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최종 합격 팁 대방출
아직 수습 기간이라 경력 호봉 인정을 받지 않은 월급을 받음에도, 정규직이 되면서 계약직 시절 받던 연봉보다 연간 천만 원 이상을 더 받게 되었다. 무기계약직이 될 때 정년까지 매년 연봉 50만 원 인상을 약속받았으니, 연봉 1천만 원 인상은 20년 치 연봉 상승분을 한 번에 받은 것과 같다. 최소 몇 백 명을 제치고 정규직으로 최종 합격할 수 있었던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본다. 우리 모두 적게 일하지는 못 해도 꼭 더 버는 2024년이 되기를.
내가 최종 합격한 채용 과정은 1차 서류 > 2차 신 AI 역량검사 > 3차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 4차 대표 및 임원 최종 면접 순으로 전형이 진행되었다. 기존에는 필기고사 형식의 인적성검사, 토론 면접, PT 발표 면접 등 다양한 방식의 평가 과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채용에서 시간과 인력의 부족으로 다소 절차가 간소화된 듯하다. (오히려 좋아!) 개인적으로 동종업계 최종 면접, 영어 면접, 필기 인적성검사, 구 AI 역량검사 경험이 두루 있어서 모두 최합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10년 전에 다대3 최종 면접을 같이 봤던 내 양 옆 사람이 모두 뽑히고 나만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결국 10년 만에 나도 그들과 같은 경력과 역량을 갖춰 최종 합격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1차 서류>
꼭꼭꼭 채용 시스템 계정 등록과 서류 제출은 최대한 빨리 하자! 그래야 면접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면접관 분들이 덜 지치셨을 때 면접을 볼 수 있다.
서류 제출 시점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쓰기 취미를 붙인 지 1년이 넘어 업무 중 작성하는 보고서, 공문 외에 일기 혹은 수필에 가까운 글쓰기에 매우 익숙해진 상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덕분에 자소서도 술술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지금 생각하면 구체적인 수치와 성과보다는 감성 가득한(?) 자소서였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다행히 면접 전에 수치로 표현된 성과를 포함한 1분 자기소개를 따로 준비했고, 면접관 분들이 자소서보다는 이력서 위주로 질문을 해주셔서 큰 문제는 없었다. 보통 최종 면접은 인성 검증이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 오히려 최종에서 이력서에 기재한 경력이며 취미, 어학 성적까지 꼼꼼하게 질문을 받았다. 그러니 여러분은 꼭! 처음부터 면접왕 이형, 퇴사한 이형 유튜브를 참고하여 필살기가 잘 정리된 자소서 작성과 면접 준비를 시작해 보시길 바란다.
어학 성적은 필요하다면 미리미리 준비하고, 영어 점수가 높다면 영어 면접 전형이 없더라도 1분 자기소개, 본인 업무 설명 정도는 영어로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종 면접에서 갑자기 영어 자기소개를 하게 되어 준비를 해뒀음에도 조금 실수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좋게 봐주셨다.)
자격증은 필수적인 것이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것 외에는 큰 변별력이 없어 보인다. 나는 한국사 능력 검정 3급만 있고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정보처리기사, ADsP 모두 없다.
서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유사 직무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같이 최합한 동기들도 모두 경력 있는 신입이었다.
<2차 신 AI 역량검사>
필기시험 형식의 인적성검사가 수능 + IQ 테스트에 가깝다면 구 역검, 신 역검은 MBTI + 순발력 테스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AI역검이 훨씬 더 쉬웠다. 성향 파악이야 일관성 있고 극단적이지 않으며 직무에 적합하면 될 것이고, 영상 면접은 자주 나오는 면접 질문 연습, 전략 게임 파트는 연습 연습 또 연습만이 살 길이라 생각한다.
