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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Mar 14. 2023

왜 나는 거지로 살아야 하는가

고도로 발달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 1


본격적인 시리즈 시작에 앞서 왜 나는 하필 2023년부터 고도로 발달한 거지가 되어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는 삶을 살고자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종의 자기소개이기도 하겠다.



1. 나는 30대 초반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지만 매년 평가를 받고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한다. 그렇다. 나는 무기계약직이다.

무기계약직의 업무는 정규직에 한없이 가깝지만 보수는 계약직에 한없이 가깝다. 실제로도 나의 직종은 정규직도, 최대 2년 근무 가능한 단기 계약직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생애 소득을 계산해 보면 아주 암울하다. 매년 연봉이 50만 원 인상되는데(월급이 아니다. 연봉 50만 원 인상은 월급 약 4만 원 인상이다.) 문제는 애초에 최저임금인 연봉에서 시작하다 보니 50대 중반이 되어 명절 수당, 연가보상비, 연말정산 환급금을 다 끌어 모아도 연봉 4천만 원을 못 받는다. 20년 후에도 실수령 월급이 3백만 원이 안 되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다시 계산해 보고 또 충격받았다.


상황이 이러니 아직은 독립도 못 꿈꾸고, 까딱하면 내가 120살까지 살아버릴(?)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노후 대비를 착실하게 해두어야 한다. 나의 연봉을 누군가는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이 가장 젊으니까 지금부터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보려고 이렇게 브런치도 팠다. 나에게는 절실함이 있다.



2. 한창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일 때, 나도 인증까지는 아니지만 가계부를 쓰며 무지출한 날이 며칠인가 세어보기도 했다. 무지출 챌린지는 습관적으로 카페에 들르거나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는 등 소소한 지출을 0원으로 줄이는 의미가 있어서 좋은 절약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만 카페에 가고, 출퇴근길에 어디 들러서 돈을 잘 쓰지 않는다. 출퇴근할 교통비 월 약 8만 원, 휴대폰 요금 24,750원, 보험료 39,970원, 헌금 외에는 고정비가 없다. (운동도 관뒀다.)


그래서 나는 주 사용 카드를 바꿨다. 원래는 배달의 민족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썼는데, 절약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도저히 전월 실적을 채울 수가 없었다. 그 카드는 할인받은 건은 모두 실적에서 제외가 되어서 30만 원 실적을 채우다 보면 사실상 70만 원 이상, 심지어는 130만 원을 넘게 쓰고 있었다. 그러니 항상 월급날에 카드값을 내고 나면 카후 월급은 바닥이었다.


나의 휴대폰 요금은 24,750원이기에 보통 5만 원 이상 써야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 할인 혜택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고정비 중 교통비 할인이 가장 중요하던 참에, 홍승완 기자님의 책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에서 알뜰교통카드를 알게 되었다. 카드사별, 신용/체크카드별로 비교해 보고 혜택이 가장 좋다는 하나 체크카드로 발급받았다. 알고 보니 내 오랜 친구들도 이 카드를 쓰고 있었다. 교통비를 제외하고 전월실적 25만 원만 채우면 교통비 5천 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월실적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카드 자체의 혜택으로 교통비 1만 5천 원 할인을 따로 받을 수 있다. 다른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받았던 혜택보다 더 좋아서 나는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3. 가계부 월 지출 예산은 50만 원으로 잡고 있는데, 1월에는 444,588원 초과, 2월에는 119,290원 초과였고(근데 호주를 열흘 넘게 갔다 옴...), 3월에는 27,260원 초과 예상이다. 이번 달에는 호주 여행 기념품 증정을 핑계로 약속이 6번이나 있는데 이 정도면 정말 행복한 거지 아닐까? 아, 내가 말하는 거지는 사전 상의 의미대로 남에게 빌어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질 안 좋은 옷도 10년 넘게 입고 그런다는 뜻이다.


나에게도 10년 넘은 옷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자주 입는 옷은 초록색 후드 집업인데 색깔도 크기도 착용감도 나에게 잘 맞는다. 심지어 얇고 가벼운데 따뜻한 기모 재질이다. 환경 지킴이인 우리 엄마도 나에게 그만 입고 버리라고 할 정도로 오래 입었는데(근데 보풀도 없고 구멍도 안 났는데!), 호주 여행 마지막 날에 길에서 잃어버렸으나 그날 다시 찾게 되어 앞으로도 쭉 오래오래 더 입을 생각이다.



4. 결론은, 버는 돈이 적으니 적게 쓰고 최대한 모아서 불리자. 지금은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는 거지지만 부자가 되자.


https://www.youtube.com/watch?v=5V-9VJcYl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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