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제목이다. 저자가 43세의 여성작가로, 이 책이 아프리카와 일본의 교토, 이탈리아의 피렌체, 로마, 볼로냐와 프랑스의 노르망디를 오가는 대장정이자 600일간의 사색의 기록이라는 점을 알기 전에는 말이다.
나는 M. 43살이다. 수년간 셀 수 없는 밤에 여자들을 생각했다. 섹스랑은 상관없이.
영문 버전의 부제인 'Traveling the Paths of My Heroes'라는 표현처럼, 책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유명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쓴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에서 강박증과 무수한 점이 찍힌 호박 설치미술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까지 열 명의 여인들의 삶의 궤적과 기록들을 따라간다. 경계를 넘어서고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은 행동을 한 작가와 예술가들을 말이다.
그들은 대부분 남편이나 아이가 없었고, 남자관계는 전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이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문화로 이주했고, 커다란 인생의 변화를 40대에 겪었다.
화가 프리다 칼로, 조지아 오키프,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이 익숙한 이름이라면 여행작가 이사벨라 버드와 이다 파이퍼는 낯설다. (마리 킹슬리는 들어본 것도 같다.)벨기에 사람이지만 동양 문화에 심취해 긴 여정 끝에 비구승이 된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 16세기 이탈리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스페인 궁중화가의 자리에까지 오른 소포니스바 앙귀솔라는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를 그린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시에 관해선 세간에 널리 알려진 스승에게 강간당한 후 법정에서 온갖 모욕을 당한 장면들 뿐 아니라 무명의 화가와 결혼한 후 재정상,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던 중장년의 모습에도 주목한다.
Mia Kankimäki는 헬싱키 대학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고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 등으로 일했다. 38세에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본의 교토로 향해
헤이안 시대의 작가 세이 쇼나곤에 관한 여행기 'Things That Make One's Heart Beat Faster'(Asioita jotka saavat sydämen lyömään nopeammin, 2013)를 썼다. 여행기이자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전기나 역사서 같기도 한 그녀의 책들은 이미 어떤 장르를 형성한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지, 어떤 인물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