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청요가 ep.1 : 눈 오는 날
2025. 01. 05
해가 바뀌고 처음 내린 눈이 삼청동에도 내렸어요. 아침 8시 출근길에 부 스스스 깜빡깜빡하며 내리던 흰 가루는 한 시간 사이에는 눈앞을 하얗게 만들 정도로 펑펑 내리더니 마침내는 계단이며 지붕이며 접어놓은 하얀 이불이 되어 포근하고 두툼하게 쌓여 있더라고요. 삼청동에서 맞이한 눈 내리는 날은 지난 11월, 첫눈인 주제에 첫사랑이 끝사랑처럼 예고 없이 폭설로 내리면서 두 눈을 멀게 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삯 비싼 이 동네에서 월세내고 요가원 지키느라 수고했노라며 토닥토닥해주는 것처럼 스위스 알프스 부럽지 않게 한순간에 동화 속 마을을 눈앞에 보여주는 아침.
요가원에 들어서자마자 포트에 물을 끓이고, 선물로 받은 주황색 틴케이스에 담긴 홍차를 꺼냈습니다. 물을 끓일 동안 인스타그램에 “세상 사람들, 여기 우리 청청청이 이렇게 예쁩니다. “ 자식 자랑하듯 아이폰을 꺼내 눈 내린 전경을 영상으로 천천히 담았어요.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음에 드는 최선의 영상을 선택했지만 눈은 눈으로 보는 게 맛있지, 렌즈로 한번 필터 입혀진 감성은 아쉬움만 더할 뿐.
예쁜 공간이기 이전에 들어오면 편안함을 주는 자리이길 바라는데 4면으로 보이는 창문에 보이는 북악산, 작고 오밀조밀한 골목길,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들어서 있는 집들과 듬성듬성 어디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와 꽃들이 화려하고 세련되지는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공간, 청청청.
강원도 평창 오대산 깊은 산장처럼 눈이 내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서울 도심 속 작은 안식처에서 오늘은 눈은 바로바로 쓸어야 한다며 같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청청청으로 올라오는 길을 함께 정리해 주시는 삼청동에서 멀지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평창동에서 오신 천사 유리님과 함께 하늘에서 내리는 예쁜 쓰레기를 치우며 역시 눈은 보기만 할 때 예쁘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아침 11시 하타 요가 수업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