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습니다.
그물을 던졌다. 목표한 물고기는 건사하고, 그물이 바다에 착지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박미영(라미란)과 조지혜(이성경)가 외치는 ‘일망타진’의 현실이다. 미영과 지혜는 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서진(박소은)이 차도에 뛰어드는 것을 목격하고 직접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주어진 단서는 서진의 휴대폰과 친구의 구술뿐이고 두 사람은 민원실장의 눈칫밥을 먹으며 발이 묶여있는 처지다. 의지할 수 있는 건 형사 시절 발달시켜온 동물적 감각, 그리고 동료 장미(최수영)의 현란한 손놀림이 전부다. 이런 현실에서 ‘일망타진’의 가능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영화가 주인공의 욕구를 마중물로 작동한다면, 형사물에서 그것은 ‘일망타진’일 것이다. <베테랑>(2014)의 도철(황정민)은 재벌가의 비리를 뒤쫓고, <청년경찰>(2017)의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우연히 목격한 납치사건을 캔다. <걸캅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망타진’을 구호처럼 외친다. 일선 형사의 활약으로 범죄 조직 전체를 소탕하는 큰 그림은 이전의 형사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그 안에 더해지는 세세한 붓질이 다르다. <걸캅스>는 ‘일망타진’을 실현해나가는 주체로 미혜와 지혜, 두 여성을 등장시킨다. 기존의 형사물에서 제시해온 무능하고 민폐만 끼치는 여성상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미영은 한때 범죄 현장을 주름잡는 베테랑 형사 출신이고, 지혜는 의욕 넘치는 신참내기다. <베테랑>과 <청년경찰> 속 여성 캐릭터가 서사가 담겨있지 않은 대상화된 존재로 채색을 해나갔다면, <걸캅스>에서는 그것을 오히려 전복시킨다.
‘일망타진’을 향해 움직이는 미영과 지혜의 추동력은 스스로 느낀 문제의식에 있다. 차도에 뛰어든 서진의 아픔은 실재인데 ‘건수 안된다’는 이유로 외면받는다. “(피해자에겐) 내 편이 없고 내 편이 있어도 힘이 없다” 는 지혜의 일갈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미영이 해고 위기를 의식하면서 수사를 감행하는 것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이제 그만 스스로를 탓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두 사람은 누군가의 피해와 아픔이라는 지극히 미시적인 일에 천착한다. 거대 범죄조직의 핵이나 권력 상층부를 건드리는 대신, 외면받는 현실에 뛰어드는 선택인 셈이다. <걸캅스>가 성별 클리셰를 비트는 방식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미영의 남편 조지철(윤상현)은 여성들이 기존의 형사물에서 소비된 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캐릭터다.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진 않지만 순간순간 치고 들어와 웃음 포인트를 제공한다. 동료 장미의 비속어 사용도 ‘눈쌀 찌푸려진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존의 ‘조신한’ 여성상을 비껴가는 설정이다.
<걸캅스>는 여성 캐릭터들의 ‘일망타진’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여성 캐릭터들은 해결사의 위치로 우뚝 선 채로 영화를 이끈다. 이 진취성은 <걸캅스>가 ‘일망타진’을 향해 달려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것 자체로 그림은 이미 기존의 형사물들과 많이 달라져있다. <걸캅스>가 ‘걸복동’의 오명에 시달리면서도 호응을 얻는 이유다. 올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버닝썬과 연예인들의 불법촬영 사건과도 맞물렸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걸캅스>는 현실과도 조응했다. 여러 의미로 <걸캅스>는 ‘일망타진’에 성공한 영화다. 미영이 극 초반에 쏘아올린 공포탄은 그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마법의 탄환’이었다. 지혜는 이것을 영화 후반부에 그대로 물려받아 자신만만한 대답으로 돌린다. 더 큰 가능성을 제시하는 탄환이 된 셈이다. <걸캅스>가 쏘아올린 ‘일망타진’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