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단 시위 중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보스니아 사라예보, 지진 후의 쓰촨 성, 지진에 원전까지 손상을 입은 후쿠시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독일...
여기 남들은 얼른 짐을 싸서 도망 나올 만한 장소만 골라서 전 세계 어디든 가장 빠르게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남자가 있다. 전기, 수도, 배수시설이 파괴되고 때로는 먹을 것도 부족한 곳에서 저격수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혹시 아드레날린이 부족한가? 마치 본능처럼 특종을 찾아 이슈의 한가운데를 찾아드는 그는 특파원이다.
자못 비장한 표정의 저자와 회색 배경에 깔린 전 세계 도시들의 이름에 끌려 읽게 된 책. 평범한 사람은 평생 3백 명 정도의 사람을 만나고, 그중 3천 명 정도를 기억한다고 한다. 이 책은 전쟁과 국제분쟁, 지진과 쓰나미 등 특종의 현장에서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강렬한 이야기를 눈과 귀에 전하고자 하는한 원로 기자의 이야기다.
핀란드의 한 지방 도시에서 교양 있는 집안의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페트리의 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래식 지휘자, 동생은 변호사가 되었다. 그는 첼로 연주가가 되는 대신 기자가 되었고, 권위 있는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의 최연소 정규직 기자로 임명되었으나 방송국 기자의 길을 택했다. 80년대 북아일랜드 분쟁, 베를린 장벽의 붕괴, 90년대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등 숨 가쁜 근현대사와 함께해온 그의 커리어는 한편으로는 자주 이사를 다니며 아버지와 남편의 장시간 부재를 감내했던 가족들의 희생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었다.
페트리는 2000년대 초반 잠시 기업으로 눈을 돌려 정보통신기업 자체 방송채널을 론칭하기도 했으나, 억누를 수 없는 취재 본능을 따라 다시 기자로서의 현업에 복귀한다. 중국의 언론통제와 감시, 미세먼지와 황사, 줄어드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입지, 홍콩의 변화한 위상과 대만이 생각하는 중국 등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꿰뚫는 이야기는 2013년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를 가져온 유로마이단 시위의 한가운데서 본 젊은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비추고,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에스토니아, 핀란드에서 가져온 혼란을 나열하기도 한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항상 바쁘게 살아온 그는 탈린 특파원 근무 중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의 시작과 함께 전립선암 판정을 받는다. 불행 중 다행은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가 특파원으로서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의미 있는 순간들을 책으로 정리해 독자들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물 공급이 끊긴 숙소에서 특파원들이 급한 용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하는 등의 아주 현실적인 고충은 모두의 공감을 살 만하고, 기자 혹은 특파원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다면 후반부에 나오는 인터뷰에 잘 응할 사람을 알아보는 법, 무질서한 취재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는 법, 효율적인 취재를 위해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법 등 실제적인 노하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지 정보
언어 : 핀란드어
장르 : 논픽션, 사회, 정치, 국제관계
원제 : Kirjeenvaihtaja (Correspondent)
저자 : 페트리 사라스테
출판사 : Into Kustannus Oy (2021)
분량 : 234페이지
저자 Petri Saraste (1958~)
중앙일간지 헬싱긴 사노맛의 기자로 언론인의 첫발을 내디뎠다. 경력의 절반인 20년 정도를 MTV 특파원으로 독일 본, 베를린, 중국 베이징, 에스토니아 탈린 등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정보통신기업 소네라에서 콘텐츠 부서장을 맡기도 했다. 2009년 중국을 취재한 성과로 핀란드 큰 언론인상을 받았다.
예상 독자층
국제정치와 분쟁, 환경, 난민 등 전 지구적인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 진로를 탐색 중인 중고등학생, 대학생, 전현직 기자 및 기자 지망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