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청요가 ep 2 : 요가원에 키스하는 그림을 거는 이유
요가원을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일이 이름 짓기였다. 삼청동에 있어서 '삼청요가'라고 이름 붙이려고 한다고 동생네 부부에게 이야기하면서 나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인상이 깊게 남지도 않은 무난한 이름이라는 피드백을 들으며 저녁 식사를 하다가 "삼청동이라는 뜻이 맑을 청이 세 개, 산과 물 그리고 인심 3개가 맑은 곳 이래."라는 말에 "아 그래요? 그럼 청청청요가 어때요?"라고 지나가듯 귀에 꽂힌 청청청.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경복궁과 북촌 사이에 있어 예로부터 양반댁들이 들어선 곳이라 지금도 10분만 차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광화문 빌딩 숲과는 대조적으로 한옥과 미술관 그리고 9시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대통령의 공간 '삼청동 안 가'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스타벅스가 저녁 7시면 문을 닫는 동네. 술 한잔 마시려고 하면 서촌과 안국역까지 20분은 걸어서 어슬렁어슬렁 나가야 하는 산골짜기 같은 동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나는 삼청동이 좋았다. 사람과의 거리가 해가 저물면 느슨해지는 곳. 한낮에도 마음만 먹으면 간판과 사람으로 빼곡한 곳에서 한발 떨어져 미술관이든 도서관이든 공원으로 멀찍이 떨어질 수 있는 선택적 거리감이 존중받는 곳. 청청청이라는 이름처럼 산과 물이 맑은 이 동네에서 사대부 집안 규수처럼 사람들이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맑은 정신을 착장하고 어둠보다는 빛을 향해, 탁함 보다는 맑음 쪽으로 방향키를 둘 수 있길 바랐다.
어느 날, 그림 선물을 받았다.
우연히 자주 가는 한성대입구에 있는 bar 보스턴에서 알게 된 친구의 친구 격인 작가님과 알게 되면서 흑백으로 그림자인 듯 아닌 듯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언뜻 보면 추상화이고 잘 보면 두 사람이 키스를 하고 있는 그림을 찾을 수 있는 그림을 개업 선물로 받았다.
예전부터 요가원을 오픈하면 위스키 한 병을 어딘가에 대놓고 두고 싶었다. 청청청이라는 이름처럼 맑음을 지향하고 있지만 물이 너무 맑은 1 급수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고 종국에는 흑과 백의 개념이 전무하며 울고 웃는 감정도 극에 달하면 울음이 나올 때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깔깔깔 배를 쥐어 잡고 웃다 보면 눈물이 나기도 한 것처럼 세상에서 어둠이라고 치부되는 '술'에 대한 상징성을 어딘가에 표하고 싶었다. 하얀 캔버스에 찍어 먹물 한 방울이 갖는 미학을 품고 살기를 바랐다. 적어도 나에게 그러했다. 안타깝게도 위스키를 멋있게 놓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야망과 희망은 잠시 주머니 안으로 넣어두고 있었는데, 하 - 역시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돕는다고 했는가.
키스하는.
그림을 요가원 벽 옆면에 살포시 걸어두었다. 마침 우리 요가원은 때때로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기도 하는 공간이라 하얀 벽에 그림을 살리는 조명과 조도까지 설정되어 있으니 키스하는 커플 그림이 은은하고 도발적으로 다가왔다.
요가원에 키스하는 그림이라니.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요가원에서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야릇한 그림이 위스키 한병 두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라며 우유향 가득한 스위스산 초콜릿 조각을 입에 넣어준 것 마냥 내적 신바람이 불었다.
조금 더 깊게 요가를 안내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카마수트라>를 떠올리기도 했다. 탄트라요가 장르에 들어가는 카마수트라는 남녀 간의 관계를 풀어놓은 성과 사랑의 정석과 표본 같은 인도 고대 서적이다. 남자와 여자를 양과 음으로 칭하기도 하며 해와 달, 밤과 낮이 존재하는 것처럼 성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요가'에서 말하는 쿤달리니 그러니까 잠들어 있는 뱀을 깨워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의 활성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청청청요가에 와서 열심히 수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좋지만, 제대로 된 사람을 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편이 크게는 개인의 삶과 맑은 방향키에는 큰 정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늘 깨어있어야 한느 이유이다.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 요가 수련일지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일지. 오직 깨어있는 나만이 알 수 있는 일일지도. 나는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다시 키스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