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빛나라 Sep 20. 2022

어느 인터뷰

국제보건 종사자 이야기

자기소개와 현재 일하고 계시는 기관 및 맡고 계신 부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코이카 에콰도르 사무소에서 봉사단 역량개발 및 안전 담당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오세현이라고 합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개발도상국의 무상원조를 전담하고 있는 외교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으로 에콰도르 해외사무소에서 진행되는 ODA 프로그램 중 하나인 봉사단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외사무소 근무 전 방글라데시에서 컴퓨터 그래픽 교육 봉사단원으로, 페루에서 한국어 교육 봉사단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코이카 페루 사무소에 이어 에콰도르 사무소에서 봉사단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담당하는 주 업무로, 신규로 파견될 봉사단원들의 현지 문화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지에서 SDGs와 연계된 성과를 위한 활동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돕고, 그들의 활동 모니터와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하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봉사단과 활동기관의 상담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처음 KOICA 봉사단원으로 파견된 곳은 방글라데시였습니다. 전기가 부족해서 한 시간 전기가 들어왔다가 다시 또 한 시간 암흑이 깔리는 환경에서 컴퓨터 디자인을 가르쳤습니다. 수업 중 전기가 나가면 돌아오기까지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더 기다려야 할 때, 학생들과 소통하거나, 디자인 이론, 사진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구상해가며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봉사단원이 할 수 있는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의 시간과 재능을 나눔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내가 이 현장에서 평생 근무하고 싶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국제보건에 대한 관심은 봉사단원으로 페루에서 활동하는 동안 여러 의료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면서였고, 의료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도시빈민이나 시골의 원주민에게 필요한 기초 의료서비스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는 보건학 석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한 때 코이카에는 ‘다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이라는 모토가 있었는데요, 보건학을 접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며 잘 살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배경은 건강한 생을 영위할 수 있는 보건서비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봉사단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KOICA 봉사단원의 활동을 기대하는 기관의 수요를 발굴하고 현장 조사하며, 봉사단원을 훈련시켜 각 기관에 파견하는 업무를 담당할 때였습니다. 학교보건에 필요한 보건분야 봉사단원에 대한 요청이 있어서 지방으로 현장조사 출장을 갔습니다. 도시와 시골 경계의 아마존 마을이었는데, 부모가 모두 논밭에 나가 일을 하는 통에 방치된 아이들은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미성숙과 그들 사이의 성폭행 문제가 이 지역 학교보건 분야의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장에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에 대한 가정 교육과 교내 신체검사와 성교육이 필요해서 보건인력을 요청하는 수요였는데, 지역사회가 이 일에 관심은 있으나 시스템을 운영할 재원과 인력이 모자라서 진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절박함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 작은 관심이 개발협력의 시작이니까. 제가 만약 보건분야 봉사단원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꼭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서, 꿈을 키울 수 있게 십대들이 꼭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제보건 업무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페루의 해안지역은 사막화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그로 인해 HIV와 결핵문제가 많고, 도시빈민층의 유입에 따른 무계획적인 도시 확장과 인구밀집의 문제는 물 부족과 함께 감염의 확산을 더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WHO와 함께 결핵예방사업에 투입될 봉사단원의 수요 발굴을 위해 현장에 함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도시빈민이 거주하는 환경을 접하고 보니 그 위험성이 더 참담했습니다. 현재 COVID19 펜데믹 이후 페루 리마 까야요 지역의 의료 붕괴 상황이 바로 이해가 될 정도의 환경이었지요.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접근성 문제와 환경의 열악함이 극복해야 할 가장 높은 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지역을 지역 의료진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헌신적인 봉사단원이 얼마나 될까 걱정하면서 모집공고를 냈습니다. 내가 봉사단원이래도 이곳에서 활동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가능하면 연구소 내 업무를 중심으로 모집공고를 냈었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온 헌신적인 간호봉사단원은 단순 업무보조에 머물지 않고 검체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위생시설을 구비하고, 동료 의료진 대상 위생교육과 그들의 관리 습관 개선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멋진 활약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행정력 갖춘 우리나라 간호사의 역량에 감동했었습니다.


국제보건 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거나, 수행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수원 기관과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닌, 수혜자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충분히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을 담아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근무하던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멋진 줄 알았다(anotherW)”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해외봉사도 해외근무도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지원했다가 수원 기관과 자기 자신에게 실망감을 경험했던 분들을 위로하고, 해외근무지에 첫발을 딛는 청년인턴이나 각기 다른 연령대와 경력을 가진 해외봉사자들에게 시행착오를 대비할 수 있도록 네 명의 코디네이터들이 함께 쓴 현장 이야기입니다. “멋진 줄 알았다”는 제목처럼 국제개발협력 현장은 남을 돕고 보람 있는 일이긴 하지만 꼭 멋지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국제개발협력 사업현장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발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이러한 고민은 누구나 하는 것이구나 위로도 받고 동기부여도 되면 좋겠습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특히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중남미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고, 페루와 에콰도르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보건 프로젝트에 대한 간접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보건역량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는 넘어섰다고 봅니다. 이제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교육, 인권, 복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보입니다. 제게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청소년 성교육 분야입니다. 십대의 임신을 예방하고, 성인지 교육을 통해 교육이 필요한 때에 적절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그리고 그 소녀들이 엄마가 되기 전에 필요한 교육을 통해 출산준비와 신생아 케어를 통해 모자사망률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교육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성공적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나 커리어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혜자인 사람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외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그 사람이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선한 영향을 끼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의 활동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란 걸 배웠습니다. 물론, 그들이 우리에게 받기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배우게 되고, 언어를 배우고, 그 땅에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2021년 9월 17일

인터뷰어 / 서울대학교 국제보건연구센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