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산책
동네(광진구)에 존재하는 ‘단독주택’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 5월 첫 촬영부터 11월 마지막 촬영까지 동네에 자리하는 그집을 찾고 찍었다. 조건이 있었다. 단독주택을 정면에서, 그러니까 지붕 뚜껑부터 대문 문지방까지 다 나오게, 사람으로 치면 측면 아니고 정면 전신 초상화처럼 담아야 한다는 것. 그 조건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집이라는 물체의 초상(portrait)이라니. 나는 그집 앞에 마주서서 정중히 손 내밀 듯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나를 상상했다.
자주 오가는 동선에서 단독주택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둘 피사체를 발견하는 쾌감이 생각보다 벅찼다.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집들이 살아 움직이듯 내 눈에 들어왔다. 꿈쩍도 않는 몸체를 담기 위해, 전신 샷이 가능할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는 건 나였다. 움직임은 설렜고 카메라에는 그렇게 만난 집들이 쌓여갔다. 다른 골목 그다음 골목으로, 길을 찾듯 집을 찾는 발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빛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집들의 색과 질감, 분위기와 느낌을 인식하게 될수록 여러 시간 여러 번, 같은 집 앞에 섰다. 골목을 채운 집들에선 흘러가는 시간과 변해가는 세월이 느껴졌는데, 담기길 바라며 담으려 애썼다. 그러나 여러 채 단독주택이, 적당한 거리를 두지 못해 뷰파인더 밖으로 밀려났다. 골목은 대부분 폭이 좁았고 내가 가진 렌즈는 보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집은 늘 자리를 보전하고 있지만, 시간이 만들어내는 빛의 길이나 구름의 양은 같은 집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게 도저히 궁금했던 나는 해의 기울기를, 그림자의 길이를 가늠하며 다시 그집 앞을 찾았다. 재미있는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익숙한 보기는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집을 잘도 찾아내며 동네를 걷는다. 아직 겨울 집의 초상, 겨울의 빛과 색은, 남은 겨울 만큼 충분할 테다.
——나의 변
여섯 살부터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고 있는 나에게 단독주택 촬영은 단연코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결혼 전 5년 동안 살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13년째인 자양동은, 잠만 자던 집에서 머물며 사는 동네가 되었다. 도서관이며 문화센터, 전통시장, 아이 유치원과 학교, 전철역이며 학원가, 한강 유원지 등등 광진구 안에서 넓어진 삶의 반경은 내 삶과 밀착된 하루하루의 동선을 이루었다. 익숙한 동선을 따라 적당한 단독주택을 찾는 일은 처음인 만큼 쉽지 않았지만, 발걸음마다 따라붙는 설렘과 기쁨은 걷는 만큼 찍는 만큼 정직하게 차올랐다. 빛의 예술’이라는 사진의 고유함을 내가 찍은 사진에서 실감할 수 있었고, 좋은 사진을 찍는 일이란 내가 먼저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7개월의 시간 동안 사진 찍는 스스로가 좋아졌는데, 그럴수록 사진을 좀 더 잘 찍고 싶어졌다. 함께 했던 멤버들과 우리의 좌장 강재훈쌤이 아니었다면 계절 계절을 관통해 온 팽팽한 그 일편단심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
** 어여 어여 전시 보러 오세요! (~ 1. 28. 일요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