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휴일을 지나고 출근했더니, 며칠 사이 청청청 주변에 변화가 많이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요가원 바로 앞 건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작년 가을,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폐건물이었던, 어떤 공사 없이 유령건물로 버티고 있었던 3층 벽돌 건물이사라졌다. 6월 3일 대통령선거 다음 날, 아침 9시 이른 아침부터 육식공룡처럼 입을 위아래로 크게 벌려 2층 창문부터 뜯어 먹던 공사 기구가 영화 쥐라기공원을 떠올리게 하면서 건물 1/3 이 날려버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어쩐지 알 것만 같은 해방감이 들었다. 청와대가 옆집인 삼청동에서 과거를 보내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파괴와 창조의 경계에서 선거가 끝난 아침 공룡이 무자비하게 멈춰있던 폐건물을 부셔버리는 모습이 상징적이었다.
휴일 동안 쉬고, 일요일 아침에 출근했더니 3층 건물은공룡에게 다 뜯어 먹혀 재 한 줌이 되어버렸다. 수고했다, 잘 가라.
예쁜 변화도 있더라.
요가원으로 올라오는 작은 오솔길 계단에 작은 봉우리들을 팡팡 터트린 붉은 장미들이 알알이 만개를 했다. 이런 장미를 ‘빈티지 장미‘라고도 하던데. 장미 옆에는 오디인지, 산딸기인지 아무튼 작은 베리류가 열매를 맺고는 떨어져 계단이 보랏빛으로 군데군데 물들었지만 그런 지저분함은 오히려 서울 종로구, 이 외딴섬 같은 삼청동에서 자연친화적인 동네라는 자랑인지라 쓸거나 닦지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솔직히는 덥기도 했다.)
삼청동에는 지천에 정말 다양한 장미와 이름 모를 (내가 이름을 모른다는 말이지, 다 이름이 있을 꽃들!) 화단에 핀 꽃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청청청, 우리 요가원은 그야말로 꽃다발 삼청동 가장 자리에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있는 센터피스!
세상에 진리가 딱 하나 있다면,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일 텐데, 부서져야 새로워지는 건물을 보고 또 시기와 때에 피어나는 꽃들을 살펴보며, 유월 중순, 딱 일 년의 반까지 온 지금, 나는 무엇을 비우고 채워야 할까. 나라는 사람의 센터피스, 변화지 않는 정수는 무엇인지를 놓치지 말고 주어진 것들을 마음껏 맛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