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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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천국에서> 는 소비주의적이고 유행을 쫓으며 소위 말하는 힙에 환장하는 '속물적인' 우리 세대를 인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인공 케이는 뉴욕에 어학연수를 가는데 그곳에서 마약과 파티를 즐기는 '쿨한' 현지친구들과 어울리며 쾌락주의적인 나날을 보낸다. 케이는 이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천국은 이제 끝이날 것이라는 불안에 휩싸인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유학시절과 비교해 모든 게 덜 떨어지고 후져보이는 한국이 못마땅하다. 우선 읽은 부분은 여기까지다.
책 전반에 작가의 날카로운 포착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여행에 대한 얘기였다. 과거와 달리 20세기 후반부터 여행산업은 호황을 이뤘고 여행에 대한 열광은 젊은이들의 큰 특성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것은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끔찍한 권태'에 대한 일종의 해결책이었다. 여행이 권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본을 통해 관리되며, 소비를 통해 가능한, 한계 없는 쾌락'이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잠식된 현대인들의 삶에 여행이라는 일회성 경험은 감수성을 촉촉히 적시는 특별한 선물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여행을 끊임없이 찬미하고 '떠나라'는 부추김을 멈추지 않는다. 자본은 그것을 정확히 포착해 여행산업이란 거대한 시장을 키워냈다.
여행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또한 책에 나오는 부분이다. 우리는 여행지를 하나의 풍경으로 소비한다. 여행자는 그 세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있다. 내가 삶을 꾸려나가는 곳이 아닌 구경하고 먹고 향유하며 감각을 채워주는 하나의 영감적 도구로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여행자는 세계와 단절돼있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끊어져버린 세계는 끝없이 펼쳐진 이미지들, 다시 말해 스펙타클로 환원되고,' 여행자는 '끝없이 펼쳐진 외부세계에 압도돼 자아가 소멸에 가깝도록 해체되는 경험을 한다.' (92)
책에 나오는 내용 중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이다.
감수성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작가가 짚는 문제점은 여행이 권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불황은 계속되는데 일회적 쾌락에 기대는 삶의 양식이 외려 자본주의의 덫에 빠지는 결과만 낳을 뿐.
이제 '세계에 대한 사유'까지 일회용이 되었다. 우리는 모든 게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삶을 산다. ‘그것만으로는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신들이 점차 고립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94)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 읽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도 떠올랐다. 이후 포스팅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나도 사실 굉장히 속물이다. 다만 냉소적일뿐이다. 책에서도 나와 같은 냉소주의자 부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를 열렬히 비판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만으로 자신을 남들과 차별화하려는 사람들. 하지만 나같은 냉소주의 부류 또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함정. 사회와 한발짝 덜어져 나는 다 알고 다 해봤다는 자세를 유지하지만 결국 자본이 주는 편의와 안락함에 정착해버리고 속으로 괴리를 느끼면 '삶은 어찌할 수 없다'는 냉소적 결론으로 피해버리는,
도피자.
오늘의 콘텐츠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