는다. 요시는 알지만 네시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요시는 슈퍼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초록 공룡이다) 초록 검색창에 네시를 넣어보니 오후 네시, 새벽 네시만 검색이 된다. '네스'라고 입력하니 연관검색어로 '네스호의 괴물'이 나왔다.


본명, 네스(Ness). 그렇지만 네시(Nessie)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네스호에 사는(?) 살았던(?) 발견된(?) 생명체. 생김새는 초식공룡 같은 둘리 엄마 스타일.


네시로 추정되는 가장 유명한 사진.


네시와 관련된 이야기는 영국에서 6세기부터 나왔으나 1900년 초반 영국인 부부가 네스호 관광 도중 거대한 공룡 같은 검은 물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70년대에 이르러 다시 네스호에서 찍힌 공룡 형태의 사진이 나오면서 2000년 초, 영국 BBC 방송이 생물학자들과 함께 네스호를 샅샅이 탐색했지만 네시의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네시는 아주 오래오래전부터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BBC에서 탐색과정을 다큐멘터리로까지 제작했으니 말이다.


하이랜드 인버네스에 있는 로크 네스(Loch Ness) 마을은 로크(Loch:호수)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를 낀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어서 오세요. 네시 마을입니다'라고 말해주듯 둘리 엄마를 닮은 네시가 여기저기 보였다. 아니, 사방팔방 네시로 가득 차 있었다. 네시 레스토랑, 네시 기념품, 네시 쿠키, 네시 박물관 등등 발이 닿는 모든 곳에서 네시를 찾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주차를 하고 네스호를 향하는 길목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기념품 상점을 들어갔다. 네스를 전면에 내세워 인형, 머그컵, 열쇠고리, 수건, 볼펜 등이 진열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네스를 찾으러 갈 때 소지하고 가라며 네스 찾기용 망원경까지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귀여운 네시들이 날 쳐다보며 '저를 데려가지 않으면 후회할걸요?'라고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아니, 미안해. 너희는 마음에만 담을게. '라고 말하며 유혹을 이겨내고 상점을 나왔다.



기념품 가게에서 만난 네시들

                                                         

처음 네스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들었던 '보름달이 뜨면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를 찾을 수 있다'라든지, '칠월 칠석이면 견우와 직녀를 위해 까치와 까마귀들이 다리를 만들어준다' 정도의 믿거나 말거나지만, 누구도 믿지 않는, 믿으면 이상한 설화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여기에 와서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관광을 온 사람들 모두가 꽤 많이 진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랄까,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 해리포터 구역을 들어가면 버터 비어와 젤리를 먹으며 지팡이를 들고 마법사가 된 듯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를 진지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모두가 허구임을 알지만 이 마을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모두 무언의 약속을 한 것처럼 믿고 싶은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온 느낌이랄까.



네시를 찾아 떠나는 유람선과 네시인척 하는 노랑이



어쩌면 삶의 여유란, 이런 허무맹랑한 꿈같은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네스 존재의 유무보다는 현실에서 벗어나 유머러스한 하루를 보내는 그런 날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네스호에 모여드는 게 아닐까?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여행 중, 꿈과 희망의 나라 네시 월드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이 곳에 하루 정도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네시를 찾으러 떠나 줄 테니!


숙소로 돌아와 그리스 친구에게 오늘 로크 네스에 갔다 왔다고 하니 “아니 그래서 네스를 찾았어?”라고 묻는다. 아, 유럽 사람들은 진짜로 다 알고 있었다, 네스!


"한국에 사시는 여러분도 네스호의 괴물, 네스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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