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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놈Vietnom Jul 15. 2024

K-Beuty in 베트남?

은근히 한국 화장품 많이 산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면, 한국의 대표님들로부터 본인 제품을 유통, 마케팅해줄 수 없냐는 질문(을 가장한 요청)을 종종 받는다. 


여담이지만, '유통'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표님과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표님은 인구통계, 기존 커리어, 현재 업태 등 여러 배경이 뚜렷이 나뉘는 편이다. 돗자리 깔자면, 다음 질문이 뻔히 보인... 

대화 상대방.. 이 아니고 카운터 파트로 논의를 하게 되는 내 입장에서 거칠게 보면, 유통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는 분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중심이다. 일단 매대에 제품 깔고 나면 팔리는 건 알아서 팔리겠지, 매대에 어떻게 깔 것이냐 거기에 어떻게 파고들 것이냐가 중요하다. 뭐 이런 느낌이고.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는 분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중심이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노출시킬 것인가, 나아가서 어떻게 고객 응대를 칠 것이냐를 고민하는 내용이 많다.  

올리브영과 인스타그램의 차이랄까. 아무래도 전자는 평균 연령이 높고, 후자는 낮다. 


근데 이게 내가 여성용 화장품을 잘 알 수는 없는 처지인지라 아직까지 적극 대응해보진 않았다. 일단 내가 사용자도 아니고(나는 스킨로션 올인원 화장품 1개 달랑 쓴다!), 부인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다. 그럼에도, 여러 우연과 인연이 자꾸 밀려드니까 관심을 가지고 전향적으로 태도를 고쳐먹었다. 


두괄식으로, 

내가 대화해 본 한국 화장품 제조사 대표님들 입장에서는 베트남 시장은 계륵 같은 존재다. 정확히는 4위다. 금은동 단상 밑에.

LG니 아모레니 대기업이야 당연히 베트남 시장 필수로 들어온다지만, 작은 회사들로서는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 무엇보다 조선미녀 등 수퍼스타를 만들어내고 요즘 유행(?)하는 미국은 꼭 대응해야 하는 마켓이고, 가깝고 뭔가 발색이나 감성 비슷한 일본도 당장 매출이 나오니까 진출한다. 그 와중에 이제는 철수를 하는 수순이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은 영원히 검토 1순위다. 그러고 나면 베트남인데, 이제 작은 기업 입장에서는 여력이 없지. 4순위의 일을 어디 하나 보통. 금은동 밖이면 4위나 5위나 6위나 그게 그거지 남들은 기억 못 하는 법이다. 이것이 (거의 대부분의) 대표님들과의 대화 기저에 유유히 흐르는 국제 정세 판단이다!


그래도 숫자를 보자.

'관세청 보도자료 2024.04.03'을 찾아봤다.


전체적으로 2024년 1분기 화장품 수출이 아주 호조라고 한다. ’ 24.1~3월 화장품류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1.7% 증가한 23억 달러로 동기간 역대 최대실적이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 외에도 선크림, 립스틱, 클렌징폼, 향수 등 다양한 제품들의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 모든 품목 수출이 큰 폭 증가했다.


좋네, 나라별로 쪼개보자.

귀신같이! 베트남이 4위다. 홍콩은 큰 틀에서 중국 옆문이니까 중국이라고 친다면 2020년에도 베트남이 4위긴 했다. 근데 4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볼륨이 고착 18백만 달러라서 나눠 먹을 게 없었다. 근데 올해 1분기를 보면 홍콩마저 제끼고 명실상부 4위에 4를 곱하면 약 6억 달러가 나온다.!! 심지어 최근 잘 성장한 일본의 60% 수준인 것이다. 이건 좀 놀라웠다. 


원래 통계라는 게 한 번 더 까봐야 제맛!이니까 연도별 화장품 수출입 성장을 보자. 수출이고 수입이고 간에 최근 7~8년간 늘긴 했지만 특히 수출을 보면 2015년, 2016년에 갑자기 퀀텀 점프 해버렸다. 코로나 없었으면 지금 연간 100억 달러는 사뿐히 넘었을 듯하다. 


내용을 보면, 베트남 혹은 동남아는 미백이 중요하다(이거는 모르는 한국인 별로 못 봤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여기서는 일단 피부 하얀 게 외모에서 중요하다(인도는 더 심하다고 카더라). 매일매일 듣는 얘긴데, 통계를 보면 좀 다르다. 태국, 말레이시아와 비교해 봐도 베트남은 유톡 기타 화장품 비중이 높다. 그러니까 선크림 비중이 높다. 기초화장품보다 기타 화장품을 더 많이 사는 나라는 베트남, 태국뿐인데 태국은 사실상 동일한 비중이지만 베트남은 확연히 1위가 기타 화장품이다. 원래 K뷰티라는 게 물광, 꿀광, 유광 등 기초 화장품이 근본인 것 치고는 좀 예외적인 패턴이다.


관세청, 재밌는 자료였다. 

다만, 이 자료에서는 유통 채널에 대해서는 안 나오는데 나름의 상상을 더해본다(관세청이 소매 유통 알바겠냐만은). 보나 마나 한국 화장품의 경우, 베트남은 오프라인 유통 비중이 절대적일 거다. 롯데마트, 이마트 이런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GS25 같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한국 화장품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는 기초 화장품보다는 마스크팩이나 선크림 같은 기타 화장품들 위주다. 편의점, 마트를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베트남과 일본계(화교계 자본?) 기업이 주도하는 태국의 유통 채널 차이가 한국 화장품의 기초, 기타 비중 차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반대로 온라인 커머스는 한국 화장품이고 화장품 고조할아버지고 간에 아직 초기 단계라 별로 없을 거다. 그냥 없다(눈물).


온오프라인 차이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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