도형 N-Back 테스트는 너무나 유명한 아래 약사님 영상이 있고, 나는 공간지각능력이 좀 부족한 편이라 도형 회전 문제는 그림을 그려가며 맹연습했다. 그 외 고양이, 마법약, 버스 번호 등 몰아치는 문제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 많이 해본 젊은 사람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https://youtu.be/QMUhmIi_X2k?si=Er63CNm9c-rn15eD
<3차, 4차 면접>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종 임원 면접이라고 해서 인성 검증만 진행된 게 아니었고, 오히려 그전 면접보다 더 자세하게 이력서 관련, 직무 관련 질문을 해주셨다. 전반적인 흐름은 일관성 있는 자소서, 이력서 제시 -> 1분 자기소개 혹은 생략될 경우에도 어떻게든 필살기 전달 -> 면접 주도권을 갖고 꼬리 질문 답변 -> 혹시 질문을 잘못 이해해서 면접관님이 다시 질문=기회를 주신다면 제대로 다시 답변 -> 마무리 포부 제시 순으로 준비하면 될 것이다.
1분 자기소개는 인사, 나 어필, 나의 이력 어필, 성과 수치 제시, 이력을 통해 얻은 역량 어필, 내가 왜 이 회사에 필요한가, 입사 후 포부 순으로 간결하게 정리하였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1분 자기소개에서 했던 말을 또 하는 기분이 들 텐데,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게 답변하자!
또한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니 직무/인성 가릴 것 없이 최대한 많은 예상 질문에 대해 나의 답변을 글로 작성해 보고 실제로 말로도 연습을 해보자. 물론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런 준비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회사와 직무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어떤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결국 경력도 면접도 일관성이다. 그 무엇보다 나를 왜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내가 10년 전 최종 면접에서 떨어질 때 들었던 말이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였다. 갓 대학을 졸업해서 계약직으로 취직한 지 한 달째였던 나는 10년 경력자와 고난도 자격증 소지자 사이에서 나 스스로도 나를 꼭 뽑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탈락 경험과 이어진 경력을 통해 진심으로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을 찾고, 진정으로 “저를 뽑아주시면 제가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확신을 갖고, 내가 잘하는 것은 겸손하기보다 정말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모두 갖출 수 있었다.
면접왕 이형, 퇴사한 이형 유튜브에도 정말 감사하다. 꼭 이 채널들을 참고하여 나의 이전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역량을 갖추었고, 그것이 입사하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명확한 수치와 필살기로 정리해 보자!
<최종 면접 그 후>
서류 탈락도, 최종 면접 탈락도 모두 후유증이 있다. 언제 다시 처음부터 그 긴 과정을 거칠까 아찔하기도 하고, 내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하고 부족했는지, 아니면 애초에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인지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내 자리가 아니라면 우리 너무 슬퍼하지 말기로 하자. 나의 경우 상황이 여러모로 나의 편이었다. 몇 년간 신규 채용이 없었고, 최근에 젊은 고스펙 직원들이 여럿 퇴사했으며, 오랜 기간 여자 직원을 뽑지 않았고, 새로 오신 대표님이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시고 싶어 하신 점 등 모든 행운이 나에게 미소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이야기하고 싶은 건 내가 객관적으로 적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을 때도 직장에서 늘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나는 물경력이 무섭다. 그 어떤 경험도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나에게 도움이 된다. 적은 돈을 받는다고 돈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면 딱 거기까지다. 시간이 흘러도 배울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 나아가 직장에서 대놓고 이직 준비를 하거나 문제집 풀고 책 읽으며 자기 계발하는 것을 좋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인격 모독을 하거나 착취하는 상사/동료/직장으로부터는 최대한 빨리 도망가자. 그 어떤 것도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정신없이 새 업무에 익숙해지는 중인 지금 나는 즐겁다. 실시간으로 부수입을 얻기에는 제한이 있어서, 월급이 오른 만큼 더 저축하고 이래저래 발생하는 비용은 최대한 줄여 보려 한다. 모두에게 연봉 인상의 가호가 함께 하길 바라는 근로자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