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두통, 치통, 생리통..
3대 통증 경험 완료
두통, 치통, 생리통엔 게보린!
한국인이라면 두통 치통.. 까지만 해도 머릿속에서 자동 완성이 되는 유명한 카피지만 나는 이 문장의 70% 정도만 공감했었다. 두통, 생리통은 겪어봤지만 치통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생리통이 무척 심한 편이라 약을 먹지 않으면 허리를 펴지도 못할 정도다. '그런데 이 극심한 고통과 한 문장 안에서 언급된다고...?'라며 치통을 무시했다. 치통 때문에 잠까지 설치게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
새벽에 지끈거리는 통증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턱이 아픈 건지 머리가 아픈 건지, 아니 온 얼굴 전체가 욱신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누가 양쪽 어금니를 짓누르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어쨌든 미친 듯이 아팠다.
아침마다 하는 요가 루틴을 지키려고 얼굴을 부여잡고 매트에 섰지만 다운독 동작까지 내려간 뒤에 이 통증은 내가 버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틀비틀 주방으로 가서 빈속에 타이레놀 2알을 때려 넣었다. 하지만 통증이 가시질 않아 1알을 더 먹었다. 얼굴 전체가 욱신거리던 강한 통증이 일시적으로 밀려나고 왼쪽 턱에서만 시큰거림이 느껴졌다. 주기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턱관절 요놈이 범인이구나. 회사 건물에 새로 생긴 턱관절 전문 치과에 오늘은 꼭 가보리라 마음을 먹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빈 속에 진통제를 3알이나 먹었더니 운전하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통증이 밀려와서 서랍 속 생리통약을 꺼내 2알을 더 먹었다.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하필이면 오늘은 오후진료만 하는 날이라는 ARS 음성이 나왔다. 왜 오늘인 거야..
찜질팩과 진통제로 힘겹게 오전을 버티고 드디어 진료를 받으러 갔다.
"왼쪽 위 사랑니에 충치가 심한데, 이거 때문에 아프신 것 같아요. 오늘 빼시죠"
"네..?"
턱관절 전문 병원에서 빽빽한 문진표를 작성하고 4장의 엑스레이를 찍은 뒤에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의사소견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3개월 전 치과 정기 검진 때, 사랑니에 충치가 있지만 당장 아프지 않으니 좀 더 지켜보다가 발치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게 생각이 났다.
"끝났습니다~ 이빨 보여드릴게요."
어버버 하는 사이에 뚝딱 마취를 끝내고, 끼익 끼익 하는 소리 가 몇 번 들리더니, 검은 충치가 선명한 내 사랑니가 의료용 쟁반 위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충치가 이렇게 아픈 거였구나..
30년이 넘는 인생을 살면서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충치를 치료해 준 부모님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30대 중반에 충치로 인한 치통 때문에 근무시간에 발치를 하러 온 내 모습이 어이없게 느껴졌다.