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할까 하다가 "아빠랑 버스 타고 경복궁 갈래??" 정확하게는 "아빠랑경복궁에 희귀 포켓몬이 나온다는데 잡으러 갈까?" ^^
같은 말을 조금만 다르게 이야기하니 군소리 없이 따라나선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애들이나 주변 애들을 보면 딱히 대중교통을 탈일이 없어 보인다. 태어나서부터 주로 자가용을 이용했었으며 버스나 기차를타고 여행 다녀 볼 일이 많지 않았던 탓인 거 같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임에도 힘드니깐 차 타고 가자던 둘째 아이의 불맨스런 말에 이런 여행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혼자 둘째까지 데리고 다닐 자신은 없어서 그나마 만만한 큰애와 함께 급 서울 나들이를 나섰다.
처음으로 버스타고 시외로 :-)
매일같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나에게야 너무 익숙하지만 큰애는 모든 것이 신기한가 보다. 버스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해서 빠르게 가는 모습, 버스 안에서 모두가 고요한 모습(?) 등 ㅎㅎ 종알종알 어찌나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쉬지않고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청계천 거리를 여유롭게 활보
오늘 경복궁까지 가는 코스는 종로 3가에 내려 청계천을 따라 광화문 광장까지 가서 주변 관광 후 경복궁에입성하는 경로이다.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게 중간중간 포켓몬을 잡을 스팟들을 만들어뒀다. 그렇게 하니 수월하게 잘 쫓아온다. 물론 규칙도 있다. 포켓몬을 잡는 것이 목적인 만큼 포켓몬 스탑의 아이템 확보 및 인근 포켓몬 잡는 데까지만 허용을 해줬다.(시간은 매 스팟마다 15분 정도?)
애들 휴대폰 사용은 평생 숙제가 될 것 같다. 어린아이들에겐 장.점 보다는 아무래도 단.점이 명확한 기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또 요즘 시대에 무조건 제한하고 막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본인의 관심 영역을 아빠랑 같이 하면서 즐기게 해 주되 정해진 규칙 안에서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다(이런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으니라고ㅎ). 같은 계정으로 두 개의 단말에서 같이 게임을 하다 보니 큰 애 입장에서는 아빠랑 협업하는 느낌이 드나 보다^^;;나름 중간중간 즐겁게 구경도 하면서, 또 같이 게임도 하면서 여정을 이어 나갔다.
광화문 광장
광화문 광장은 몇 차례 와 보긴 했으나 이렇게 오랜 시간 있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광장 지하에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 전시관이 이렇게 까지 광대하게 잘되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초등학교 1학년이 꼼꼼하게 다 살펴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한 3~4학년 정도 되어서 다시 하루 날 잡고 오면 많은 배움과 체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체크리스트에 포함시켜둔다.^^ 그래도 본인은 다니면서 만족스러운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아들 고마워!!)
세종대왕과 충무공 전시관
4D K 콘텐츠
경복궁역 지하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목적지인 경복궁을 향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복궁 문이 닫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야간 개방 기간이라고 한다. 밤이 찾아왔지만 광화문 뒤의 흥례문이 여전히 열려있으면서 많은 관광객을 받고 있었다. 나는 MBTI로 따지면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극 "J"에 가까운데 몇몇 부분에서는 "P"를 추구한다. 20대 배낭여행 시절 때만해도 분 단위로 스케줄링하면서 열심히 다니던 K-Backpackers였는데 나이 들고나니 여행에서 즐거움, 배움 등 외에도 "쉼(Rest)" , "여유" 이런 항목들이 포함되다보니자연스레 바뀐 듯하다 ^^;
자연스레 디테일은 중요치 않다고 느끼며 여행을 계획할때 굵직한 테마만 챙기고 디테일은 덜 챙기는 편이 되었는데 그 부족한 부분은 고맙게도 아내가 가족 여행이나 내가 해외로 출장 가면 많이 채워주곤 한다(우리 집 챗 GPT).
명절 연휴 중 맞는 일요일이라 다소 분주
경복궁의 문은 열려있었으나 티켓팅부터 입장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기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우리의 초기 목적이었던 포켓몬 포획을 시작한다.(남들이 보면 부자가 포켓몬 잡고 다니는 장면이 다소 웃겼을 수 있어 보인다^^;;) 광화문과 흥례문 사이 공간은 자유롭게 오가면서 볼 수가 있었다.
약속대로 종착지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같이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들을 잡으러 다니고 중간중간 우리가 와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준다.
은연중에 여러번 반복 학습을 시켰다고 생각했으나 다음 날 물어보니 광화문 광장을 경복궁 광장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아직 조금 더 학습이 필요한 모양이다. 시간은 많으니 매 학년 때마다 한 번씩 와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는 것도 부모로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적잖이 돌아다녔음을 알 수 있었다. 나도 힘들 정도였으니 초등학교 1학년은 더 했을 것이다. 막판에 조금 힘들다고 칭얼대기는 했으나 나름 씩씩하게 잘 따라온 큰 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